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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8-30 09:3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883  
여름궁전

     성영희
 
 
   폐허를 두들겨 빨면 저렇게 흰 바람 펄럭이는 궁전이 된다. 매일 바람으로 축조되었다 저녁이면 무너지는 여름궁전은 물에 뿌리를 둔 가업만이 지을 수 있다. 젖은 것들이 마르는 계단, 셔츠는 그늘을 입고 펄럭인다. 
 
   몸을 씻으면 죄가 씻긴다는 갠지스 강 기슭에서 두들겨 맞다 이내 성자처럼 깨끗해지는 옷들, 어제 죽은 이의 사리*를 계단에 펼쳐 놓고 내일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헹구는 도비왈라들, 거품 빠진 신분들이 명상처럼 마르고 있다.
   
   이 강에서 고요한 것은 연기 뿐,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온다.

   밤이면 강물은 다시 태엽을 감고 소리를 잃은 것들은 물결이 된다. 화장장의 연기도 무시로 강물 따라 흐른다. 앞 물결과 뒷 물결이 섞여 흐르는 이곳에 오늘이 있고 산자만이 빤 옷을 육신에 걸칠 수 있는 내일이 있다.
   
   물소리를 베고 잠들면 잠결에도 물이 흐를까, 사내들의 팔뚝은 강기슭을 닮았다 끊임없이 궁전을 세우지만 그 안에 들 수 없는 불가촉 타지마할, 하얗게 펄럭이는 그들만의 궁전이다
   
   * 인도의 여자 의상


ㅡ『공정한시인의사회』(2018, 08)


   20170101001245960.jpg

                    


       충남 태안 출생

       2017년 대전일보,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 생을 물질하다』등 

       농어촌문학상, 동서문학상, 시흥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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