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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 舊. 이달의 시인
 
☆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견시인의 대표작품(自選詩)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법국의 처자들 외 9편 / 최형심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7-06-30     조회 : 829  



 

시마을 7월의 초대시인으로 최형심 시인을 모십니다.

최형심 시인은 2008년 《현대시》로 등단하였으며,

2014년 《시인광장》 시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최형심 시인은 통찰을 바탕으로 한 깊은 천착으로

현실의 부조리와 아픈 내면을 기품있게 표현하고 있으며

사물 및 인간의 내재된 심리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매우 뛰어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형심 시인의 깊이있는 작품과 함께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나시기 바랍니다.

 

=================================

 

법국(法國)*의 처자들 / 최형심

 

 

   (석 달 열흘 아편을 피웠다. 창밖으로 법국(法國)의 처자들이 지나가는 왜관(倭館)의 어느 골목이었다.)

 

   인력거꾼의 눈빛은 처음부터 여기 살지 않았습니다. 나는 조계지의 이양선들마냥 고독해집니다.

 

   삽살개가 버즘 가득한 아이들을 따라 저녁의 담벼락을 핥습니다. 처음 보는 꽃들이 고봉밥처럼 피었습니다. 질그릇에 낙숫물 듣는 소리를 주워 담으며 청국의 기녀들이 지나갑니다. 탕아들, 꽃밭에 무너져 태양과 내통 중입니다.

 

   목각인형을 안은 하역노동자들이 지나갑니다. 침묵을 금과 맞바꾼 처녀애들이 돌아봅니다. 그늘에 묵어가는 이들이 찬물에 밥을 말다말고 별리(別離), 하고 부릅니다. 당신은 백년 후의 목덜미를 만집니다.

 

   풋내가 가시지 않은 초가 아래 앉아 한 백년 당신을 기다려야할까요. 욕창을 가진 노파가 등나무처럼 보랏빛으로 등을 돌리며 이승의 말을 옮깁니다. 아득히 치뜬 버들잎 아래 선염법(渲染法)으로 상처들이 번지고 있습니다.

 

   묘석이 된 가슴을 만지며 천년이 이렇게 가도 좋은가, 길바닥에 젖을 물린 어미는 백발. 아이를 앞세운 여인은 혼자 저물어 바다가 되려합니다. 죽은 자들은 죽어서 더 긴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발 한 짝 안고 저녁의 집을 짓는 아이가 나비의 연장선을 따라 소맷부리로 날고 있습니다. 허공에 방생한 쇠물고기가 온몸을 부딪쳐 피로 번지는 이편, 천 년 전에 당신은 나를 잊었습니다. 물새는 물속에서 슬퍼집니다.

 

   청국의 배가 들어오는 날, 남포등을 켜는 서양식 호텔의 뽀이는 낯선 단어를 깨물더니 입술에 불을 붙였습니다. 미닫이를 당겨 이별하는 법을 먼 동방에 와서야 배웁니다.

 

   입담배를 물고 산파들 희게 웃습니다. 당신, 저편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까.

 

(하루, 이틀, 사흘, 그리고 다시 천 년…….)

 

 

*프랑스

 

 

 

전족(纏足) / 최형심

 

 

 

   눈이 내리면 늙은 기녀는 성긴 머리를 쓸어내린다. 첫눈에 묶인 발자국이 봄 술로 익을 때까지 눈썹을 접어 한 켠에 둔다.

 

   차갑게 숙성되는 발자국을 위하여 붉은 눈의 남자들이 술을 데우고 있다.

   휜 발등을 닮은 달이 뜨면 필경사를 부르러 가는 여종이 유리종을 흔들고

 

   돌난간 위 행려병자들이 먹물에 대고 판각된 별을 희게 베끼고 있다.

   밤의 경계에서 젖을 빠는 늙은 항아들이 민무늬 토기처럼 순수해지고 있다고 청노새는 능묘 곁에 편자를 내려놓는다.

