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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05 09:4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75  

산수유 피는 마을

 

   이  강

 

    마을로 가는 길은 뱀의 몸을 닮았다 나는 지금 그 허리께를 더듬고 있다 뱀처럼 차가운

봄비가 나무에 덧칠하며 내린다 나무들이 부르르 떨며 천천히 초록을 꺼내 놓는다

 

   파란 페인트칠한 대문 앞에 젖은 내가 도착한다 아직은 정정한 대문에서 노인이 나온다

나는 뱀의 몸을 더듬다 온 뱀꾼처럼 멋쩍게 웃는다 먼지 쌓인 마당이 나를 안내한다 처마

밑에 백열전구가 커다란 물방울처럼 매달려 있다

   뒤뚱거리는 탁자 위에 막 도착한 햇빛이 반짝이고 참죽 새순으로 부침개를 해 온 노인의

머리에 시간의 먼지가 희다

 

  내가 노래 한번 해볼까, 노인의 주름이 화사해진다 노인은 사람이 그리울 때 뱀의 능선을

내려간다고 했다 좀체 해가 들지 않는 방에서 홀로 불렀던 묵은 노래가 산수유 열매를 빨갛게

익히고 있다

 

- 2018시현실상반기 신인상 당선작 중에서

 

 

이강 시인.jpg

1971년 강원도 횡성 출생

2018시현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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