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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8-29 10:47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063  

바람을 읽는 밤

 

     박주택

 

 

가을은 저렇게 오는가

저수지에서 몰려오는 안개는 장례식장의 마당을 가득 메우고

울음과 울음 사이를 이어주던

자동차의 불빛도 끊어진 지 오래

술 취한 사내가 술병을 복도 바닥에 집어던진다

 

고요에서 발자국을 기억해 내는 사람들

그 발자국에 잠겨 문을 찾는 사람들

수많은 작별이 살아 있음으로 자신과 포옹하는 밤

 

저렇게 오는가 가을은

사람에게 붙잡힌 어둠은 잉잉거리고

산 중턱 모텔에서 반짝거려 오는

네온 불빛에 잠시 몸을 빼앗기는

이 모든 것들의 멀리 있지 않음처럼

 

울음을 더듬는 빛이

술병 조각에 베인 채

이제 돌아가라고 어서 도망가라고

자욱한 안개 속에다 피를 흘려놓는

귀뚜라미 우는 밤이다

 

- 박주택 시집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문학과지성사, 200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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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출생
경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꿈의 이동건축』,『사막의 별 아래에서』『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
『시간의 동공』『또 하나의 지구가 필요할 때』등
시론집『『낙원회복의 꿈과 민족정서의 복원』외
평론집 『반성과 성찰』『붉은 시간의 영혼』 『감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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