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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 舊. 이달의 시인
 
☆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견시인의 대표작품(自選詩)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문정영 / 비타민 외 9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1-05     조회 : 827  



   1월의 초대시인으로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문정영 시인을 모십니다.  문정영 시인은 지난   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잉크, 그만큼등이 있으며,  따뜻한 감성을 바탕으로 존재에 대한 치열한 사유와 함께 삶의 원형질을 잘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계간 시산맥발행인 및 윤동주 서시 문학상 대표 등을 맡아 문학발전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문정영 시인의 따뜻한 감성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비타민 / 문정영 

 

 

  너는 내게 엷은 햇빛 조각 같은 것

  떼어서 먹는 구름과자 같은 것

 

  나비 날개보다 더 펄럭이는 신발을 신고 네가 오던 날

  날개를 펼친 신발에 발을 꽉 집어넣고 제자리걸음하던 날

 

  네 신발에 갈 새의 오른쪽 심장을 그려 넣고 싶었다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을지 묻지는 않겠다

 

  너를 신고 내가 날면 숨 쉬다가 가끔씩 멈추는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을까

 

  가벼운 연애는 농담 같은 것

  작지만 가볍지 않은 너를 물에 녹여 마시면 발성연습처럼 생소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어느 순간 몇 겹의 붉고 깊은 목구멍을 들여다보는 슬픈 너를 비타민이라 읽고 있었다

 

  우리가 날고 싶은 저녁이 오기나 할까

 

 

 

 

 

 

 

 

 

 

 

 

 

銳角예각  / 문정영 

 

 

 

   밤새 위층에서는 각 싸움이 있었다

   몸으로 말로 틀린 각을 잡고 있었다

   너는 조금씩 벌어진 틈을 들여다보고 있었지

 

    어떤 발자국은 울음이 가 닿지 못한 곳까지 아주 멀리 나갔다가 왔다 

  그때,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손을 잡으며, 각을 좁혔었는데

 

  불안은 서로에게 밑줄 친 글들이 조금씩 희미해지면서 생기는 것

  불안해서 개를 키워 본 적이 있니,

  그때 개는 너의 반대편에서 평안해지지

 

  손을 놓아버리기 전에 이미 차가워진 손바닥

 

  그런데 그때 몰랐던 손등이 있었던 것이야, 일그러진 표정을 감추

고 있는, 우리는 그렇게 겨울의 손을 맞잡고 있었던 것이야

 

  한 칼끝이 다른 칼끝을 날카롭게 찌르듯

 

  눈물은 눈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야

 

 

 

 

 

 

 

 

 

 

 

스머프 / 문정영 

 

 

 

 

  작은 버섯구름 위에서 처음 만났지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구름 발자국이 생겨났어

    붉은 모자 하나와 흰 모자 여러 개가 하늘에서 내려왔고, 당신이

손을 가리키면 내 얼굴이 파래졌지

 

    내가 당신에게 물들어갈 때, 거기 물들어갈 당신이 없을 때

   천천히 가는 내 발자국 소리에 길이 물들어 가고 있네

 

   나 아직 모자라서, 내 눈물 스스로 닦을 수 없는데

   저 뜨거운 강을 어떻게 건너가야 하나요

 

   어떤 이의 발목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내 가슴에서 흘러요

   지난 계절에 갈라진 버섯의 내부를 들여다 본 적이 있나요, 거기

섬세하게 붉은 시간이 박혀 있는데,

    내 등에 비치는 불빛을 클럽 모나코라 불러도 우리 결코 모나코에

가 본 적은 없지

  그 후로 나는 스머프라 불린 적 없어, 내 안에서 버섯구름이 사라진

그 순간부터

 

 

 

 

 

 

 

 

 

 

 

 

 

 

 

복도 / 문정영 

 

 

 

  좁고 어두운 통로에 나무가 있었다

 

  발가락으로 걷는 잎사귀들, 귀로 바람 소리를 듣는 너는 그 순간 나무가

아니었다 뜨거웠다, 내가 옆에 없는 데도 타들어 갔다

    내 몸에서 네가 어둠을 듣고 있을 때

  의문을 물고 있던 가지가 툭 떨어졌다

  바람도 없었다

  그게 헤어질 이유는 아니었다, 그때 나는 발가락을 얼마나 꽉 웅크리고 있었던가

 

