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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01 09:06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982  

 

알뜰 함박 총판

 

  박형권

 

 

우리의 가난은 음악이어서

피아노를 항상 큰 방에 모셨다

좁은 집으로 이사하기 전에

우리의 자부심이었던 가난을 고작 삼천 원에 팔았다

—이건 버리는 비용이 더 들어요, 이걸로 따님 과자나 사주세요

팔려간 가난이 허기를 입고

지금 알뜰 피아노 총판에서 비발디를 연주한다

밤새 내린 눈 위에 또 눈이 내려

아내와 내가 두 마리의 펭귄처럼

뒤뚱뒤뚱 돈의 파고(波高) 높은 곳으로

삼 개월 밀린 공과금을 내러 가는 길

엄마 아빠 돈 빌려서 돈 내러 가는 기분 꿀꿀하실 테니

기분 좋아지라고 겨울을 연주한다

그래

네 목소리를 우리는 기억하지

음표였다가 콩나물 천원어치였다가

우리 식구들의 장엄한 청국장이었던 너의 악보를 기억하지

—그까짓 삼천 원 받지나 말 걸

뒤뚱뒤뚱 뒤뚱 미끄덩

알뜰 함박눈 총판 내 아내가 미끄러지고 만다

난 우리가 궁금하다

왜 미끄러지면 다시 일어나야 하는지

미끄러진 김에 누워 있으면 왜 안 되는 것인지

함박눈 저가로 공급해 주시는 이런 날에는

더 안 되는 것인지

 

phg.jpg

 

1961년 부산 출생
경남대학교 사학과 졸업
2006년 《현대시학》등단
시집 『우두커니』 장편동화 『돼지 오월이』『웃음공장』『도축사 수첩』 등

제17회 수주문학상, 제2회 애지문학회 작품상 수상


童心初박찬일 17-12-01 13:39
 
가난이 음악이다.
아뇨. 삶이 음악이라 보죠.좁은 시각으로보면 그럴 수 있겠으나
구전민요,클래식과 재즈,팝,가요,동요가 있듯
원하지않는 옷을 걸친 것일 뿐 삶의 입은 옷은 다 다를테니 말이죠.
감사히 읽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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