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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02 08:5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476  

제비꽃 꽃잎 속

 

김명리

 

 

퇴락한 절집의 돌계단에 오래 웅크리고

 

돌의 틈서리를 비집고 올라온

보라빛 제비꽃 꽃잎 속을 헤아려본다

 

어떤 슬픔도 삶의 산막 같은 몸뚱어리를

쉽사리 부서뜨리지는 못했으니

 

제비꽃 꽃잎 속처럼 나 벌거벗은 채

천둥치는 빗속을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내 몸을 휩싸는 폭죽 같은 봄의 무게여

 

내가 부둥켜안고 뒹구는 이것들이

혹여라도 구름 그림자라고는 말하지 마라

 

네가 울 때, 너는 네 안의 수분을 다하여 울었으니

숨 타는 꽃잎 속 흐드러진 암향이여

우리 이대로 반공중에 더 납작 엎드리자

 

휘몰아치는 봄의 무게여

대적광전 기우뚱한 추녀 또한 뱃고동 소리로 운다

 

- 김명리 시집 제비꽃 꽃잎 속(서정시학)에서

 

 

김명리 시인.jpg

1959년 대구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1984현대문학등단

시집으로 물 속의 아틀라스』 『물보다 낮은 집』 『적멸의 즐거움

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제비꽃 꽃잎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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