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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16 09:16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378  

내 가방 속 그림자

 

유현아

 

 

   내 그림자가 하나일 거라는 고정관념은 버리는 게 좋아 처음부터 그림자가 많았던 건 아

니야 너희들이 그림자를 잊고 지내는 동안 너희들의 그림자를 주웠을 뿐이야

 

 

   밤이면 가방 속 그림자들은 기지개를 켜며 하나씩 튀어나오지 그리고 어느 틈엔가 창문

이나 틈새에 딱 붙어 있어 그들의 일상은 붙어 있는 거야 유리창은 그림자들의 훌륭한 장막

이 되기도 해 가끔은 유리창 너머로 슬며시 사라지기도 하지만 걱정 없어 내 가방 속에는

아직도 그림자들이 우글우글하니까

 

 

   우울할 때면 난 가방 속에 숨겨놓았던 그림자들 중 하나를 골라 공연을 하지 그림자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본 적 있니 보고 싶다면 언제든지 초대해 줄 수 있어 하지만 너의 그림자

라고 착각하지는 마 내 가방 속에 들어온 이상 너의 것은 없으니까

 

 

   내 가방은 그림자들로 꽉 차 있어 어느 때건 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주지 변신의 능력이

무궁무진한 그림자들이야 울고 싶을 땐 웃음의 방식으로 그림자를 펼치지 슬픔의 모양은 어

울리지 않아

 

   잠깐, 가끔씩 뒤를 돌아봐 혹시 아니 내가 너의 그림자를 줍고 있을지

 

 

 

유현아 시인.jpg
 

2006년 제15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아무나 회사원 그밖에 여러분

4회 조영관 문학창작기금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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