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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29 14:56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18  

상 장부

 

     이종원

 

 

비포장도로 끝

세월의 발걸음 짚어놓은

녹슨 양철 지붕이 누워 있다

햇살이 깨진 유리창 쪽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선다

젊은 아낙은 노파로 바뀌었고

가판대는 듬성듬성 머리가 빠져

곧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어딘가 낡은 부적으로 걸려 있을 지도를 찾는다

십여 개 암호를 차례로 호출하지만

일치하는 숫자는 겨우 서너 개

그도,두부 막걸리 소주 같은 일반 명사일 뿐

눈깔사탕, 라면땅 등은 고어(古語) 되어 묻힌 지 오래다

노인도 나도 멋쩍은 웃음으로

기억의 자물쇠를 겨우 푼다

공소시효 끝난 아득히 먼 날

어머니 이름을 팔아 달콤한 맛을 수없이 도적질했던

그 물목들이 비문으로 서 있다

상환하지 않아도 될 영의 숫자에

속죄의 눈물로 다 지우지 못할 낡은 수첩

먼 길 떠나며 원본까지 가져가 버려

흔적 또한 없다는 것

침묵에 잠든 어머니를 깨워 몇 배로 갚아주고 싶다

 

- 이종원 시집 외상 장부(시와사람, 2017)에서

 


jj.jpg

 

2013시와 사람으로 등단

시집 외상 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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