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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8-24 15:36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152  

사과의 시간

 

    최승철

 

 

내가 당신 손을 꽉 잡으면

따뜻한 하나의 사과가 만들어 집니다

나는 사과 한 개를 쥐고

이제는 첫사랑도 늦은 사랑도 아닌

사과의 시간을 가지고 갑니다

 

당신은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줍니다

사과는 그 안쪽으로 향이 진해집니다

붉은 태양이 괸 물 위로 비칩니다

 

당신은 괸 물 위로 떨어진

빗방울 같습니다

당신의 젖가슴을 두드려봅니다

출렁거리는 따스한 동심원을 따라

나도 당신의 젖가슴을 깨물어봅니다

사과의 시간으로 꽉 깨물어봅니다

훗날 당신의 젖꼭지를 사과 빛으로 그리워할 수 있을까요

지금 내 손안에서 잡히는 당신이란 이 질감으로

 

사과 한 알 속으로 들어가

나는 붉어진 가을 햇살의 기울기가 됩니다

처음 당신의 고백처럼

키스해주세요, 세상의 모든 

내밀한 순간들을 깨닫고 싶어요

 

당신 손 안의 사과가 점점 

내 몸의 붉음으로 번집니다

온 몸이 사과의 실핏줄로 팔딱거립니다

나와 사과 사이의 거리가

우주의 시간처럼

고요한 붉음이 됩니다

이제 막 내가 당신의 입술 속을

헤집으며 다가가는 시간

  

-계간 시인정신2017년 여름호

 

 

 


choiseungchul-140.jpg


1970년 전북 남원 출생

원광대 국문과 졸업

2002작가세계등단

시집으로 갑을 시티』 『키위 도서관

2006년 문예진흥기금 신진작가 창작지원금, 2012년 대산 창작기금 수혜

2회 한국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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