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06-13 09:1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310  

문득,

 

최연수

 

 

설레는 햇살 한 짐을 들쳐 멘 나비,

철둑 개찰구를 가뿐하게 빠져나온다

 

허공 몇 장을 넘겨 행선지를 훑더니

빠듯한 시간,

단락도 쉼표도 생략한 채 달아오른 철길을 읽는다

 

레일에 꽂힌 날개가 책갈피가 되는 느낌을

나는 이쯤에서 읽는다

 

저만치 소실점을 끌고 오전이 달려오고

 

점점 커지는 녹슨 울림을 완독하지 못한 날개가

사뿐, 열차 선 밖으로 물러선다

 

아른아른 계절을 싣고

휘우듬 오월의 행간을 빠져나가는 열차소리

 

달리는 것밖에 모르는 열차처럼

날아갈 일밖에 없는 나비는

얼마나 많은 꽃의 운명을 통과했을까

 

노곤함을 어깨 한켠으로 비스듬 내어주는 여행길

뿌리 깊은 족보가 어느새 너울너울 멀어진다

 

내게서 이미 날아가 버린 편도의 인연들

 

문득, 마음을 빠져나가는 가벼운 날개를

앞섶에 꽂고 싶은데

내 들숨과 날숨을 읽지 못한 나비의 속독이

저만치 멀다

 

나를 벗어난 여행은 다시, 익숙한 노선을 따라 돌아올 수 있을까

 

저 너머, 차표 한 장을 들고

막 여름을 향해 들어서는 백모란

깨알 같은 KTX시간표가 초속으로 넘어간다

 

- 7(2015) 철도문학상 수상작

 

 

 최연수.jpg


2015<영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5시산맥등단

제7회 철도문학상 수상

 

 

 


양현주 17-06-13 10:08
 
최연수 시인님 시를 올려 주셨군요^^
시가 참 좋습니다
나랑은 절친인 연수샘과 시마을 예술제에 함께한 시간,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낭송과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음악 참 좋은 예술제 행사 였습니다
시마을 문우님들과 지인들과 따뜻한 시마을에서 함께 즐길 수 있어서 기뻤네요
감사드립니다^^
김태운. 17-06-23 18:59
 
문득, 수상한 느낌입니다
철길의 나비....

두 분 시산맥 친구신가 보네요
최 시인님 오랜만에 여기서 뵙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24860
972 껌 / 이승리 관리자 08-21 159
971 감응 / 양현주 관리자 08-21 129
970 가문동 편지 / 정군칠 관리자 08-14 631
969 별 / 조은길 (1) 관리자 08-14 569
968 나나가 사랑한 / 권기만 (1) 관리자 08-11 618
967 바람의 사거리 / 박은석 (1) 관리자 08-11 613
966 무릎이 무르팍이 되기 위해서 / 이문숙 관리자 08-10 486
965 도깨비 멸종에 관한 보고서 / 이동재 관리자 08-10 457
964 독서의 시간 / 심보선 관리자 08-08 654
963 모래시계 / 신용목 관리자 08-08 609
962 사라진 것들은 어디쯤에서 고이나 / 오 늘 관리자 08-04 882
961 잔고 부족 / 이동우 관리자 08-04 852
960 그냥 그대로 흘렀으면 좋겠네 / 배창환 관리자 08-03 820
959 형상기억 / 백미아 관리자 08-03 702
958 계란과 스승 / 이재무 관리자 08-02 782
957 정오의 의식 / 김기형 관리자 08-02 719
956 그림자 반성 / 하종오 관리자 08-01 782
955 반듯한 슬픔 / 전 향 관리자 08-01 796
954 구름 / 손창기 관리자 07-31 824
953 그림자에 등을 기댄다 / 안효희 관리자 07-31 749
952 민들레하우스 / 엄원태 (1) 관리자 07-28 924
951 미조리 가는 길 / 오인태 관리자 07-28 816
950 여름 / 이시영 관리자 07-27 1055
949 조각달을 보면 홍두깨로 밀고 싶다 / 이인철 관리자 07-27 813
948 불혹의 구두 / 하재청 관리자 07-26 905
947 귀가 / 한길수 관리자 07-26 874
946 꽃은 꽃이어야 꽃이다 / 장종권 관리자 07-25 981
945 석류의 분만기 / 정석봉 관리자 07-25 854
944 '있다'와 '없다' 사이로 양떼를 몰고 / 윤석산 관리자 07-24 906
943 바람, 난 / 윤지영 관리자 07-24 955
942 귀갓길 / 윤병무 관리자 07-21 1057
941 나프탈렌 / 이 산 관리자 07-21 946
940 물총새 사랑법 / 배찬희 관리자 07-20 1043
939 사막을 건너는 법 / 김지훈 관리자 07-20 1024
938 근황 / 윤임수 관리자 07-19 1103
937 나의 사랑 단종 / 유현서 관리자 07-19 1019
936 검은등뻐꾸기의 울음 / 임 보 관리자 07-18 1046
935 초여름에서 늦봄까지 / 홍해리 관리자 07-18 1053
934 현관문은 블랙홀이다 / 남상진 관리자 07-17 1064
933 사랑한다 / 조하혜 관리자 07-17 1198
932 거울 속의 잠 / 정한아 관리자 07-14 1238
931 내 사랑 물먹는 하마 / 정태화 관리자 07-14 1135
930 여우속눈썹 / 수피아 관리자 07-13 1228
929 슬 / 나병춘 관리자 07-13 1173
928 고추잠자리 / 박수서 관리자 07-12 1231
927 땅 위를 기어가는 것들에는 / 김영남 관리자 07-12 1169
926 괜찮아 / 한 강 관리자 07-11 1446
925 찰칵 / 오세영 관리자 07-11 1241
924 마지막 고스톱 / 이영식 관리자 07-10 1252
923 우리는 우리의 몰락 앞에 유적이라 이름 붙이고 / 신혜정 관리자 07-10 1188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