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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 舊. 이달의 시인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시인 및 중견시인이  직접 작품을 올리는 공간입니다
☆작품은 자선시 10편 이내에서 올려주세요(html을 체크하고 작성)
 
 
 
 
  
 작성자 : 김두안
작성일 : 2016-03-03     조회 : 2050  






환월(幻月)

김두안
 
 
  나는 어떻게 달에 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 거대한 강가에는 창문이 없는 빈집과 흔들리지 않는 나무 두 그루와 모래 위에 까마귀 화석이 서 있다
 
  나는 소란이 떠난 빈집의 마을을 바라본다 밝지도 어둡지도 못한 불면의 경계에서 달의 멸망한 빛을 생각한다
 
  어느 날 모든 구름은 지상으로 내려와 층층이 빙하 되었으며 까마귀들의 예언처럼 사람들은 강가에서 희고 거룩한 고요의 종교를 발견했다 청동빛 별이 무수히 지워지고 사람들은 스스로 혓바닥을 삼켰다 돌 틈에 작은 붓꽃을 심고 모두 강을 건너가 빙하 속으로 바람과 함께 결빙됐다
 
  강물은 가득 흐르다 부패한 침묵으로 멈춰 버렸으며 검은 바위들이 종단으로부터 이탈한 자를 쫓는 짐승처럼 강가를 지키고 있다
 
  지상의 종교가 죽음 이후 시간과
  빛의 탄생을 약속했듯
  어제도 내일도 아닌 당신 목소리가 빙하에서 고요히 반사 된다
 
  나는 또 몇 번의 생을 거슬러와 이 거대한 멸망의 강가에서 내가 오랫동안 비워 둔 빈집의 문을 연다 나무는 흔들리지 않고 노란 붓꽃에서 눈물 냄새가 난다 그토록 바라보았던 달에 와서
 
나는 분명한 기억 속 당신의 환생을 꿈꾼다
 
  고요로부터 도망친
  내 눈동자에는 달의 환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죽음에 대한 리허설

김두안


나를 쏘아 올렸지
지상에 서 있는 나를 내려다보았어
우린 둘이랄까
분열된 감정은 숫자에 불과했어
 
의사는 사과를 들고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태양을 통과할 수 있었죠?
 
태양은 뿌리가 깊고 자꾸 부풀어 올랐어 두려움이 유일한 통로라고 직감했어 빛의 문이 열리면 어둠은 시간이 되지 나는 투명하니까 나를 산채로 두고 떠나기로 했어 어쩌면 태양이 내 무의식을 통과했을 수도 있어
드디어 안녕
지상의 내가 보이지 않았어
 
나는 오직 어둠을 향해 날아갔어
빛으로부터 도망치듯
생각이 남아있는 속도는 너무 느려
우주는 허허롭고 쓸쓸한 회색 공간이야 아무런 미동도 없었지
 
별을 보는 것과 꽃을 만져보는 느낌의 공통점은
시선이 벌써 다녀왔다는 사실이야 나는 느낌보다 빠른 시선이 필요했어
 
밑도 끝도 없이 떠 있는
어둠의 산맥
별들이 새로 돋아난 행성들
등뼈가 앙상한 은하수는 사막에 버려진 낙타 해골보다 비참했어
 
온통 총탄에 난사당한
별의 도시는
붉은 술잔을 들고 서 있는 인간의 형상이었어
 
우주는 갈수록 암담하게 짙어지고 나는 침묵의 무덤 앞에 부딪히고 말았어
그리고 거기가 끝이었어 어떤 영혼도 통과할 수 없는
거대한 어둠의 벽
나는 홀연한 그림자로 또 두려움 앞에 서 있었어
 
의사가 사과를 자르며 말했다
이봐요!
당신은 아직 거울의 뒷면을 선택한 자유가 없어요
 
나는 어둠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어
우린 하나랄까
분열된 선택은 숫자에 불과했어
 
