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시의 향기

(운영자: 김선근,이혜우,전진표)

 ☞ 舊. 작가의 시   ♨ 맞춤법검사기

 

등단시인 전용 게시판입니다(미등단작가는 '창작의 향기' 코너를 이용해주세요)

저작권 소지 등을 감안,반드시 본인의 작품에 한하며,텍스트 위주로 올려주세요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작품은 따로 저장하시기 바랍니다

이미지 또는 음악은 올리지 마시기 바라며, 게시물은 하루 한 편으로 제한합니다

반드시 작가명으로 올려주세요

 

 
작성일 : 17-10-09 13:31
 글쓴이 : 김태운
조회 : 318  

가시고기 / 김태운




조막만한 생선 한 마리

애간장에 졸이고 살만 발라

손자 밥그릇에 얹혀주고

또 얹혀주고, 마디 굵은 손

당신은 정작

당신은


대가리, 가시, 가시

그 주름 깊은 몰골은

가시고기


서산,

저 너머로 넘어버린 망령

아흔 넘어


부엌에 숨어들어 생선 한 마리 한입에 넣고

우물우물 철딱서니, 망령 난


가시

가시

우리 할머니


아흔 넘어 철딱서니

우리 할머니

아흔 넘어



- 『칠색조 변주곡』, 시산맥사, 2015.


* 제주 출신 시인은 4.3을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가계는 4.3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시집 서문 격으로 ‘4.3은 말한다’ 기사를 소개한 시인은 할머니와 자신의 상황을 이렇게 덧붙인다.

“노인(4.3 희생자)이 살해당하자 졸지에 홀어멍이 되어버린 시모까지 모셔야 했던 과부가 나, 테우리(시인)

의 할머니이다. 이 분의 또 다른 불행은 혼자서 다 키운 아들을 6.25 전장에 바친 것이다. 전사한 할머니의

아들, 이 분은 나의 백부이자 양부가 된다. 이어서 막내딸이 예기치 못한 병으로 사별한다. 그 후 임종 시

까지 할머니의 시련은 그칠 새가 없었다.” - ‘제주 4.3사건과 우리 할머니’에서


이념 갈등과 전쟁으로 인해 남편과 아들을 한참 앞세워야 했던 시기야말로 할머니에겐 애간장 타는 시간이

었을 것이고, 이후로도 남은 식구를 건사하기 위해 애간장 졸이는 나날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집

을 지켜야 하는 할머니와 집의 장자로 큰아버지를 잇게 된 시인은 서로에게 각별한 존재였을 것으로 짐작

한다. 할머니의 “주름 깊은 몰골”과 상처가 손자의 삶과 무관할 수 없고, 철든 손자는 할머니를 이해하는

마음을 낼 것인데, 그런 마음이 “생선 한 마리”를 굽는 것에도 “애간장에 졸이고”란 표현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 할머니”란 표현은 4.3이 제주 도민 전체의 상처이기도 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못한 인류애의 상처이기도 하다는 시인의 간접 표명으로 읽을 수 있다.

이념 논쟁만 나도 불에 덴 듯 놀라고 연좌제의 굴레에 아파하면서도 좋은 것은 손자 쪽으로 밀고 자신은

가시만 챙기면서 악착같이 살았을 할머니는 아흔이 넘어서야 생의 긴장을 놓았나 보다. 끝내 치유되지 않

는, 치유될 수 없는 상처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진 것이다.

“장손 하나라도 건져보려던 할머니/ 지금쯤, 그 눈물 거두셨을까”(‘우리 할머니’ 중) 헤아려보는 시인의

마음이 따습고 아리다. 할머니의 망령은 좋은 세상 만나 편히 쉬어야 할 것이나, 그 좋은 세상을 위해서

망령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인은 애써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리라. (이동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시의 향기방 필독(처음 오시는 회원 ) 시향운영자 01-16 353
700 찹쌀떡 사요 박인걸 08:40 1
699 행복이란 하영순 07:22 2
698 봄을 그리며 (1) 정심 김덕성 06:39 10
697 삶이 어떻더냐고 물으니 (1) 손계 차영섭 06:09 5
696 삶의 깊이를 찾아서 (2) 안국훈 02:30 11
695 섬마을 - 퇴고분 안희선 00:20 9
694 (3) 이원문 00:01 13
693 2월 별곡 임영준 02-19 11
692 봄이 오는 쪽 (2) 홍수희 02-19 25
691 우연이 아니다 (1) 장 진순 02-19 17
690 정월 (2) 이원문 02-19 20
689 겨울나무의 마음 (6) 정심 김덕성 02-19 56
688 능력 손계 차영섭 02-19 15
687 바람 앞에 (4) 하영순 02-19 33
686 절제와 침묵 사이 명위식 02-19 14
685 밤새워 쓴 편지 (6) 안국훈 02-19 54
684 그 시원함 (5) 백원기 02-18 27
683 먼 그리움 (3) 풀피리 최영복 02-18 37
682 자작나무 숲 (5) 박인걸 02-18 58
681 나만의 별 하나 (10) 안국훈 02-18 91
680 아픈 손가락 (6) 하영순 02-18 49
679 지구와 나 (1) 손계 차영섭 02-18 23
678 구름의 설 (4) 이원문 02-18 38
677 눈이 부시게 太蠶 김관호 02-17 45
676 스쳐 지나는 인연이 아니길 정기모 02-17 33
675 다케시마 (2) 이원문 02-17 32
674 사랑과 운명 안희선 02-17 32
673 문설주에 걸린 詩 白民이학주 02-17 32
672 어머니 명위식 02-17 28
671 설날 성묘 박인걸 02-17 26
670 제주의 힘 임영준 02-17 39
669 들꽃 앞에서 (7) 정심 김덕성 02-17 101
668 복수초의 꿈 (2) 안국훈 02-17 89
667 절반의 아름다움 손계 차영섭 02-17 26
666 적막 최원 02-16 26
665 꽃과 향기 되어 다시 만나리 풀피리 최영복 02-16 27
664 새해를 위한 기도문 안희선 02-16 33
663 봄 구름 이원문 02-16 28
662 비둘기 손계 차영섭 02-16 21
661 냇가의 숨결 (4) 정심 김덕성 02-16 73
660 가장 아름다운 조화 손계 차영섭 02-16 27
659 송기(松肌)의 봄 (2) 이원문 02-15 52
658 설날 감정 (4) 박인걸 02-15 49
657 사랑과 운명 (2) 안희선 02-15 49
656 웃음의 미학 (4) 장 진순 02-15 46
655 저기 봄이 오네 (2) 정심 김덕성 02-15 85
654 말과 행동 3 (4) 손계 차영섭 02-15 36
653 눈 속에 핀 꽃 (5) 하영순 02-15 54
652 여행 (2) 임영준 02-15 72
651 어른이 된다는 건 (6) 안국훈 02-15 105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