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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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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22 08:56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197  

가장 멀리서 오는 지금

 

임 봄

 

반듯한 네모가 좋아

반듯한 세모나 반듯한 원이랄지

이를테면 누가 쿡 찌르거나 슬쩍 잡아당겨도

탄력 있게 되돌아가 감쪽같이

처음의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것들

모양을 바꾸며 다가오는 친절한 웃음들

내 입술은 덩달아 비틀어지는데

꽉 다문 이빨은 아무리해도 틀어지지 않으니

식사를 끝낸 짐승처럼 순하게 양발을 모으고

나보다 오래 살아남을 머리카락은 길게 늘어뜨리고

두 손은 가지런히 가슴에 얹고

원형으로 돌아가 순진하게 웃어줄까

 

내 안의 나와 만나기 위해

손가락을 넣어 뼛속까지 구토를 하는 저녁

화석이 되어본 적 없는 흑백의 앨범과

오늘은 기어이 아메바처럼 몸을 섞을 테다

모양도 이름도 없이

치러야할 지독한 형벌에 대해서는

극한의 허기진 뇌로 맞이할 테다

 

수학을 모르는 숫자가 좋아

모든 숫자들을 한꺼번에 사라지게 만드는

숫자 이 좋아

말캉거리는 비밀의 문에서 방황하다가도

휘청대는 지금을 당당하게 딛고 일어서는

둥근 무릎 뼈가 좋아

 


임봄시인.jpg

1970년 경기도 평택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 박사과정 수료

2009년 계간 애지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2013년 계간 시와 사상평론부문 당선

시집으로 백색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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