죽음의 문이 열리면 빛은 시간이 되지 나는 이제 어둠이니까
우주여 안녕?
나는 다시 연둣빛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밤하늘의 등뼈”에서 인용
                                                                                   



집착

김두안
 
 
  당신의 강가에 집을 짓습니다 당신의 집이 흘러가는 구름이 됩니다 당신의 구름이 비를 내리고 점점 사각의 가방이 됩니다 당신의 가방이 겨우 혀를 깨물고 책이 됩니다 당신의 책이 화분에서 피어난 일요일이 됩니다 당신이 혼자 풀밭에서 잠을 잡니다
 
  당신이 꿈을 꿉니다 당신의 둥근 달이 뜹니다 달이 무척 작아져 돌멩이가 됩니다 당신의 돌멩이가 풀밭에 툭 떨어집니다
 
  당신의 강가에 안개가 핍니다 당신의 안개가 가만히 서 있는 발소리가 됩니다 당신의 발소리가 선명한 그림자가 됩니다 당신의 그림자가 이제 망설이는 사다리가 됩니다 당신의 사다리가 목이 너무나 긴 망원경이 됩니다 당신의 망원경이 울지 않는 새가 됩니다 당신의 새가 담장을 넘어가는 빨간 풍선이 됩니다 당신이 풍선에 타고 동물원에 갑니다
 
 


인터뷰

김두안
 
 
거미가 내려온다. 물기가 스미듯 거미는 어두운 방 안에 여덟 개의 모서리를 펼치고 죽어가는 자의 내부를 기록한다
 
(침대는 무덤이 아니야
나비를 놓아줘)
 
거미는 죽어가는 자의 입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빛이 썩어가는 냄새가 나는군
거미는 신의 손가락처럼 투명한 타액의 비를 내린다
 
혀를 다오
혀를 다오
너의 침묵은 애가 잃어버린 감정이지
넌 거울 속에서 불길한 구름을 본 거야
거미는 청색 혀의 수액을 빨아 먹는다
 
거미는 다중성의 영혼처럼 검은 눈으로 죽어 가는 자의 머릿속에 속삭인다 무수히 걸어온 길이 녹아내는군 거미는 폐부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과 비명을 지르던 차가운 얼굴의 시선을 바라본다
 
(나는 무덤이 아니야
나비를 놓아줘)
 
머릿속에서 태어난 거미 새끼들 까만 물방울이 되어 흩어진다. 거미가 네 개의 발로 전생을 사각사각 오려낼 때 죽어가는 자의 숨소리는 다시 저망 앞에서 팽창한다.
 
말을 다오
말을 다오
너의 후회는 내가 풀지 못한 비밀이지
넌 거울 속에서 내 심장 소리를 들은 거야
거미는 죽어 가는 자의 기억 속에 앞뒤가 없는 두 개의 문을 만든다
 
밤은 죽고,
나비는 하얗고,
 
거미는 구름의 발을 잠재운다
나비는 고요히
허공을 가장 불안하게 날아간다


새들이 돌아오는 저녁
 
김두안
 
 
 
새들이 돌아오는 저녁을 꽃이라고 부른다
나는 꽃을 꺾어 해안에 던진다
 
새들이 부리를 닦고 바위에 사람 이름을 새긴다
눈썹처럼 돌아온 새가
차갑게 우는 것은
아직도 저녁 불빛을 향해 배 위를 달려가는 그림자를 보았기 때문이다
 
새들이 돌아오는 저녁을 등대라고 부른다
나는 불빛을 꺾어 바위에 던진다
 
새들이 침묵을 물고 바위 속에 제 그림자를 접어 넣는다
말갛게 씻긴 발을 들이고 신열에 떨며 몸을 웅크린다
새들이
눈을 감고 바라보는 낡은 부리에는 어느 백랍 같은 영혼의 냄새가 묻어 있다
 
