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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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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31 17:29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52  

통조림 

 

    이향지

 

 

발효를 시작한 육체는 부패에 가까워

 

나는 가끔 햇살 통조림을 먹어

살아 있는 나무에서 채취한 햇살 통조림

천연의 꿀과 방부제를 한 몸에 지닌

열매의 숨결

그 포만과 공복의 이중성을 깨트려 먹어

 

아무 괴로움도 못 느끼는 열매보다

시시콜콜 겪으며 견딘 열매가 더 달다

썩지 않으려고 부릅떴던 눈,

썩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다행인가

 

나는 가끔 거울 속에서 햇살 통조림을 열어

"세상이 너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네가 세상을 위해 있어라!"

살과 뼈와 껍질을 송두리째 헐어, 가장 높은 가지에

햇살 통조림 매달아 주신,

 

나는 가끔 쭈글쭈글해진 햇살 통조림을

퇴비 더미에 파묻어

발효와 부패를 제대로 거쳐 온 퇴비는 냄새도 고소해

 

-이향지 시집 햇살 통조림(천년의 시작, 2014)에서

 

 

 

이향지.jpg

1942년 경남 통영 출생
1967년 부산대 졸업
198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2003년 제4회 《현대시 작품상》 수상
시집으로 『 괄호 속의 귀뚜라미』『구절리 바람소리 』
 『내 눈앞의 전선 』『山詩集  』『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편저『윤극영전집 1,2권 』산악관련 저서로 『금강산은 부른다 』
 산행에세이『산아, 산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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