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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21 08:36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978  

그 저녁, 해안가 낡은 주점

 

    박승자

 

그 저녁, 그 술자리가

꺼지지 않는 촛불 될 수 있을까

수목이 빽빽한 내일의 숲이 될 수 있을까

일행들은 취해서 술잔이 엎어지고

웃음이 낮은 천장에 박쥐처럼 매달린

밀물이 밀려든 해안가 낡은 주점

소란을 즐겁게, 팽팽하게 감당해내던

서로의 얼굴을 비추던 앙금이 가라앉는 탁주

마주 앉은 자리,

이 자리가 끝나면

아무도 모르는 긴 이별의 숲으로 당나귀를 끌고 가겠지,

아무도 당나귀 방울소리를 들을 수 없겠지

가끔 그 해안가를 걸쳐온 바람이 귓불을 얼리겠지

별은 더 고요하고 적막하겠지

지상의 시간으로 흐르는 별의 맥박을 짚으며

이미 정령이 되어버린 어머니를 떠올릴 것이다

한없이 쓸쓸한 사랑을 정령의 치마폭에 눈물과 함께 쏟아낼 것이다

당나귀가 숲을 나가자고 방울소리 높여도

마음은 방울소리를 애써 외면하겠지

하현달은 그리움의 머리카락을 한없이 쓸어 주겠지

사랑,

쓸쓸한 당신

 

 


parkseungja-140.jpg



2000광주일보신춘문예 당선

2011시안신인상 당선

시집 곡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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