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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7-10-30 05:52
 글쓴이 : 湖巖
조회 : 622  

가문비 돛대 / 유인채

 

우듬지로 바람을 끌어 모으는 가문비나무

숲이 일렁이고 바람은 회오리로 몸을 바꾼다

높이 돛을 새우고 숲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된바람에 한바탕 파도가 치고 돛대는 일제히 서쪽으로 휘어진다

 

산등성이에 정박한 지 수 십 년,

가문비 선장은 비밀지도 한 장 품고 길을 탐색 중이다

수없이 하늘길을 더듬던 가문비나무

몇그루나 바다의 돛대가 되어 바람을 다루며 살아남았을까

 

등뼈가 휘어지는 돛대

그 아래 키 작은 나무들이 떨고 있다

저기 보이지 않는 암초가 있는 것일까

가문비나무가 선봉에 서서 부추기지만 숲은 여전히 발이 묶여있다

 

갈수록 바람은 사나워지고 가문비 선장은 늙어간다

언제쯤 닻줄을 풀고 출항할 것이가

 

필시

이 지루한 항해의 끝은

바람이 부러지거나,

돛대가 부러지거나,

 

* 류인채 : 1961년 충남 청양 출생, 2014년 <문학청춘>으로 등단

 

# 감상

   바람이 나무를 흔들어서 흔들리는 나무는 수동인데, 화자가 능동으로 바꿔놓으니

   사뭇 생동감과 활력이 있다

   산등성이 가문비나무 몇 그루가 돛대가 되어 숲을 통째로 먼 바다로 몰고 간다

   갈수록 바람은 사나워지고 가문비 선장은 늙어 가지만 숲은 여전히 발이 묶여있다

   눈을 감으면 세찬 바람에 숲의 나무들이 몹시 일렁이는 모습이 선하다

   어려운 은유도 쓰지 않고 깊은 상징도 묻어놓지 않았는데도 자연의 현상이 심상 속

   에서 생생하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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