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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11 09:4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690  

 

사막에서 잠들다

 —앙리 루소, 잠자는 집시(1897)

 

   안차애

 

 

집시 여인이 모래언덕에 누워 잠든 사이

 

손에 쥔 지팡이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옆에 둔 만돌린이 칭얼대지 않도록

그녀가 머리맡에 세워둔 물병이 넘어지지 않도록

자장자장 아주 자장

 

사자는 바람이 불어가는 방향으로 순하게 갈기를 눕힌다.

만월은 푸른 악절의 쉼표 부분만 연주 중이고

시간은 밤의 건반을 소리 없이 누른다.

 

따뜻한 공기방울들이 코발트블루에 싸여

잠은 푸르게 익고

 

넌 나를 만져준 유일한 이야

잠이 짚어준 밤의 이마가 희붐하다.

 

모래처럼 허물어진 것들이

꿈속에선 수프처럼 다시 끓어오르고

 

바람 부는 높이, 하늘엔

무도회 가면을 쓴 당신처럼

웃는 달.

 

 

  —《시인수첩》 2017년 가을호

 

BEC8C2~1.JPG


 

부산교육대학 졸업
200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불꽃나무 한 그루』『치명적 그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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