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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18 08:5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280  

뒤란의 석류나무는 이미 늙었으나

 

   허영숙

 

 

내가 태어나고 심었다는 석류나무

허벅지에 살 오를 때

석류나무도 몸집을 키우더니 어느 날은

가지마다 석류를 매달기 시작했다

 

첫사랑의 감정에 대해 알아차릴 때부터

나도 한 그루 석류나무가 되었다

낮과 밤, 응달과 양달을 고루 들이는 동안

나도 익고

석류나무도 익을 만큼 익었을 때

잘 자란 마음의 살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한 시절의 찬란도 무궁은 아니어서

신맛 단맛 고루 들이며 꽃 매단 날 만큼 구불구불 휜 몸뚱이

 

새로 심었다는 젊은 대추나무 사이에 버티고 있어도

이미 경건한 우주를 이루고 있다

 

뒤란의 석류나무는 이미 늙었으나

아직도 물오르는 몸

실한 핏빛 열매들의 흔적

그 꽃자국들



 

2006년 시안》으로 등단

2018년 <전북도민일보>소설부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바코드』『뭉클한 구름』등

2016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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