새들이 돌아오는 저녁을 안식처라고 부른다
나는 돌아오지 않는 새를 기다리기로 한다
 
어두운 심연에서 떠오른 안개가 거대한 혀로 바위를 삼키고 해안을 점령한다
폭풍우 속으로 사라졌던
검은 배가 처량한 뱀의 소리를 내며 부두에 와 닿는다
안개 속에서 폐허가 된 마을로 걸어가는 젖은 발소리가 들린다
 
짙은 안개는
새들의 바위를 다 어쨌을까
 
안개 속으로 섬이 사라지고
죽은 이름들 밀려오는 밤이면 새들은 꽃을 먹지 않는다
 


바람이 다시 쓰는 겨울  
 
​김두안


나는 강물의 얼굴을 알고 있다 새들이
죽은 버드나무 위에
집을 짓지 않는 시간에 대하여
 
물결이 물결 위에 쌓이는 겨울 강물의 폐허에 대하여
 
나는 죽어도 좋을까
다시 죽어도 줗을까
 
버드나무는 죽어서도 버드나무 뿌리에서 시작해 가지에서 끝나는
겨울의 찬란한 혁명을 알고 있다
 
버드나무를 구름이라고 부르는
언 강물을 긴 편지라고 부르는
 
까마귀 떼가 누군가의 심장을 파먹다
가-가-가- 외치며 날고 있다
 
버드나무의 얼굴이 귀신처럼 휘파람을 불면
눈이 올 듯 번지는
수상한 노을의 저편
 
바람이 바람결 위에 쌓이는
겨울 강물에
죽은 버드나무 그림자 백지장처럼 얼어가고 있다
 
얼어붙은 그림자 위에
바람이 새긴 투명한 잎사귀들
 
해가 얼음 속으로 스미는 저녁 무렵
 
버드나무의 전생을
바람이 다시 쓰는, 겨울 강물에 대하여
 
 
 
 A는 B가 아니다

김두안
 
 
양쪽 벽에는 두 개의 거울이 걸려 있다 거울 속에 거울... 거울 속에 거울이 서로를 집요하게 비추는 행위는 사랑에 대한 명백한 자서自書이다 거울은 벽에서 처음 발견한 상대를 투명하게 비추다 벽 속으로 점점 깊어져 결국 자신의 모습까지 어두워진다 이것은 집착에 대한 나의 오래된 결론이다 하나의 얼굴이 거울을 면밀히 살필 때 거울은 벽과 자신의 거리를 알게 되고 거울이 거울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이별에 대한 차가운 물증이 된다 엘리베이터에서 하나의 얼굴이 둘로 갈라져 사라지고 두 개의 거울은 비로소 서로 냉정한 벽이 된다 이 또한 나와 거울과의 관계이다
 
 
 
 비의 숲

김두안
 
 
먹구름처럼 흔들리는 솔숲에
두 잎,
세 잎,
가는 비 오시나  
솔잎 떨어지는 소리 
바위의
돌멩이 발자국 지우고, 저녁이 쌓이시나 
내 불안한 생각은 잠시
솔숲에 머물러, 
저녁이 불러오는 바람이 되고
캄캄하게 바스락거리는 기별이 되기도 하지
그래, 바람은
휘청
참 가파른 길 쉽게도 떠나지
사랑은
떠난 후 가늘게 쌓이지
먹구름처럼 흔들리는 솔숲에
혼자
붉게 쌓이다, 가는 소리
오는 비 마르고, 가는 비 오시나


 검은 나무들  
 
 김두안
 
 
달린다
  검은 강둑 위, 검은 버드나무들
 
  말이다 곰이다 낙타다 꿈틀거리는 거대한 애벌레다
  휘어졌다 휘어오른다
 
  앞발을 던졌다
  온몸을 던진다
 
  바람보다 빨리 달려가는 나무들 발목이 보인다
  어둠이 뿌리째 뽑힌다
 
  제 몸을 뿌리치고 미칠 듯 달려가는
  저 나무들
  나무 속에 갇힌 짐승이다
  (밤마다 나무들 뿌리 박힌 동물로 변하는 것 같다)
 