 

   겨울에 유배된 내실의 내력이 미약에 취한다. 비파를 타는 서풍의 서녀들이 현 위에 얹어놓은 밤을 당길 때

   바람이 등불 위에 한 겹 붓자국을 덧칠한다. 기녀가 화첩을 밀어내면 철지난 책들이 늙어가고 금련(金蓮)은 손톱 위에 서리로 덮인다. 추위는 발자국의 반대방향으로 익어간다고 필경사는 회고담을 집필중이다.

 

   객잔에선 어린 아비들 면발처럼 풀어져 바람의 방향을 묻는다. 천축(天竺)에서 온 사내들이 하얀 모래밭을 서걱서걱 외우는데, 푸른 방울소리를 매단 연꽃이 얼음의 가교 위로 미끄러진다. 눈먼 겨울나무의 전언이 우수수 떨어진다. 홍등이 거리까지 나와 배웅하고 있다.

 

   윤달을 비켜간 회화나무가 푸른부전나비의 부음을 듣는 밤, 풍장한 짐승들의 촉이 달을 빠져나오지 못한다. 천공의 상처들, 고열을 예비한다.

 

   담벼락아래 냉기 빠진 발자국이 꾸물거린다. 걸음 하나가 전족(纏足)에서 풀려나고 늙은 기녀의 발에 물이 오른다.

 

 

 

 

호금(胡琴) / 최형심

 

 

   슬픔이 많은 동물은 덩치의 오 할이 감정이다.

   저녁의 가업을 반올림하며 여인들은 마두금 타는 소리에 머리를 잘랐다. 차가운 편자들이 천막과 천막을 지나 늙은 낙타의 눈썹에 달리고

 

   내벽에는 연인들이 밀어낸 밀어들, 바람에 헹군 세간들과 둘러앉아 수테차를 마셨다. 둥근 방에 앉아 여러 생을 돌아서 오는 어린 낙타의 발소리를 들었다.

 

   비천무(飛天舞)를 추는 새들 위에 누가 밤하늘을 뚫어놓았나. 양떼들이 그을음 위에 그을음을 올리고 별의 궤적을 오독했다. 두 개의 현 사이에서 모래산들이 켜켜이 쌓아올린 밤이 완성되고

   짐승에게는 시()가 필요했다. 파란 이마의 여인이 몸을 말고 울림통 속으로 들어간 후, 악사들은 오래 기른 눈썹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두 줄의 현을 건널 수 있을까, 고삐를 놓은 사내들이 빈둥거리고 있었다. 음악은 점선처럼 성실하게 사막에 묻힌 어린 몸을 만졌다. 길들일 수 없는 길을 걸어온 검푸른 소녀들의 비단이마엔 말발굽을 모아 모닥불을 피운 흔적들…….

 

   사막에 서면 가난한 이들은 모두 동갑이었다. 이정표가 된 죽음을 따라 룬으로 떠나는 여인은 무명지가 없었다. 나는 하지 근처의 벌목공처럼 헐벗었으므로 목초지의 목관악기처럼 울었다.

 

   모래 능선 하나가 일어나 마두금의 현 위를 걸어갔다. 졸고 있는 모닥불 옆 돌무덤에 심연 하나를 괴어주었다.

 

 

 

흰 눈썹 위의 풍습 / 최형심

 

 

 

   삼나무에 내리는 눈*을 사랑했네 삼나무를 발음할 때 나는 앞머리가 없었네 눈이 오지 않아도 암스테르담행 기차를 탔네 당신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나는 긴 낭하(廊下)에 갇혔네 눈발은 점점이 잠을 이루고 나는 삼나무와 그리워하다를 자주 헷갈렸네 심지도 않은 삼나무 사이로 조무래기 풍습들이 내리고 우리의 청춘이 밀서처럼 다녀갔네

 

   우리는 스물여덟 덜 떨어진 청춘들 신림엔 삼나무도 없어 우리는 귀퉁이 떨어진 법서들처럼 서로를 사랑했네

 

