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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05 15:46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314  

0도와 영하 1도 사이

 

  조현석

 

 

   빈 가지 가득 단 은행나무는 손톱 같은 연록색 잎을 피운다 바람에 휘감긴 잎들은 한껏

 응석 부리는 몸짓으로 흔들거리며 자란다 은행나무가 다른 은행나무에게 다가갈 수 없기에

 바람에 부탁한다

 

   심술궂은 한여름 햇살의 고통을 식혀주는 바람에게 은행나무는 또 다른 은행나무를

 명령한다 다가오는 가을을 맞으며 푸른 잎 노랗게 물들이며 깊고 달콤한 꿈 꾸겠구나 이젠

 불임의 밤은 없겠구나 가지마다 주렁주렁 황금방울 맺으라고 쉼 없이 바람을 보낸다 여름 내

 시달린 은행나무가 늦가을쯤 어설피 잠들다 깨어나다 할 때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질린

 꿈의 알맹이를 모두 떨구게 한다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 춥다고 느끼는 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샛노란 잎들은 한순간 나뭇가지를 버린다 황금방울 떨어져 고약하게 썩는 뿌리로 해묵은

 열정이 스며든다

 

- 월간 시인동네2018.2월호

 

 

 


 

조현석시인.jpg


198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스케치

불법, 체류자』 『울다,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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