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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26 11:0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739  

바퀴의 근성

 

이기와

 

간혹 길이 아닌 길을 침범하고 싶다

누런 오줌발이 갈겨진 담벼락이나

길의 내장 속 같은 시궁창에 머리를 들이박고 싶다

제 무게에 눌려 끝내 균열되거나

부식된 속 여기저기 땜질한

일상의 전용도로를 벗어나

이정표 없는 노천으로

통행료 없는 다리 밑으로 굴러떨어지고 싶다

간혹, 건물과 건물의 가랑이 사이

매연으로 포장된 질()

그 침침한 내부에서 활보하는 폭주족들과

돌연 충돌하고 싶다

유턴할 수 없는 삶의 일방도로 복판에서

전복된 채, 몇 날 며칠 정신의 시동을 끄고 쉬고 싶다

쉴새없이 생산되고 폐기되는 철근의 희망 밖으로

견인될 때까지, 폐차장이나 고물상에 안전하게 처박혀

허방에 두 다리 뻗고 체류할 때까지

연거푸 돌발사고를 유도하고 싶은

그렇게 해서라도 이 초고속의 날들과 절교하고 싶은

몇 번이나 수리했어도 여전히 삐딱하게 굴러가는

개 같은 이 천성

 


이기와.jpg


1997<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바람난 세상과의 블루스』 『그녀들 비탈에 서다

산문집 시가 있는 풍경』 『비구니 산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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