   밤의 밑그림 아래를 눈발이 서둘러 떠나고 영성체를 모신 소녀들이 흰 꽃처럼 돌아눕는데, 하얀 눈썹으로 당신을 그린 날이면 나를 모르는 내가 무명의 목어로 자꾸만 넘어지네 밀실까지 밀려드는 눈 오는 거리를 차마 떠나지 못하네

 

   무운시(無韻詩)를 외운 물별들에게 안부를 묻는 안쪽, 습한 사물에겐 사물함이 필요하다고 절대치를 가진 나무와 바람과 나를 나누었네 눈 감지 않은 물고기의 잠이 문장에 내려오는 날에는, 알약을 삼키지 않고도 하얗게 둥글어지는 무덤가에서 산짐승을 수습한 밤이 자주 묵어갔네

   폐어(廢語)의 나날도 가고 조무래기 별들도 가고 그리하여 이제 삼나무에 눈은 내리는데, 외눈만 가지고 내가 못질도 없이 깊어지네 당신의 방에는 삼나무의 배꼽들 둥글게 실눈을 뜨며 내려오고

 

   유순한 눈발이 아직 지상을 떠돌고 있는데 겁이 많은 건달들이 소년을 숲으로 데려갔네

 

   국수를 먹은 저녁에는 품속의 풍속들 하얗게 비늘로 덧나는데 수런수런 설레던 수련(睡蓮)이 빗장을 걸고 있네 나의 지붕에는 당신을 다르게 말하기 위해 등이 굽은 사제들이 살고 있는데, 그리하여 삼나무에 눈은 내리는데 당신은 흰 날개를 타고 눈썹을 넘어오네

   

*데이빗 구터슨의 소설

 

 

 

보리멸의 여름 / 최형심

 

 

 

   나의 노래는 은색 휘양을 두른 유월의 바다 위에서 왔다. 모래무치를 묻은 발아래는 적란운……, 외가지에 드리운 실잠자리 주검에 뒷머리를 앓는 아이가 물 위를 떠갔다.

 

   해루질에 지친 몽상가의 아이들과 등롱을 걸고 할미울에서 물그림자를 길어 올렸다. 도르래를 타고 곡식들이 키를 늘이면 주화 속 첨탑으로 걸어 들어가 저녁종을 칠거야.

 

   고래와 구름 사이로 신들이 내려와 늘 푸른 생선이 소녀들처럼 나이를 먹었다. 뭍사람들은 폐허가 벗어 놓은 햇살 쪽으로 가서 눈이 멀었다.

 

   가벼운 신을 신은 전령사들이 수림(樹林)에 청무를 심을 때면 쉬이 해거름 오고 일곱 국경 너머 숨비소리 들려왔다.

 

   농막에 어린잎들이 엎드려 잠들었다고 평발의 물고기좌에선 외뿔을 가진 점자들이 점점이 섬을 이루었다.

 

   푸른 촉에 물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천정(天井)에서 밤마다 별빛 이삭을 주웠다. 별을 남의 식솔들처럼 헤아리며 나그네새는 꽃밥을 비웠다.

 

   몽고지를 저어 닿지 못하는 나라……, 그리운 어족들과 바다풀 집을 짓고 싶었으나 부레를 잃은 애벌레로 청보리밭에서 눈을 떴다.

 

   심해어들과 나란히 누워 부조리극에 초대된 시인처럼 함부로 살았다. 여름이 가자 나의 빈 껍질 속으로 크고 작은 문장들이 들어와 오래 머물다 갔다.

 

 

 

 

편난운 / 최형심

 

 

 

   빨래는 은유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아이가 이불보 뒤에서 웃었습니다. 어떤 때는 엄마가 부르고 어떤 때는 엄마가 부르지 않았습니다. 헝겊조각 두 팔이 허공에 물리고 눈먼 비단나방이 고요를 감아올렸습니다.

 

   전설에 물든 봉숭아 꽃잎이 이불깃을 헤치면 이내 붉어진 노을이 이부자리 아래 누웠습니다. 함부로 지는 일이 일과인 꽃들이 소나기에 젖은 괘종시계 속 물 젖은 숫자들을 헤아립니다. 낮달이 내려오는 정원엔 안으로 자라는 나무의 요일이 있습니다.

