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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31 08:5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844  

조각보

 

신준수

 

 

  버려진 하천부지 고만고만한 뙈기밭 살붙이처럼 붙어있는데요 상추 파 쑥갓 고추 토마토 가지 시금치 얼갈이 오밀조밀 어깨 겨누고 있는 그게, 한 땀 한 땀 이어붙인 조각보입니다

 

  꾸불텅꾸불텅 민달팽이

  육필 선연한

  푸진 밥상입니다

 

  세상에 밥을 탐하는 것들

 

  시장기 급한 여름이 확, 밥상보 걷어내듯 물길이 휩쓸고 간 지난해 덜 익은 것들 날것으로 쓸려간 밥상머리 몇 남은 건건이 일으켜 쿵쿵 지지대 박던 노인을 오늘 다시 봅니다

 

  조심조심 밥물 맞추듯 푸성귀 매만지는 남루한 저 손길도 언제 쓸려갈지 모르는 밥상처럼 위태위태합니다

 

  허겁지겁 허기 속으로 잦아든 초록의 밥상이나 초록에서 여물고 있는 씨앗들 묵정밭 같은 저 손에 다시 씨앗 떨굴지도 의문입니다

 

  비어있는 밭이라야 다시 씨앗 묻을 수 있듯 가보지 않은 저쪽 어디 빈 밭을 점찍어 두었을지도 모르지요

 

  맨 처음 고개 숙이고 나오던 물음표 같은 떡잎처럼

  저 노인 구부정한 것이 새싹을 닮았습니다

  곧 어느 곳으로든 옮겨질 모종처럼 말입니다

 


s1.jpg

1961년 강원도 영월 출생

2010<농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매운방

생태에세이 토끼똥에서 녹차 냄새가 나요

산문집 믿음의 창으로 세상보기』 『잠긴 문 앞에 서게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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