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7-10-30 18:58
 글쓴이 : 안희선
조회 : 576  

 

받은 편지함 - 강화의 가을 / 허영숙 




어쩌자고, 이토록 오래 묵혀 두었나, 저 편지들
처음 열어 본 편지함에는 비릿한 달의 목록들


한 통씩 밀려와 쌓이는 동안 사연만 묵어서 어떤 것은 해독하지 못하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물의 걸음은 기다리는 편지만큼 더디고



한 나절 울던 여자가 슬픈 사연이 담긴 소금 자루를 지고 가는 풍경에 매달린 이름 같아
나지막하게 불러보는 외포리,



아직도 기다리는 편지가 있다는 듯 텅 빈 편지함을 맴도는 새들의 기다림이 짠데



물의 행간을 뒤적이고 돌아온 시린 발들이 쓰고 누울 따스한 사연 하나 두고 싶어지는 동막의
가을에는



저녁 미사를 올리는 하얀 손들의 기도가 가득하다

 
한 번 보고 평생 못 볼 사람 하나 여기 두고 가듯

 

돌아가는 걸음이 무겁고 느리다






huhyoungsook113.jpg

경북 포항 출생
釜山女大 졸
2006년 <시안> 詩부문으로 등단
시마을 작품선집 <섬 속의 산>, <가을이 있는 풍경>
<꽃 피어야 하는 이유>
동인시집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시집, <바코드 2010> <뭉클한 구름 2016>等




<감상 & 생각>

2017년의 가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우리네 삶이란 게 생각하면 참, "덧없음"인데요

그나마 시인들의 詩가 있어 덜 쓸쓸한 거 같습니다


삶이란 디렉토리 안에는

외로움, 그리움, 추억, 슬픔, 사랑 등

참 많은 항목의 화일들이 있는데

그 항목들에 자리한 보낸 편지함과 받은 편지함이 어느 날엔

깊은 속살로 지닌 시어처럼 트여보이기도 하지요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시 감상 역시 시험장의 답안지가 아닌 이상

시에 대한 감상과 해석은 시를 읽는 독자의 관점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는 거지만..


아슴히 남겨지는 가을의 정경이그리움으로 익어 타오르는,

마치 삶의 뿌리에서 부터 젖어오는, 가을의 적요한 선율이 되어

오랜 여운으로 남겨지네요


" 한 번 보고 평생 못 볼 사람 하나 여기 두고 가듯

돌아가는 걸음이 무겁고 느리다 "


마지막 행은 슬프고 황홀한 삶이 드리우는,

속 깊은 진폭(振幅)의 울림 같기도 하고


가을을 단순한 계절의 묘사가 아닌,

삶의 무게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상상 안에

시인 자신의 무게가 담긴 느낌


모든 게 점점 화석화(化石化)되어 가는 이 삭막한 시대에

삶을 삶 그대로 담으면서도,

감정이 순화된 시 한 편이 주는 고요한 감동


아직은 이 세상에 시가 있어야 함을 말해주는듯 합니다


                                                                                   - 희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조경희 07-07 14968
1245 그림자 속으로 / 김두안 湖巖 06:11 17
1244 시어(詩語)와 심어(心語)[풍문/ 김선순 외 2] 金富會 02-23 26
1243 시법(詩法) / 아치볼드 매클리시 안희선 02-22 46
1242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안희선 02-21 103
1241 낙수 / 조정인 湖巖 02-21 80
1240 물 / 이정록 안희선 02-19 117
1239 지구의 속도 / 김지녀 湖巖 02-19 68
1238 난, 삼천원짜리 국밥집을 하고 싶다 / 채정화 안희선 02-18 110
1237 시와 연애의 무용론/ 윤준경 金富會 02-18 77
1236 비밀의 문 / 이용헌 湖巖 02-14 116
1235 동태탕을 먹으며/김순철 金富會 02-12 135
1234 감상적 독자 / 이화은 湖巖 02-12 88
1233 새가 되는 법 / 최호일 湖巖 02-09 160
1232 바람 속에서/정한모 강북수유리 02-08 166
1231 함박눈 / 이원숙 李진환 02-06 204
1230 울부짖는 서정 / 송찬호 湖巖 02-06 163
1229 쉰/ 이영광 金富會 02-05 160
1228 늑대보호구역 / 하린 湖巖 02-04 128
1227 일회용 기저귀 / 김진수 李진환 02-02 129
1226 목마른 입술로 / 최예술 湖巖 02-02 190
1225 나는 누구의 구멍일까/김완수 金富會 01-30 174
1224 눈 / 이재훈 湖巖 01-30 204
1223 김진수 시집 (설핏) 해설 金富會 01-29 170
1222 호수공원 / 신용묵 湖巖 01-28 174
1221 누군가 창문을 조용히 두드리다 간 밤 / 김경주 湖巖 01-25 260
1220 내 안의 우물 / 황정숙 湖巖 01-23 262
1219 반 지하/ 이진환 金富會 01-22 209
1218 까치밥 / 이종원 李진환 01-20 220
1217 교행(交行) / 류인서 湖巖 01-20 196
1216 무심(無心)에서 유심(有心)으로[오전 아홉시에서 열시 사이/ 금란 외 2] 金富會 01-18 194
1215 달과 돌 / 이성미 (2) 湖巖 01-18 219
1214 독바위 / 전동균 湖巖 01-16 215
1213 나비 그림에 쓰다/ 허영숙 金富會 01-15 248
1212 슬픈 환생 / 이운진 湖巖 01-14 247
1211 그대 / 이형기 안희선 01-12 355
1210 아시아의 국경/김해자 童心初박찬일 01-11 167
1209 사람에게 묻는다-휴틴 童心初박찬일 01-11 202
1208 만삭 / 김종제 안희선 01-11 217
1207 첫 사랑 / 류 근 湖巖 01-11 307
1206 지상에 없는 잠 / 최문자 湖巖 01-09 267
1205 자동세차 / 김옥성 湖巖 01-06 235
1204 입술 / 강인한 湖巖 01-02 355
1203 모래 위에 두 발자국-네카타(necata) 童心初박찬일 01-01 232
1202 일기예보-이형기 童心初박찬일 12-31 356
1201 죽지 않는 도시-이형기 - 童心初박찬일 12-31 235
1200 너의 날 / 권터 아이히 안희선 12-30 285
1199 자화상 /박형진 강북수유리 12-29 293
1198 주남저수지의 어느 날 / 허만하 湖巖 12-29 274
1197 주제 論 [소금/ 장윤희 외] 金富會 12-28 246
1196 무소유/ 박정원 金富會 12-26 351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