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7-12-05 09:52
 글쓴이 : 강북수유리
조회 : 289  

 

 

철새


감태준

 

 

바람에 몇 번 뒤집힌 새는
바람 밑에서 놀고
겨울이 오고
겨울 뒤에서 더 큰 겨울이 오고 있었다


“한번……”
우리 사는 바닷가 둥지를 돌아보며
아버지가 말했다
“고향을 바꿔 보자”


내가 아직 모르는 길 앞에서는
달려갈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때,


아버지는 바람에 묻혀
날로 조그맣게 멀어져 가고, 멀어져 가는 아버지를 따라
우리는 온몸에 날개를 달고
날개 끝에 무거운 이별을 달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환한 달빛 속
첫눈이 와서 하얗게 누워 있는 들판을 가로질러
내 마음의 한가운데
아직 누구도 날아가지 않은 하늘을 가로질러
우리는 어느새
먹물 속을 날고 있었다.


“조심해라, 얘야”
앞에 가던 아버지가 먼저 발을 헛딛었다
발 헛딛은 자리,
서울이었다

 

 

 

―시집「마음이 불어가는 쪽」(현대문학사, 1987)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

  언젠가 K1 TV 티브에서 환경스페셜 자연다큐멘터리 프로를 본 적이 있었다. 쇠닭과 물닭은 같은 자연 조건 속에서 둥지를 튼다고 하는데 영역이 겹치다보니 둥지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몸집이 작은 쇠닭이 경쟁에서 밀려 덩치가 큰 물닭에게 쫓기고 있었다. 물닭이든 쇠닭이든 좋은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애쓰는 것은 천적으로부터의 보호와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 새끼를 안전하게 끝까지 잘 키워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철새 역시 수백리 수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고된 날갯짓으로 향하는 곳은 보다 풍부한 먹이로 좋은 환경 속에서 새끼를 키우기 위해서이다. 시 속의 아빠 철새도 몇 번의 사업 실패 끝에 더 나은 곳을 찾아서 가족을 데리고 이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발을 헛딛은 곳이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다.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고 단단히 마음 준비를 하고 내려앉아도 터를 잡기 힘든 곳이 서울이다.  그런데 거대한 빌딩 숲으로 그만 발을 헛딛었으니 적응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약육강식의 적자생존이 정글의 법칙이라고 한다. 하지만 햇볕의 경쟁에서 밀려난 키 작은 나무들의 아픔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도시의 철새들은 보다 나은 집이 아니라 더 싼 집을 찾아 변두리에서 더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다.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자식만큼은 교육과 환경이 좋은 여건 속에서 공부를 시키고 훌륭하게 자라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거대한 도시에서 생존경쟁에 밀려 이동하는 철새들의 날갯짓은 고달프기만 하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조경희 07-07 14311
1223 내 안의 우물 / 황정숙 湖巖 04:03 27
1222 반 지하/ 이진환 金富會 01-22 43
1221 까치밥 / 이종원 李진환 01-20 78
1220 교행(交行) / 류인서 湖巖 01-20 68
1219 무심(無心)에서 유심(有心)으로[오전 아홉시에서 열시 사이/ 금란 외 2] 金富會 01-18 78
1218 달과 돌 / 이성미 (2) 湖巖 01-18 91
1217 독바위 / 전동균 湖巖 01-16 112
1216 나비 그림에 쓰다/ 허영숙 金富會 01-15 120
1215 슬픈 환생 / 이운진 湖巖 01-14 125
1214 그대 / 이형기 안희선 01-12 168
1213 아시아의 국경/김해자 童心初박찬일 01-11 82
1212 사람에게 묻는다-휴틴 童心初박찬일 01-11 104
1211 만삭 / 김종제 안희선 01-11 107
1210 첫 사랑 / 류 근 湖巖 01-11 158
1209 지상에 없는 잠 / 최문자 湖巖 01-09 169
1208 자동세차 / 김옥성 湖巖 01-06 147
1207 입술 / 강인한 湖巖 01-02 248
1206 모래 위에 두 발자국-네카타(necata) 童心初박찬일 01-01 156
1205 일기예보-이형기 童心初박찬일 12-31 224
1204 죽지 않는 도시-이형기 - 童心初박찬일 12-31 146
1203 너의 날 / 권터 아이히 안희선 12-30 179
1202 자화상 /박형진 강북수유리 12-29 193
1201 주남저수지의 어느 날 / 허만하 湖巖 12-29 171
1200 주제 論 [소금/ 장윤희 외] 金富會 12-28 165
1199 무소유/ 박정원 金富會 12-26 250
1198 능소화를 피운 담쟁이 / 강인한 湖巖 12-26 182
1197 후천 / 김종제 안희선 12-25 214
1196 적막 / 나태주 안희선 12-24 313
1195 말머리성운 (회색병동) / 이인철 湖巖 12-24 158
1194 물속 깊이 꽃들은 피어나고 / 강은진 湖巖 12-21 250
1193 어머니/박성우 강북수유리 12-19 276
1192 직소폭포 / 안도현 湖巖 12-19 264
1191 간지럼 타는 자물쇠/ 김혜태 金富會 12-18 191
1190 나는 달을 믿는다 / 박형준 湖巖 12-17 268
1189 시편지 / 염괴 안희선 12-17 236
1188 모닥불 / 백석 안희선 12-16 282
1187 그리운 악마/이수익 강북수유리 12-15 196
1186 복면의 나날 / 조연향 湖巖 12-14 200
1185 목련의 꿈 / 고재종 湖巖 12-12 262
1184 은둔지 /조정권 (1) 강북수유리 12-11 243
1183 가운데 토막/ 이종원 金富會 12-11 204
1182 물 / 이정록 안희선 12-09 346
1181 새벽 우시장 / 박후기 湖巖 12-09 247
1180 선천성 그리움 / 함민복 안희선 12-08 335
1179 사평역에서 /곽재구 강북수유리 12-07 267
1178 평형/ 이한채 金富會 12-07 234
1177 이미지 / 이윤학 湖巖 12-07 244
1176 주저흔 / 김경주 안희선 12-06 282
1175 철새/감태준 강북수유리 12-05 290
1174 어느 악사의 0 번째 기타줄 / 함기석 湖巖 12-05 236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