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8-02-23 10:1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62  

주의 시간


      박현솔

 

 

  국수를 삶으며 직선의 행적을 따라간다 직선은 뜨거운 물속으로 들어가 흐물흐물 곡선이 된다 물의 결이 뭉치지 않고 돌개바람을 만든다 이제 회오리는 뜨겁고 짜다 면발들의 탄성을 가늠할 때 혀는 정직해지고 오래된 탐욕만이 위장 속으로 흘러든다 

 

  인류가 먹었던 가장 오래된 국수의 흔적을 황하강 유역에서 발견했을 때 당시 오래 살기를 꿈꾸었던 사람들은 죽고 없다 면발의 실크로드를 따라 장수의 염원만이 이어져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생명의 길, 욕망의 길, 유혹의 길 

 

  그 실크로드의 기억을 입 안에 밀어 넣으며 내 몸이 가늠하는 삶과 죽음의 교차 지점을 건넌다 권력자들은 더 큰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악마와 거래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생각한다 줄에 매달려 늘어진 목각인형의 핏기 없는 팔과 다리……굶주린 회오리바람이 그림자를 잽싸게 낚아채간다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결코 오래 살 수 없었던 사람들과 삶의 매순간을 미련 없이 버린 사람들이 별똥별로 사그라지는 시간……정성껏 끓인 한 그릇의 국수를 앞에 두고 몇 가닥은 과거로 또 몇 가닥은 미래로 흘려보내는 순간, 어디선가 면발 한 올을 물고 새떼들이 북반구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박현솔 (시마을).png

 

 

제주 출생

아주대대학원 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

1999<한라일보>신춘문예와 2001현대시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달의 영토』 『해바라기 신화

저서한국 현대시의 극적 특성

2005년과 2008년 한국문예진흥기금 수혜

경기시인상 수상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38330
1255 엄마가 들어 있다 / 이수익 관리자 06-18 113
1254 업어준다는 것 / 박서영 관리자 06-18 100
1253 미안해 사랑해 / 신단향 관리자 06-16 223
1252 펜로즈 삼각형 위에 서다 / 강인한 관리자 06-16 149
1251 사바세계 / 이위발 관리자 06-12 445
1250 이모 / 고경숙 관리자 06-12 401
1249 집중 / 서규정 관리자 06-11 456
1248 앵두나무 소네트 / 신정민 관리자 06-11 410
1247 바닷가 사진관 / 서동인 관리자 06-05 894
1246 몸붓 / 안성덕 관리자 06-05 622
1245 심해어 / 진수미 관리자 05-31 939
1244 유리창의 처세술 / 장승규 관리자 05-31 810
1243 가로수 / 박찬세 관리자 05-24 1378
1242 안개, 그 사랑법 / 홍일표 관리자 05-24 1223
1241 꽃이 지는 일 / 배홍배 관리자 05-23 1276
1240 유선형의 꿈 / 곽문연 관리자 05-23 864
1239 봄비 / 정한용 관리자 05-18 1473
1238 탱고를 추다 / 이경교 관리자 05-17 1177
1237 보금자리주택지구 / 이선이 관리자 05-17 980
1236 병상 일기 2 / 이해인 관리자 05-16 1086
1235 위성 / 배영옥 관리자 05-16 1049
1234 어른의 맛 / 김윤이 관리자 05-15 1279
1233 소묘 5 / 이성렬 관리자 05-15 1032
1232 합주 / 정끝별 관리자 05-11 1377
1231 새댁 / 이인철 관리자 05-11 1277
1230 한 걸식자의 비망록 / 권순진 관리자 05-10 1233
1229 구두를 닦다 / 강태승 관리자 05-10 1253
1228 축, 생일 / 신해욱 관리자 05-09 1324
1227 광화문 천막 / 이영주 관리자 05-09 1190
1226 엄마 / 김완하 관리자 05-08 1559
1225 지구 동물원 / 정 영 관리자 05-08 1200
1224 일력 / 마경덕 관리자 05-04 1518
1223 적멸에 앉다 / 장인수 관리자 05-04 1403
1222 봄비 / 정호승 관리자 05-02 2146
1221 드라마 / 이동호 관리자 05-02 1465
1220 의혹 / 서연우 관리자 04-30 1523
1219 녹 / 하상만 관리자 04-30 1464
1218 돌을 웃기다 / 성영희 관리자 04-27 1720
1217 날아라, 십정동 / 김선근 관리자 04-27 1612
1216 봄날의 서재 / 전윤호 관리자 04-26 1662
1215 초록 서체 / 오영록 관리자 04-26 1571
1214 자두나무 정류장 / 박성우 (1) 관리자 04-23 1792
1213 봄비 / 안도현 (1) 관리자 04-23 2316
1212 겹겹, 겹겹의 / 유희경 관리자 04-19 1952
1211 두 음 사이 / 신영배 관리자 04-19 1824
1210 동백 꽃잠 / 장상관 관리자 04-18 1847
1209 뒤란의 석류나무는 이미 늙었으나 / 허영숙 관리자 04-18 1798
1208 벚꽃 십리 / 손순미 관리자 04-17 1958
1207 동백꽃이 떨어지는 이유 / 심강우 관리자 04-17 1846
1206 그런 저녁 / 박제영 관리자 04-16 2035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