  봄부터 봄까지 달려가 더 무성히 자라 있는
  나무들
  나 아닌 나로부터의 침입자다
  무늬 옷을 입고
  나무처럼 서서
  강둑 철책선 지키는 경계병들 눈빛 틈타
  고요히 울부짖고 달려가는
  나무들
  나로부터 끝없이 도망치는 탈영자다
  (자동차 불빛에 들켜, 혓바닥 헐떡거리는 그림자)
 
  벼랑에 별빛도 흔들리는
  밤,
  이면裏面
 
  저 검은 나무들
  우주 끝 어둠의 언더까지 순식간에 다녀온다
  (휘어진 가지가 쏘아 올린 수많은 별, 그림자가 지나간 환한 구멍이다)
 
  어젯밤 뿌리 깊이 잠 든
  내 꿈속 벗어나려
  악착같이 제자리 뛰어가는 나를, 보았다  
 
 
 
우리는 구체적일 수 없는 얼굴

김두안
   
 
얼굴에 확 달라붙은 하루살이 떼는
노을 타는 먼지들, 순간
털어내도 눈앞이 캄캄한 얼굴
 
하루살이 떼는 오직 하나의 얼굴 아니
몇 개의 얼굴 아니
수천 마리의 우글거리는 얼굴
 
노을을 아무리 반죽해도 위로가 될 수는 없는 얼굴,
흩어지다
다시 아 입을 벌린 허공
 
하루살이 떼는 허공의 실체일까
얼굴의 기억일까
그러나 아우성을 쳐도 끝까지 고요한 얼굴
 
바람 속에서도 서로를 고스란히 기억해 내는 얼굴
우리는 중심이 비어서
더 정신없이 머리를 흔드는, 그러니까
사랑해, 사랑해......,
다시
우리 관계는 하루살이 떼
 
흩날리는 것은 하루뿐만 아니어서
태어나자마자 죽어야 할 일들이 많은 얼굴
 
오늘도 수천 마리 하루살이 떼는
하루루
하루루 타오르는
우리는 구체적일 수 없는 얼굴
 
새가 뚫고 지나간
하루살이 떼는, 무슨 할 말이 있는가
 

金富會 (16-03-03 09:19)
김두안 시인님....반갑습니다..
올려주신 좋은 작품 잘 감상하고 갑니다.
환한 봄날 지으시기 바랍니다. ^^
조경희 (16-03-03 09:58)
김두안 선생님 어서오십시오
시마을에 좋은 시를 올려주시고
함께 공유할 수 있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 받으시기 바라며
따뜻한 봄 만나시기 바랍니다
허영숙 (16-03-03 14:07)
김두안 선생님 반갑습니다.
요즘 많이 바쁘실텐데 이렇게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시 읽으며 많이 배우겠습니다

글이 중앙으로 집중되어 있어 수정해드렸습니다
손성태 (16-03-03 23:43)
김두안 선생님 고맙습니다.
시마을에 사는 가족님들께 큰 선물을 주셨습니다.
느끼고, 공감하고, 뒤따라 가는 후배 시인님들의 힘찬 발걸음이
보입니다.
건안하세요~
최정신 (16-03-07 11:03)
김두안선생님 초대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인님의 시로 많은 공부가 되는 시마을 문청들을 위해 내어 주신 시간에 다시 감사합니다
머무시는 동안 편안하고 좋은 시간 되십시요^^
산저기 임기정 (16-03-24 21:45)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늘 편안한 날 되세요
김두안 선생님
풍차주인 (16-03-31 12:39)
재밌는 시와 글입니다
영상시와 카페에..
함께 해보겠습니다.
주거니받거니 (16-05-13 22:50)
인연따라 대문을 들어서니 금파 선생님의 시세계를 접하여 영광입니다
먼 길도 가까이 걷는 지혜를 배우며 시상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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