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7-12-17 01:13
 글쓴이 : 안희선
조회 : 496  

 

- 故 염괴 시인을 추모追慕하며


가벼운 인간사人間事라는 게 그런 거 같다 살아있을 땐 어쩌니 저쩌니 해도, 정작 죽고 나면 흐르는 세월과 함께 잊혀지는 법 (그건 심지어 혈육도 그러한데, 그렇지 못한 타인인 경우에야) 어쨌건 시인이 떠난지 벌써, 어언 7년이 넘어간다 故 염괴(염동진) 시인은 詩 . 書 . 畵에 있어,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적 감각으로 나름의 일가一家를 이룬 분이었다 경제적 여건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예술인으로서의 곤궁한 생활, 거기다 종국에는 그를 저승으로 모셔가는 육신의 지병持病까지 겹쳤다면 일반인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극심한 고통을 견디다가 그렇게 외롭고 쓸쓸하게 간 것이다 나 역시, 몸이 종합병동 같은 처지라서 죽을 때까지 따라다닌 그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면 지나친 건방일까... 그가 올렸던 시편들에 대해선, 뭐라 한 마디로 명쾌하게 규정할 순 없을 것 같다 다만, 의외의 형태로서 삶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했던 그의 시적 노력은 어찌보면 상당히 파격적이기도 해서 고전적 시의 미덕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겠다 그가 외부세계로 노출했던 내면세계의 단편斷片에는 꿈, 환상, 환영, 혹은 외설스러움이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데, 그것들은 대체로 외부세계와의 소통을 위한 적극적인 메세지인 동시에 작가 내면의 고통을 표출시킨 것으로 이해된다 나 개인적으로는 그의 시편들이 비록 최종적 완성의 경지에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다고 보지만, 상기上記와 같은 이유에서 그는 이 시대에 범상치 않은 시인의 한 사람으로서는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시인에게 있어 결국, 상황의식狀況意識으로 노출할만한 가치 있는 제재題材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시를 쓸 가능성 또한 높아지는 것 시적 재료를 풍부하게 간직하고 있던 그도 예외는 아니어서, 내심 그의 절정絶頂의 시를 기다리고 있던 참에 그는 그렇게 우리들에게 아쉬운 이별을 고告하였다 한 재능있는 예술인이 세상으로 부터 아무런 인정도 못받고, 그렇게 쓸쓸히 삶을 마감했다는 게 지금도 가슴 아프다 먼 훗날, 그가 남긴 작품들이 뒤늦게 평가받고 그림 또한 한 점에 수억씩을 호가하게 되더라도, 이미 세상을 떠난 그에게 그 무슨 즐거움과 기쁨이 되겠는가 하늘나라에서 그, 비로소 평안할까 문득, 시인이 그리워진다 - 희선,

