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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07 08:4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07  

산죽(山竹) 아래

 

박 일

 

 

 

산죽(山竹) 부딪는 소리니

무서워 말라고 했다

너는 산이 우는 중이라 했다

 

     그 밤, 산중의 바람은 차가웠고 너의 막차는 떠났다 풀칠 안 된 겉봉에서 편지가 쏟아지듯이 시월도 고샅으로 꼬리를 감추어 가던 가을, 몸 비비는 산죽(山竹)의 체온 쌓인 간이승강장에서 여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둥켜안고 헤어졌을까 밀봉된 시간처럼 가버린 안부는 냉혹한 추억이 된다 피안의 껍질은 견고해서 매미 울음도 귓전을 비켜가고 물풍금의 변주곡은 삐걱대는 대문 앞에서 악보를 접는다 불 꺼진 툇마루의 네모난 받침돌과 징검돌에 발등을 찍힐 때마다 희미하던 네 모습 눈앞에 곧바로 서곤 하는데, 그리움은 애초에 잴 수가 없는 거리여서 내 뼛속은 이대로 가난해야만 하는가 아직도 익숙한 맑은 웃음기가 처마를 벗어나기까지 늙은 사과는 몇 번의 모습을 바꿔 달아야 하나

   거울 속 얼굴이 몇 백 번 겹쳐보여야 푸른 산죽(山竹)은 마른 울음이 되나

 

 

박일.jpg

2006시사사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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