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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12 10:26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33  

닥이 나를 받아주네

 

   양애경

 

 

날마다 한치씩 가라앉는 때

주변의 모두가 의자째 나를 앉으라고 한다고

나 외의 모든 사람에겐

웃을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될 때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

눈길 스치는 곳곳에서

없는 무서운 얼굴들이 얼핏얼핏 보일 때

발바닥 우묵한 곳의 신경이

하루 종일 하이힐 굽에 버티느라 늘어나고

가방 속의 책이 점점 늘어나

소용없는 내 잡식성의 지식의 무게로

등을 굽게 할 때

나는 내 방에 돌아와

바닥에 몸을 던지네

모든 짐을 풀고

모든 옷의 단추와 걸쇠들을 끄르고

한쪽 볼부터 발끝까지

캄캄한 속에서 천천히

바닥에 들러붙네

몸의 둥근 선이 허락하는 한도까지

온몸을 써서 나는 바닥을 잡네

바닥에 매달리네

땅이 나를 받아주네

내일 아침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그녀가 나를 지그시 잡아주네.

 

- 양애경 시집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창작과비평사, 1997)

 

 

11.jpg

1982<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으로 불이 있는 몇개의 풍경』 『맛을 보다』 『내가 암늑대라면

사랑의 예감』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2012년 제19회 한성기 문학상 수상

10회 애지문학상 수상

2002년 충청남도문화상 문학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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