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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8-28 10:0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103  

가을 산녘

 

    구재기

 

 

가을 산녘 한 켜로

푸른 하늘이 나는물*에 들어

온몸이 젖어드는데

억새풀꽃, 흰 머플러를 풀어헤치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산새 한 마리

가장 아름다운 울음 하다가

가볍게 스쳐온 길을 바라보다가

지쳐있는 깃털 하나

떨어뜨리는 걸 보면

울 일은 여전히 남아있나 보다

 

차라리 바람과 함께 하고 싶다

가을 산에 깊이 들어

온몸을 흔들어대고 싶다

풍장(風葬)으로

억새풀꽃 날리는 곳으로

가진 것 모두 놓아버리고 나면

 

흐미한 체온이

자꾸만 달아오르는

삭막한 여백의 가을 산녘

 

떠있는 구름이

오고 가는 걸 바라보며

생사(生死)에 기대지 않는 것을 바라보며

쥐고 있는 고삐를 놓아버리고 싶다

걸림 없는 발걸음을 하고 싶다

 

*나는물 : ‘의 방언

 

-《시산맥2018. 가을호에서


 

구재기.jpg


1950년 충남 서천 출생

1978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농업시편』 『바람꽃』 『아직도 머언 사람아』 『삼 십리 둑길

둑길』 『빈손으로 부는 바람』 『들녘에 부는 바람

정말로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내 가슴 속의 날 지우는 일이다

콩밭 빈 자리』 『千房山체 오르다가』『살아갈 이유에 대하여』 『강물

겨울은 옷을 벗지 않는다』 『구름은 무게를 버리며 간다

가끔은 흔들리며 살고 싶다』 『편안한 흔들림』 『흔적』 『추가 서면 시계도 선다

2회 충남문학상, 충청남도 문화상 문학부문, 6회 시예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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