 

   북벽에서 뼈들이 달그락 달그락 요의를 느낄 때, 아이는 아홉 번의 여름을 건너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식은 속날개를 위해 바람이 사소한 고도로 공중의 바깥을 들었을까요. 늦은 오후, 제 그림자를 느리게 먹으며 거미가 가고 있습니다.

 

   빨래는 죽지도 살아있지도 않아서 좋았습니다.

 

   바람이 수고로운 풍경을 걷어가고 있습니다. 골목마다 분화구들이 생기고 하얀 소매를 당기며 여름이 가고 있습니다. 슬픔이 많은 양서류들이 뭍을 떠나고 있습니다.

 

 

 

 

 

견자(見者)의 편지* / 최형심

 

 

 

   오늘 양귀비꽃의 도시를 보았습니다. 발자국 다섯 개와 칸나의 지도 한 장 들고 사막을 지날 때였습니다. 구두를 벗어놓은 쪽으로 환절기가 도래하고 지도 위의 거짓말들이 태풍의 눈처럼 깊었습니다.

 

   견딜 수 없는 모자를 쓰자 빈 병은 더욱 선명해지고 알약은 순수해졌습니다. 여우에게 밤의 눈매를 빌려 헤어지는 시늉을 하면

 

   대상의 행렬이 삽날 스치는 소리에 세련된 무릎을 다듬었습니다. 민무늬의 뿔을 가진 숟가락은 아름다웠을까요. 타인의 방향으로 저녁이 와서 순해지는 나의 넝마를 빨았습니다.

 

   목 깊숙한 곳에서 사과가 열리는 소년을 알았을 때 사막의 샘엔 첫눈을 뜬 소금쟁이들과 착한 모래뿐……. 여름과 일요일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눈이 멀 것 같았지만

 

   행려병자처럼 야자수를 닮은 눈썹을 머리맡에 두고 열대에 깃든 물고기를 기다렸습니다. 양귀비꽃그늘에서 주머니처럼 깊어지는 백지를 팔던 날들……, 나비들이 도둑떼처럼 몰려와 우물이 동쪽으로 깊어졌습니다.

 

   이제 모세혈관은 모두 눈물샘 아래 고여 있습니다. 개찰구 너머 오래된 풍습으로 고양이는 늙어갑니다. 이 별에는 일곱 번 이별하는 여자가 미결서류를 팔고 있습니다.

   

*랭보(Rimbaud)

 

 

 

 

 

봉천(奉天) / 최형심

 

 

개울에서 태양의 편자를 줍는 아이들이 춤을 춥니다.

말발굽이 길어지고 비눗방울 속에 가둔 시계가 날아오릅니다.

둥근 뼈를 가진 달동네 꼭대기에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 별들

세공사가 밤의 청력을 빌어 내리막길을 열고 있습니다.

 

낡은 장판에 누워 죽은 비단벌레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을 둘레에 청자색 밤의 궤도가 놓이면

두 개의 거울 사이에서 세상을 탕진한 악사들이 술을 마셨습니다.

걸으면 생겨나는 폐허들

빨간 우체통 곁에서 수수께끼를 실은 기차들이

한 방향으로 세상을 속이고 있었습니다.

 

청명에는 두 손을 모아 두고 간 사람들을 기억했습니다.

여름의 포도원을 지나 혀 안에 머무는 피톨을 헤아리면

골목마다 대신 첫사랑을 앓아줄 사람을 찾는

구인광고가 나붙던 밤,

고요에 몰두한 머리들만 홀로 밥상 앞에 앉아

손목에 검은 선을 그었습니다.

 

태양을 등진 것들만 별이 되는 곳,

아무나 무지개가 되는 하늘 가까운 마을이었습니다.

 

겨울을 교환한 연인들이 나란히 두 개의 계절을 버티며 서있었습니다.

투명한 절망으로 가득한 허공은

진화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쐐기풀 무성한 달빛 공동체,

천형에 다가가 시를 쓸 때면 윗입술만 남았습니다.

