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7-12-02 15:47
 글쓴이 : 童心初박찬일
조회 : 534  

아침 식사


              자크 프레베르 (프랑스 시인)

그는 잔에 커피를 부었다
그는 커피잔에 우유를 탔다
그는 우유를 탄 커피에 설탕을 넣었다
그는 작은 숟가락으로 커피를 저었다
그는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잔을 내려 놓았다
나에겐 아무 말 없이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연기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그는 재떨이에 재를 털었다
나에겐 아무 말 없이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일어났다
그는 머리에 모자를 쓰고
그는 비옷을 입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는 비속으로 떠나갔다
말 한마디 없이 나를 보지도 않고
그리고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울고 말았다

 

 

프랑스에 자크 프레베르라는 시인이 있었다. 그 시인은 프랑스인이 좋아하는 시인이자 영화감독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아는 이브 몽땅이 부른 <고엽>이라는 유명한 노래를 작사한 사람이기도 하다.

*감상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앵글을 밀었다가 당겼다가 하면서 한 사내가 아침식사를 하는 동작을 상세하게 표현한다. 카메라만 돌아갈 뿐, 감정이입이라고는 전혀 없다. 그런데 무척 슬프다. 감정 이입이 된 시보다 더 슬프다.

부부가 아침 식사를 함께 하면서 단 한마디의 말도 섞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낀다면서....

자크 프레베르의 시는 상당히 시각적이다. 자크 프레베르는 슬픔이나 절망을 앵글 하나로 담담하게 표현한다. 너무 담담하게 표현해서 더욱 절망적이고 너무 담담하게 표현해서 더욱 슬퍼진다, 마침내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우는 한 여인처럼...

이 시를 읽으며 우리의 아침 식사는 어떠한지 생각해 본다.
우리 부부의 사랑은 어떠한지 나를 되돌아 본다. 

텅 빈 접시를 바라보면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조경희 07-07 16107
1217 소를 웃긴 꽃 / 윤희상 湖巖 04-24 56
1216 혀의 가족사/ 하종오 金離律 04-23 51
1215 달과 북극 / 이날 湖巖 04-20 87
1214 지난 겨울의 강설(降雪) / 배정웅 안희선 04-18 96
1213 축약, 리얼리즘/로댕과 반가사유상/권상진외 2 金離律 04-17 86
1212 무명시인 / 함명춘 湖巖 04-17 123
1211 선운사에서 / 최영미 湖巖 04-15 139
1210 그대 生의 솔숲에서 / 김용택 안희선 04-14 164
1209 봄, 본제입납 / 허영숙 안희선 04-13 135
1208 저녁에 이야기 하는 것들 / 고영민 湖巖 04-13 124
1207 머나먼 동행 / 홍수희 안희선 04-10 193
1206 소금창고 / 이문재 湖巖 04-10 151
1205 시, 기도, 약속[무한 질주/ 이진환 외 2] 金離律 04-09 133
1204 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 / 양현근 서피랑 04-08 195
1203 돌지 않는 풍차 / 송찬호 湖巖 04-08 125
1202 사과나무에게 묻다 / 김규진 湖巖 04-06 175
1201 소금 / 이경록 안희선 04-04 187
1200 삼겹살 / 김기택 湖巖 04-04 191
1199 사랑이 있는 풍경 / Saint-Exupery 안희선 04-03 190
1198 늑대와 여우 / 오정자 안희선 04-03 186
1197 아침의 한 잎사귀 / 송종규 金離律 04-02 185
1196 기억 꽃잎 / 최하연 湖巖 04-02 188
1195 격언 / Jacques Prevert 안희선 04-02 136
1194 목련이 필 때면 / 유영훈 안희선 03-31 269
1193 소금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 / 이건청 湖巖 03-30 151
1192 자줏빛 연못 / 김선향 湖巖 03-28 202
1191 장마 / 배한봉 湖巖 03-26 213
1190 타자에서 내가 되는 순간─이성복 『그 여름의 끝』, 『호랑가시나무의 기… 이기혁 03-26 192
1189 서랍이 있는 풍경 / 정수경 湖巖 03-24 231
1188 그대 무사한가 / 안상학 안희선 03-21 321
1187 달의 뒷면을 보다 / 고두현 湖巖 03-21 240
1186 비에도 지지 않고 (雨にもまけず) / 宮沢賢… 안희선 03-19 261
1185 불 켜진 고양이 / 홍일표 湖巖 03-19 201
1184 새 / 고영 湖巖 03-17 284
1183 잇몸/안경모 童心初박찬일 03-15 241
1182 바람의 냄새 / 윤의섭 湖巖 03-15 337
1181 투명해지는 육체 / 김소연 안희선 03-14 286
1180 말의 힘 / 황인숙 안희선 03-13 326
1179 목련 / 고정숙 안희선 03-12 415
1178 크레인 / 송승환 湖巖 03-12 229
1177 상뚜스 / 노혜경 안희선 03-11 265
1176 가을이라고 하자 / 민구 湖巖 03-10 254
1175 새벽 / 박계희 안희선 03-09 313
1174 저녁의 변이 / 강서완 湖巖 03-08 279
1173 물을 읽는다 / 채정화 안희선 03-07 328
1172 아파트를 나오다가 / 박봉희 湖巖 03-06 319
1171 동전 속위 새 / 정지윤 湖巖 03-03 307
1170 잠 속의 잠 / 김다호 湖巖 02-28 363
1169 할증된 거리에서 / 허영숙 안희선 02-27 359
1168 저녁의 궤도 / 문성희 湖巖 02-26 363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