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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7-10-19 21:40
 글쓴이 : 안희선
조회 : 605  

입산한 내가 하산한 너에게 / 이기와

오랜 풍화에 시달려 속살이 벌겋게 드러난
이 정상의 등짝을 보기 위해
마른 산이 내지르는 따가운 침묵 소리를 듣기 위해
텅 빈 시간의 밑바닥에서부터
넝쿨처럼 기어 올라왔던가
가슴이 붕괴된 벼랑 끝에 매달려
벼랑보다 더 아슬하게 살아가는
저 비탈진 나무들의 뒤꿈치를 보기 위해,
추레한 흔적만 가지 위에 어지럽혀 놓고
어디론가 망명하는 뜨내기 새떼들의
시린 등을 마중하기 위해
칼슘 빠진 기억의 뼈들을 곧추세워 올라왔던가
길 아래로 흐르는 길들을 버리고
한사코 수직으로 깍아지른 절벽을 타고 오르려는
이건 대체 무엇에 대한 집착이란 말인가?
막상 올라와보면
어제의 사진들처럼 허름한 몰골들뿐인데
지상에서 올려다보던 부러운 우상들은
이미 하산하고 없는데
한낱 허공의 이름과 맞닿은 봉우리들중 하나
너는 나를, 나는 너를 정복하기 위해
발밑 저 무구한 길들의 가슴팍을 흠집내며
다투어 기어 올라왔던가





詩人 이기와 (本名 이경옥)


1995 행원 문학상 受賞
1997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01 문예진흥원 창작지원금 수혜
詩集, 『바람난 세상과의 블루스 』『천마가 날아간 하늘 』
『시가 있는 풍경 』『그녀들 비탈에 서다 』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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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 생각>

입산한 내가 하산한 너에게...

아, <'나'라는 견고한 어둠>을 뚫고
힘겹게 만나는 <먼 빛> 같은 느낌의
詩 한 편이다

'나'라는 벽(壁) 속의 세계로 부터
끊임없이 탈출하고자 하는 심리가
독백[Monologue]의 어조(語調)로
잘 표현되고 있는 느낌

이런 내재심리(內在心理)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내면에 깊숙이 간직된 건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를 벗어나, 새로운 <나 = 너>를
찾는 그 더듬이의 지리한 모색(摸索)은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 모두의 삶에 깃든 공통분모로써의
대립항(對立項)이 아닐지?

다만, 詩에서 말해지는 것처럼
설정되는 <나의 기준>이란 게
흘러가는 세월과 함께 늘 <현재의 나>를 앞질러 가고
있는 <미래의 나 = 너>라는 것에 안타까움이 있지만

시인 자신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설의법(設疑法)을 동원해서
詩를 맺고 있는데

입산과 하산이란 시적 설정(設定)을 통하여,
시인 자신의 현실내지 어둠을 때로는 자조(自嘲)하듯이,
때로는 처연(凄然)하게, 정밀한 언어로 형상화 하고 있음이
돋보이는 詩 한 편이다

그나저나, 시인은 잘 지내고 있는 건지?

佳人 시인과 함께 김포에서,
인사를 나눈지도 어언 15년이 넘어간다

아무튼..

언제, 어디서나 무사하고 튼튼하시길


                                                        - 희선,



Appassion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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