마가목을 닮은 사내들은 공중그네를 밀며 마을을 떠나갔습니다.

우산에 감염된 이들이 슬레이트 처마 밑에 모여 살던

첨탑이 하나도 없는 마을이었습니다.

 

 

 

 

 

 

죽음의 계곡에서 온 편지 / 최형심

- 김 알렉산드리아에게

 

 

 

   밀서를 받아든 자작나무숲, 이방의 여인은 하얀 장갑을 낀 팔로 목조 지붕을 건너서 왔습니다. 대장장이의 지붕 아래로 밀약들 모여들고 표정을 바꾼 바람의 행방을 물었습니다.

   식탁 위에는 일곱 개의 요일이 놓이고, 화롯불 아래 벨리알*의 나라에선 산맥의 그림자가 불타고 있었습니다. 12월의 하루는 북쪽을 향하겠다는 전언이 그네를 흔들고 간 뒤 미로 위로 햇살이 꽂혔습니다.

 

   빛의 산란을 꿈꾸는 모슬린 치맛자락이 검은 활주로를 따라 날아오르고, 처형식에 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로 녹슨 철 냄새가 났습니다. 지천에는 그림자를 먼저 보낸 꽃들의 이름이 가득했습니다. 도처에 태양이 무성해지고 있었습니다.

   여인들은 저녁의 문을 열고 회전목마를 타러 갔습니다. 무릎을 세운 자들은 화약 냄새에 기침을 할 것입니다. 불 꺼진 필라멘트의 눈알이 여명을 보고 있습니다. 백야에도 횃불을 밝히는 이 누구입니까.

 

   여기는 숨의 정원, 무정부주의자가 된 문지기들은 한겨울 순록 떼를 따라 떠났습니다. 적막의 국경을 넘어 어깨를 떠는 새의 무게가 숲을 흔들고 있습니다.

 

   어제 처형된 입술에 대한 소문을 오늘의 벽시계가 엿듣고 있습니다. 검은 궤도를 태엽처럼 감으며 해바라기를 가득 실은 화물열차가 줄지어 지나갑니다. 손풍금을 타는 사람들의 손끝으로 붉게 전해오는 저편이 있습니다. 침묵을 떠넘기는 투명한 입술들은 우리의 심장을 겨냥할 것입니다. 죽음의 골짜기를 향하는 여인의 발톱이 반짝, 붉었습니다.

 

 * 벨리알 : 타락천사 중 한 명

 

 

 

 

 

침목(枕木)의 시간 / 최형심

 

 

   나의 기관차는 오래도록 여기 머물게 될 것 같습니다. 화부의 신발은 한밤에도 쉭쉭거리고 정해진 노선이 없는 이곳의 기차들은 먼저 녹는 지명을 향해 갈 뿐입니다.

 

   얼음사원에 청동 종소리를 공양하는 새들은 날개가 없습니다. 느리게 달려온 일반실 커튼이 혼자 흔들립니다. 얼어붙은 하늘이 푸른 벨벳 위에 몸을 숙이고, 눈보라 치는 사원에서 종아리가 붉은 시종이 밖을 내다봅니다.

 

   백발의 여인이 비단꼬치 속 이야기에 넌출넌출 색실을 감으면 창밖에서 폭설이 내밀한 부리로 저녁의 깃털을 다듬고

 

   장래희망을 물을 때면 청어라고 대답하던 소녀는 까치발로 다다르던 은밀한 책들 사이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쇄빙선처럼 흰 달의 모서리를 떼어 유리벽 속으로 들어갈까요. 숲이 바람 부는 쪽으로 떠난 뒤, 벽 없는 집으로 서있으면 세 개의 계절에 눈 내립니다. 왜 비질하는 소리에 자주 넘어질까, 빙점에 이른 기차가 밑그림 속으로 흘러갑니다. 야간비행에서 돌아오지 않은 어린왕자의 이름이 물항아리에 고입니다.

