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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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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18 11:4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347  

봄비

 

   정한용

 

강을 건너자 비가 가늘어졌다

산발치에 닿아선 하늘까지 맑아졌다

땅은 이미 충분히 젖어

검고 부드럽게 나무뿌리에 담았던 향을 풀어냈다

포클레인이 모래흙 한 무더기

내 키만큼 쌓아놓은 뒤였다

새로 파낸 사토(沙土)는 새 봄비를 맞아 빛이 더 맑았다

이미 마음을 궁글렸으니

세상 전부가 함께 묻힌다 한들 이상할 게 없었다

흙을 가리고 방향을 잡아 자리를 정한 다음

조용히 내려 놓았다

내 귀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평온한 세계로 들고 있었다

구름 걷히고 햇살 퍼지면서 흙내음 진한 달구노래 들렸는지

어머니는 하나님을 믿었으니

그후 어찌 되었는지는 잘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포르릉 산새가 날아간 것인지

산역을 마친 이들이 햇무덤에서 내려오고 나서야

나는 문득 손이 텅 비었다는 것을

상처가 아리다는 걸 느꼈다

봄비 걷히고

내 알몸 위로 울음이 쏟아졌다

 

- 정한용 시집 흰꽃(문학동네, 2006)에서

 

 

 

 

junghangyong-250.jpg

 

1958년 충북 충주 출생

경희대 문학박사

1980<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1985시운동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학활동 시작

시집으로 얼굴없는 사람과의 약속』 『슬픈 산타페』 『나나 이야기

흰 꽃』 『유령들』 『거짓말의 탄생

영문시집 How to make a mink coat

평론집 지옥에 대한 두 개의 보고서』 『울림과 들림 

2012년 천상병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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