  누군가를 생각하며 자꾸 수음을 했다

  하루의 모서리가 아팠다

  날벌레들이 어두운 쪽에서 기어나왔다

 

  천장이 낮고 긴 통로에 내가 있었다

  달빛 닿은 곳이 이제 아프지 않다고 했다

  구석을 밟으면 그늘이 파삭거렸다

  저녁이면 햇볕자국에서 파 냄새가 났다

 

  나 없는 동안 복도는 햇볕을 버리고 있었다

 

 

 

 

 

 

 

 

 

 

 

 

 

 

겨울 / 문정영 

 

 

 

 

나무가 사라졌다

바람이 순한 골목에 두었던 너도,

 

그 사이 지워진 것들은

순진, 무구, 웅덩이 이런 명사들

이름이 있는 것들

규정된 것들이 먼저 차가워졌다

 

건너편 가게의 이름이, 종종 걸음의 눈매가 사라졌다

순한 이름일수록 더 빨리 달아났다

 

나무가 동사였을 때, 나는 매달리지 않았다

칸칸이, 나를 채우던 것에서

저무는 것들

 

방금 돌아섰는데 너의 이름이 외뿔소자리였다

몇 겹의 발자국에서

너와 내가 얼어가고 있었다

 

 

 

 

 

 

 

 

 

 

 

 

 

 

 

태 / 문정영 

 

 

 

    그녀는 잠들지 않은 잠을 재운다

   내가 그녀의 몸속에서 지나온 캄캄한 길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그녀의 몸과 내 몸이 닿은 곳

 

   길들이지 못하는 새는 없다

   그녀의 몸에 머무는 동안, 나는 작은 부리를 갖는다 발톱은 자라지 않고,

털은 고르지 못하여, 세상 쪽으로 더 나갈 수가 없다

 

    그녀는 잊기 위해 잠을 재운다, 수없이 떨어지는 파문의 날들 등 두드려주고

있다

   그립다 말하는 순간 잠은 손끝에서 온다, 팔이 아래로 떨어지고 고개가

옆으로 무너진다

    그때 그립다는 말은 얼마나 아플까

   그녀 몸 가까이 대어서 듣는 물소리

   눈에 슬픔이 고이는 동안 아직 날개가 다 자라지 못했는데

 

   그녀가 보는 순간 사물들은 잠든다

   그녀가 보는 순간 사람들은 잠든다

   소리는 아프지 않기 위하여 잠들고

   입술은 떠들지 않기 위하여 먼저 노래한다

 

   불편하게 흔들리는 그 눈의 말을 들어버렸다

   눈물 한 방울에 천 개의 기억이 맺혀 있었다

 

 

 

 

 

 

 

 

 

 

청춘열차 / 문정영 

 

 

 

  오늘은 10년 후에 쓸 10년 전의 새로운 모자, 몰래 나를 만나러온 나비,

이제는 기록하지 않는다, 나는 날아가는 열차

  너는 백과사전 분량만큼 불안을 적어, 마술모자에 담아 보여주었지,

불꽃으로 피기도 하고 불새로 날아다니던

  열차에는 시계가 없어

  차양을 내린 새의 울음이 시간을 알려주었지

  너는 이쪽으로 나는 같은 쪽으로 더 멀리 고개를 내밀고, 모자가 겹치는

쪽이 청춘이다

 

  청춘은 출발하는 순간의 불꽃

  아무도 없는 곳에 네가 멈추기도 하였어

  그때 너와 나는 어떤 수첩이었을까 첫 번째 칸에 너를 적었고 너는 어느

난간에 나를 기록하고 있었는지

 

  눈물이 주먹을 몰래 닦았을 때 그 불빛들 어디에 둘까 고민하던 나비들,

열차는 가고 없고 너와 나는 하나씩 담아온 소원을 풀어 입에 넣어주었지

 

 

 

 

 

 

 

 

 

 

 

 

우추프라카치아  / 문정영 

 