 

   목탄으로 그린 밤과 낮을 지나왔습니다. 자정을 떠난 초침이 새벽의 분침 곁을 스쳐가고, 침목의 개수를 헤아리며 철로를 따라 시간이 흘러갑니다. 마을에는 둥글게 눈이 오고 무량한 적막이 역사(驛舍)까지 내려와 서성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2008현대시등단. 시인광장 시작품상 수상

 

 

 

 

 

허영숙 (17-07-04 11:11)
반갑습니다. 최형심 시인님
평소 시인님의 시를 찾아 읽는데 이렇게 시마을에서 만나 뵙게 되어
더 반갑네요
주신 시 감사하게 읽겠습니다
     
최형심 (17-07-05 09:16)
허영숙 선생님, 반갑습니다. ^^
향기초 (17-07-04 12:48)
천재화가 고호
피카소..

작품을 보면
전 지금도 잘 모름니다

몇 날 며칠
시를 대면해도 어렵다는^^

그러다가 울 꼬맹이(외손녀..4살^^)
좀 더 크면 시인님 시를 해독해 달라고 할 판입니다^^

시인은 타고나는 것 같아요

시인님 시 평시들은
제 맘에 쏙쏙 들어 오는 시여서
열심히 퍼 담아 창고에 모셔 두었습니다

시라고 하기엔 소설 같고
소설이라하기엔
동화 같고

오마이~~갓__::
어렵습니다

더우시져 ..
커피 작은 스픈으로
음..세스픈 넣고
흑설탕 약간 달달하게 해서
각 얼음 듬뿍 넣어 냉 커피  한 잔 두고 갑니다~

창작시방 우수작 심사평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최형심 (17-07-05 09:19)
향기초님, 부족한 제 심사평을 열심히 읽어주셨군요. 고맙습니다.
귀여운 외손녀가 어서 자라서 난해한 제 졸작들을 해석해 주면 좋겠네요.
더운 날씨에 손녀와 행복하게 지내세요~! 
          
향기초 (17-07-05 12:21)
우와
답변두 주시고
넘 고마워요

음..
울 꼬맹이가 상상력도 풍부하구

제가 놀아 주기엔
힘에 부쳐...이궁

혼자 3인 역활극하면서
대부분 혼자 놀아요

을메나 귀여운지

진심 울 꼬맹이를 믿어요^^
응원 고마워요

화이팅``` 입니다~~~다다다
최정신 (17-07-05 10:58)
편편마다 문청들의 가슴에 젖어드는 학습 효과 만점이겠습니다
시평 물론 수박 겉인지 속인지 독자는 잘 알지요.
영혼으로 감상합니다. 시마을에 내려 주신 옥고에 감사합니다.
한인애 (17-07-05 13:53)
좋은 글로 뵙게 되어서 감사드립니다.

어렵지만 반복해서 읽으며 영혼의 소리를 듣고 배우겠습니다.~*...한인애올림
임기정 (17-07-05 23:00)
최형심 시인님 좋은시 올려주셔 감사드립니다.
음미하며 맛있게 읽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손성태 (17-07-06 21:58)
5월 우수작 심사도 해 주시고
귀한 시편들도 올려주셔서 시마을이 환해졌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최형심 시인님.
이왕 오신 걸음 시마을을 산책도 하시고 기웃거려 보시기도 하여
즐거운 나들이가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시마을 운영위원회 회장 손성태 올림.
박해옥 (17-07-07 22:57)
최형심시인님의 시들을 감명있게 읽었습니다
제겐 좀 어렵긴 해도 숨을 참으며 읽었답니다
그리고 많이 반성합니다
더없이 노력하신 흔적들을 시인님의 글에서 느꼈습니다
많이 배우려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형심시인님 ^^*
활연 (17-07-11 10:00)
어디 지진이 났나 싶었는데 진앙이 여기였군요.
시 여울이 세차서 많이 다치고.
후렴구, '넘흐 기죽이지 마,세,요.'
되뇌다가 절며 나갑니다. 눈 화상, 중상...
강태승 (17-09-05 19:05)
감사합니다 ㅎㅎ
조경희 (17-09-06 11:07)
시마을에서 최형심 시인님의 좋은 시를 만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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