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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7-12-05 08:54
 글쓴이 : 湖巖
조회 : 580  

어느 악사의 0 번째 기타줄 /함기석

 

흉부가 기타로 변한 여자가 어둠 속에서

늙은 몸을 조율하고 있다

심장을 지나는

여섯 개의 팽팽한 핏줄들

 

눈을 감고 첫 번째 줄을 끊는다

금세 깨질 것만 같은 울림 통에서

새들이 날아오르고

핏물이 저음으로 흐른다

 

기억의 동맥으로

망각의 정맥으로

심장 아래

시간의 텅 빈 자궁 속으로 흐른다

 

여자는 어둠을 안으로 삼키고

두 번째 줄을 끊는다

음의 물결 사이로

죽은 아이의 얼굴, 말들의 울음이 떠돌고

구름이 흘러나온다

내장이 훤히 비치는 구름

 

마지막 줄을 끊자

아이가 잠든 숲, 숯보다 어두운 숲의 지붕으로

연못이 떠오르고

여자의 몸이 묘비처럼

밤의 낮은음자리표 쪽으로 기운다

 

시간이 타버린 얼굴엔

검은 반점들이 추상 문자로 남아 있고

핏줄은 점점

소리 없는 음이 되고

샘의 늑골 밑으로 어둡게 번져간다

 

신음 속에서 0 번 줄을 퉁긴다

울림통 가장 밑바닥 샘에서 통을 깨는 음

침묵이 흘러나온다

아이가 기르던 은빛 물고기들이 나와

공중의 연못으로 헤엄쳐가고

시계들이 날개를 활짝 펴고 0 시의 바깥세계로 날아간다

 

하늘엔 주름진 바위

누가 악사의 혼을 저 어둡고 축축한 천공에 옮겨놓았을까

기타에 붙은 두 손이

흰 새가 되어

숲의 적막 속으로 무한이 날아간다

 

# 감상

   그로테스크 하면서도 황홀한 청각적 감각과 시각적 감각이 여인의 몸을 울림통으로

   해서 튕겨 나오고 있다

   그런데 여인이 줄을 튕기는 것이 아니라 끊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자신의 소멸(죽음)

   과도 관계가 있는듯 하다

   눈을 감고 첫 번째 줄을 끊으니 기타 음이 핏줄을 타고 기억은 동맥으로 망각은 정맥으로

   시간의 텅 빈 자궁 속으로 흐른다

   어둠을 삼키고 두 번째 줄을 끊으니, 죽은 아이의 얼굴, 말들의 울음이 떠돌고 내장을 비치는

   구름이 흘러나온다

   마지막 줄을 끊자, 여인의 몸이 묘비처럼 밤의 낮은음자리표 쪽으로 기운다

   여인은 또 신음 속에서 0 번의 줄을 퉁기는데, 이는 침묵의 세계에서의 활동을 말하는듯 하다  

   은유의 폭이 넓어서 구태여 화자의 정확한 의중을 읽으려 할 필요없이 독자의 느낌 그대로

   운율을 타고 즐겨보는 것이도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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