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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16 09:1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97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

물결의 안팎

 

장승리

 

 

역삼동을 가려면 이리로 가는 것이 맞나요

그렇다는 대답을 서너 차례 듣고서도

또다시 묻는 여자

역삼동을 가려면 이리로 가는 것이 맞나요

검은 뒤통수들이 뱉어 놓은 가래침이

여자 얼굴 위로 흥건하다

 

물결이 될 수 없어 아픈 여자

바람 한 다발 꺾어 그 품에 안겨 주고 싶은데

출렁이고 싶어

칼 한 자루 손에 쥐고

이리저리 제 몸을 헤집어도

붉은 빗방울 하나

제 목을 적시지 못하는 여자

 

고여 있는 제 몸 더러운 물도

양 손으로 떠올려 놓고 보면

투명한 것을

더러운 투명함만 헤아리고 또 헤아리다

결국 제 가슴에 강물을 포개 놓고

바느질을 시작하는 여자

 

안 땀, 겉 땀

흰 이빨 훤히 드러내며

강물 위로 번지는 백치의 웃음이

내 입술을 억지로 잡아당긴다

 

 

장승리시인.jpg

1975년 서울 출생

2002<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당선

시집 습관성 거울』 『무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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