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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02 12:49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065  

 

놋쇠황소

 

   박지웅

 

 

놋그릇에 뼈다귀 하나 건져내

나는 구석구석 빠는 놈, 나는 허둥지둥

빠는 놈, 나는 침을 묻히는 놈

 

밥뚜껑에 쌓이는 뼈들

한때 소의 한 축이었으나 그림자도 없다

세상에 무덤덤한 일이 어디 있나

이 놋그릇이 소에게는 생지옥이다

 

옛 팔라리스왕은 나를 놋쇠황소에 집어넣고

배 밑에 장작을 때어 내 몸에 있는 춤을 모두 꺼내었다

훗날 왕도 형틀에 들어가 춤을 추었다

 

국물을 들이키며, 뼈도 못 추린 이야기

국물도 없는 가난한 생을 떠올리다 문득

저세상의 바닥까지 깨끗이 비우는 게 산목숨이라니

그럴 줄 알았다 여기가 지옥이다

 

벽에 붙은 도가니탕 얼마 꼬리곰탕 얼마 수육 얼마

망자의 가격이 매겨진 비문을 훑으며

입을 벌린다, 아아 나는 나의 뱃속을 돌고 돌았구나

밥자리에 다소곳이 따라붙는 놋쇠 그림자

 

오래전 나는

내가 살아 있는 것에 반대하였다

 

 

 

1969년 부산 출생
2004년  《시와 사상 》신인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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