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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27 09:4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74  

날아라, 십정동

 

    김선근

 

 

산동네가 허물어지고 있다

포크레인 먼지가 뿌옇다

전동휠체어 타고 머플러 휘날리며 봉제공장으로 달리던

마흔에도 시집 못간 금순씨

모범이발소 활자가 큼직하게 박혀있는

수전증 걸린 금성이발관 이발사는 보이지 않고

괘종시계 비스듬히 누워있다

시간을 고르게 잘라 가지런히 빗었던

시계 바늘도 멈췄다

벧엘 교회 철야 기도가 십자가까지 움켜쥐었던 담쟁이덩굴

이제는 환도뼈 부러져 절뚝거리고

빛바랜 자개농과 지우고 또 지웠을 화장대가

유물처럼 쌓여 있는

어느 잡부의 식은 배를 데웠을 우그러진 밥그릇들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축 재개발조합 설립> 끈 떨어진 현수막이 바람에 날리고

날아라세탁소 날갯죽지 꺾인 것들이 깃털을 말리고 있다

봉숭아 채송화 소담스럽게 피었던 언덕배기

조석으로 피고 졌던 웃음꽃을

송두리 채 집어삼키고 있다

지린내 풍길 때 마다 살그머니 눈감았던

회화나무 이파리가 붉다

 

 

 

1957년 전북 군산 출생
2006년《문학공간》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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