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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20 09:17
 글쓴이 : 김재미
조회 : 145  

정류장에서 / 김재미




한 움큼 잊힌 시간을 사는 사람
하얀 병실, 천사의 방에 두고 나오는 길
몸을 흔드는 바람 매섭기만 한데
간이 정류소 안 나란히 터를 잡고 있는 긴 의자
붙박이처럼 넋 놓고 앉아 있자니
남겨진 목숨의 길이가 이 만큼인 거라면
부동의 가슴 선득함으로 가득하다
허망한 세월 하릴없이 휘날리는 잡초가
떠날 줄 모르는 끈적끈적한 생의 목마름에
바삭바삭 이미 익어 부스러지는 노안의 꿈
두 눈 질끈 감고 잊자, 잊자, 잊어버리자
때를 놓친 빈 시간 죽음의 그림자밟기 싫어
오지 않는 버스만 탓하면 무엇 하리
외면하려 애쓴 보람 휙 휙 지나쳐버리는
저 못 난 바람에게나 던져버릴까
한 평도 안 되는 바람막이 안에서 숨어본들
잠시의 안락함 앞으로의 전야인지도 몰라
차마 뒤돌아보지 못하는 바보가
서러워도 토해내지 못하는 눈물
소금 꽃 하얗게, 하얗게 가슴 안에 쌓아놓는다

* 현대시문학 엔솔러지, '2011년 평론가가 뽑은 50대작가' 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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