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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29 09:4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485  

 

이 꽃을 건너는 동안

    

    -황매실

 

 

깊은 산골입니다 눈 내리고 산그늘이 지면

꽃잎마다

 

푸른 잎의 우산을 받쳐도 온몸이 흠씬 젖습니다

초인의 눈 속으로 운석이 흘러드는 밤

뻐꾹, 구름이 울어대고 마을에 또 무슨 일 터졌나요

 

천둥이 깨지고 바닷물 뒤집혀도 호랑이 이빨 자국 지우듯 정신 차려 팔랑입니다

수상한 그늘이 펄럭이고, 강물이 넘쳐흐르는 동안

제 생을 익히듯 꽃은 속내를 익힐 뿐입니다

 

꽃이 꽃을 건너는 동안,

새콤한 속내를 생각하는 동안

 

어느 날은 누군가 매화꽃 그늘에 와서 밀어를 흘리고 가고

또 어느 날은 얼굴 없는 시체가 썩어 문드러진다고

새들이 천둥 속에서 그렇게 퍼덕거렸던가요

배꼽부터 물들이는 돌연변이의 봄밤도 미친 명약입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꽃열매인들 나뭇가지에 앉아

 

땅의 일들을 못 보았겠습니까

누가 저 꽃벌레를 살해했는지 꽃벌레가 스스로 목을 매었는지

 

번개가 지나도 바람은 묵비권입니다 알 수 없는 염병이 홀연히 산비탈을 휘돌아가고,

풀리지 않는 의문처럼 달빛은 원시림입니다

끝내 가보지 못해도 눈에 선한 그 마을의 서사가 새콤하게 한 문장으로 익었습니다

 

 

경북 영천 출생
199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2000년《시와시학》등단
경희대 국문과 박사학위 취득
시집『제 1초소 새들 날아가다』『오목눈숲새 이야기』『토네이토 딸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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