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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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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8-31 14:2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914  

 그날의 하루를 만난 오늘 하루

 

     김길녀

 

 

폭염주의보 내려진 대서에 떠난 강원도행

늦은 점심에 나온 다슬기탕을 쉼 없이 먹습니다

식당 화단에 무더기로 핀 노랑다알리아는 한여름

땡볕에 공갈빵처럼 맘껏 부풀어 오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낯선 자리

실없는 농담과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서 떠도는 웃음소리

해가 긴 계절 안에서 또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긴 여행 마지막 날, 이국 여자가 건네주던

눈 큰 인형과 유리 펜 한 자루와 한국어로

짧게 쓴 그림엽서 한 장

더 이상 어제를 기억할 수 없는 어느 순간에도

호명하게 될 당신이란 따뜻한 이름

줄 수 있는 게 가난한 마음뿐이라는 노래 들으며

마음조차 헐렁한 나는 빈 술잔만 만지작 거립니다

 

모든 신들을 모셔 놓은 검은 숲 숨겨진 사원

퇴고를 미루는 습작의 문장처럼

비밀상자에 넣어 두었던 상처의 봉인

조심스럽게 풀어내어, 말없이 당신 손

잡은 채 별무늬 석상에게 짧은 기도를 바칩니다

 

낡은 슬리퍼를 끌고 나온 익숙한 골목길

반쯤 열린 하얀 대문 안 외딴 방

녹슨 자물통을 어렵게 열었습니다

기울어진 이젤 위, 그리다만 당신의 뒷모습에

지워진 노래와 경건한 작별식

못 다한 이야기를 정성껏 그려 넣습니다

 

백야의 길고 긴 그 시절의 하루, 오늘

만난 늦은 하루와 함께 오랫동안 기억하겠습니다

 

- 시인광장(20168월호)

 


 

kimkilnyou-150.jpg

 강원도 삼척 출생

1990시와 비평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키 작은 나무의 변명』 『바다에게 의탁하다』 『푸른 징조

13회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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