 

 

 

  내가 아는 호수의 발바닥

 

  발가락부터 조금씩 사라지는, 내가 쌓아온 것들은 붉은 발자국이 아니었어

 

  그렇게 걸어 꽃에 도착하기까지는 물무늬가 자갈 위에서 마르지 않아야 하는데

 

  내가 가 닿지 못한 호수는 호수라 부를 수 없어

 

  어느 날 발목이 사라진 꿈을 꾸고

 

  아침마다 가야 하는 그곳에 그날은 갈 수 없었지

 

  호수를 껴안으면 꽃이 되는, 햇빛도 바람도 그만큼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그곳에 당신은 피어서

 

  물기 없이 걸어가는 하루하루가 습자지 같다

 

  꽃이 피면 한 사람이 곁에 머물러야 한다는데

 

  내 발바닥이 비어서 더 이상 걸어갈 수가 없다

 

 

 

 

 

 

 

 

 

 

블랙 / 문정영 

 

 

 

 

너의 눈을 베끼기로 했어 그 불우한 무대 위의 빛이 가슴에서 가슴으로 내리는

 

너의 눈썹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였어

하루, 그 다음 하루를 읽어가는 바람은 숨이 멈추고

나는 겨울별자리처럼 멀리 있었지

 

등이 보이지 않는 너의 뒷모습

 

나는 자주 혼잣말로 너를 베꼈어 그 소리들이 내 입 속에서 굴러다니다 사라졌어

 

의 눈동자에 동그라미를 쳤어, 암사지도 같은

동그라미가 가끔은 거짓으로 보였지

불안을 감추기 위해 꽃을 그려놓았지

 

다시 감각을 찾기 위해 눈을 씻었어

손끝의 눈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지

 

너에 대한 필사는 저녁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는 가벼워진 조명, 껍질 같은 몸짓

 

 

 

 

 

 

 

 

 

 

저녁 / 문정영 

 

 

 

 

그때 그늘이란 말은 당신 저편에 있지

흰 수염의 검은 고양이

나비야, 불러도 컴컴한 능소화 같다

 

불빛 잠든 창가로 천천히 다가와, 수염으로 살아 있는 것들의 불편을 만지고,

 

당신은 모래보다 가벼워, 캄캄해지기 직전 다시 흘러내린다

 

한 사람이 걷는 소리가 저리다

 

이름을 잊은 열매가 쓰다는 것만 기억나지

하루는 몇 마디 말로 건너도 고양처럼 우두커니 온다

그게 구겨지기 전이라서 불빛의 귀가 넓다

오후 7시는 능소화 지기 전의 두루마리구름,

 

펼쳐진 모래가 내내 캄캄한 막을 세우고 있지

 

나는 매일 당신의 잠든 그늘!

 

 

 

1997월간문학등단. 시집 잉크, 그만큼. 계간 시산맥발행인.

윤동주 서시 문학상 대표.

 

최정신 (18-01-05 11:28)
새해 첫 귀객이 오셨네요
올려주신 시풍이 많은 문청의 교과가 될 예감입니다
감사합니다^
양현주 (18-01-05 16:41)
문정영 선생님...ㅎㅎ
여기서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언제 읽어도 좋은시,
선생님의 시는 겨울 난로 같습니다, 시편들이 따뜻해서 몸이 녹는 것 같네요
향일화 (18-01-06 14:29)
문정영 시인님 반갑습니다
독자들에게 좋은 감성을 일깨워주는
비타민 같은 좋은 시 감사합니다.
童心初박찬일 (18-01-07 10:52)
반갑습니다.^^(__)
임기정 (18-01-10 22:53)
문정영 선생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귀한 시 맛있게 읽겠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2018년
반가운 일 많으시고 건강하세요.
대왕암 (18-04-26 09:57)
문정영 시인 시인 선생님 반갑습니다
선생님이  정성으로 만들어 올려주신 예쁜 글 잘 읽어 깊은 감상 잘하고 갑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더 많은 글 올려주지면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강하시고 즐거운 날 되시여 행복을 누리세요
선생님의 글 잘 모시고 갑니다 허락 해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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