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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7-10-10 03:27
 글쓴이 : 湖巖
조회 : 693  

물사슴의 계절 / 이병일

 

뿔은 늘 두개골 깊은 곳에 있어

뇌의 협곡은 건드리지 않고 머리통을 뚫고 자란다

 

희끗희끗하고 거무튀튀한 筍 속엔

더는 갈 곳 없는 몸의 분노들이 모여있다

침묵의 부스럼을 만드는 시간이 잠겨있다

 

그러나 단단하고 유연한 뿔은

죽음보다 높은 곳을 향해

수직의 고단함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자주 공중을 치받아 상처를 내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무 껍질을 긁어 뿔의 냄새를 숨기곤 했다

 

뿔은 까다로워지기 위해

톡톡 긋는 빗줄기의 감촉을 건드리기 위해

겁 없는 용기를 내비치지 않기 위해

아름다운 나뭇가지 冠을 뒤집어쓴다

 

오늘도 목숨의 깊이만큼 뿔은 들키고 싶지 않아

공중을 쥐고 높이높이 가지와 가지 사이에서

구름 빛으로 번져나간다

해와 달을 찌르고 새를 찔러 어둠을 부른다

 

그때 뿔에 끌리고 뿔에 밀리는 물사슴의 게절이 우거진다

 

* 이병일 : 1981년 전북 진안 출생, 2007년 <문학수첩> 시 당선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 시집 (옆구리의 발견)

 

# 감상

   뿔은 초식동물에서 공격용이 아닌 육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무기로 생겨난 것이다

   청도 소싸움에서 보았듯이 황소의 뿔은 대단히 위용이 있고 정력과 박력,

   그리고 강인한 용맹의 대명사인데,

   시에서는 사슴의 뿔을 주제로 다정함, 유약함, 헤맑음 등 청순함의 이미지를

   조곤조곤 내세워 뿔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 아름다운 나뭇가지 관을 뒤집어쓴다

   - 해와 달을 찌르고 새를 찔러 어둠을 부른다

   청순한 사슴뿔의 이미지 轉移는 자연의 아름다운 理致를 맛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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