시편지 ㅡ 염괴


Holiday -- 비지스의 홀리데이 이 음악을 들으면 떠오르는 게 있어 담배를 물고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있는 스틸 한 컷 사내는 죽기 전에'홀리데이'를 넣어달라고 요청했지 경찰은 스콜피온스의 홀리데이를 크게 틀어줬다고 해 "아니야, 이게 아니고 비지스야 비지스" 손사래 치며 외쳐보지만 스피커의 큰 음악소리에 전달되지 않는 요구 "저 친구 이 노래에 완전 미치는구만" 홀리데이, 시인이 되고 싶다던 사내를 향해 조준된 총구들 그 순간 사내는 권총을 머리에 대고 어떤 휴식을 갈망했을까 "Ooh you're a holiday, ev'ry day , such a holiday" (당신은 매일 매일 휴일 같이 편안함을 주는 사람) 안주할 곳을 찾던 지친 영혼이라 이 노랫말을 좋아했을까 방아쇠 당기기 전, 아니면 기동대의 총알세례를 받기 전 또 아니면 유리창을 깨뜨려 자살하기 전 사내의 가슴에는 어떤 시나리오가 흐르고 있었는지 * 약속 장소로 정한 부띠끄 앞 은빛 도색 반짝이는 호랑가시나무 잎새로 치장한 쇼윈도 투명한 유리 양쪽에 두 여자가 마주하고 있다 롱 티셔츠와 가로줄무늬 니삭스로 코디한 목 없는 여자와 자신의 얼굴을 목 없는 여자에게 합성하며 벙긋거리는 유리 밖 그녀 헐렁한 쇼핑백엔 휴식으로 이어질 즐거운 약속이 담겨질 날 사내, 어둠에 긁힌 흉터는 막노동 판에서 흘린 땀으로 소독을 하고 아껴둔 소주값으로 산 24색 아이섀도우를 허리 뒤로 감췄다 조심 조심 다가서다 앗, 들켜버린 자국걸음의 행복이 꿈 같은데 ...... 타앙, 탕! 고막을 깨는 총소리 자살을 택한 감방 동기들 마루타처럼 넘어가고 자수를 종용하던 확성기 소리조차 놀라 말이 없다 이제 육신과의 이별을 고할 시간, 번쩍! 반사되는 빛 한 점에 이어 세상에 던지는 그의 시, 힘겨운 절규 "유 유 유전 무 죄, 무 전 유 ...죄" 가좌동 한 가정집 방 안 사내의 목을 파고든 유리가 홀리데이 흐르는 방향으로 피보라를 뿜어대는 동시에 경찰이 쏜 탄환 네 발이 몸 속을 휘젓고 나간다 그랬던 게야 너무 평범한 일상도 누구에게는 꿈이 되거나 희망으로 남는 것들이 있어 그가 바랬던 삶 잘못 딛은 헛발로 보통의 꿈은 깡그리 빼앗기고 보통 사람 시대에 보통적 판결을 기대했던 희망조차 불공평 증후군이라는 폭약으로 뭉쳤던 거야 이 사회에 수류탄처럼 터지고 가버린... 88년 이후부터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올리면 영락없이 떠오르는 시인과 도둑, 탈주, 인질이란 단어가 줄줄이 따라오지 세상 사람들에게 심사 받은 그의 등단작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아나 지강헌이 세상에 내던진 짤막한 여덟 자 동정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수년간 애송되던 시어였어 신춘문예에 두 번이나 응모, 시인이 꿈이었던 도둑의 조어 능력 지금까지도 탁월한 말부림이었다고 무릎 치는 이 많지 엎질러진 생, 딱딱한 감방 바닥에 뒹굴며 흐느끼다가도 육면체 안으로 영사되는 그림들이 영혼을 흔들고 있었던 거야 그럴 때마다 시 쓸 만큼의 달빛은 창살 안을 비춰 주었지. 그의 과거 경력을 조사했던 경관들의 말은 심성 하나 무척 선한 사람이었다고, 천상에선 반드시 시인으로 살 거라고... 지강헌 죽으면서 듣고 싶었던 이 노래, 레테의 강 건너까지도 배달이 될는지 Sook! 오늘은 음악을 함께 들어요 휴일 같은 창가에서 휴식으로 들어요 아득하여 잡히지 않는 그 무엇에 울지 말아요 멀어서 그리운 게 아직 당신 눈 안에 있을 때 늦지 않아요, 지금쯤 청자빛 섀도우를 바르고 눈꺼풀을 잠그는 게 좋겠어요 당신의 눈가는 짙푸른 바다 갈매기울음, 갯가재, 옥돌들의 속삭임이 귓볼에 매달리면 가난한 영혼 하나 끌어안고 침잠하는 오후를 믿으세요 당신 곁을 맴도는 바람도 따라 당신 복숭아뼈 아래 누워 기다릴 거에요 지치기도 쉬운 시와 먼 사랑을 위해 휴일 같은 시간 속에 고단한 영혼을 맡기세요 아, 시인의 홀리데이! 당신 눈 속에 나도 잠드는


<시에 붙이는 염괴의 혼잣말> 벌써 이십년이 지났군요, 지강헌과 감방 패밀리 탈주 사건! 영웅시하거나 도둑이라고 무조건 힐난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때 전경환의 공금 거액 횡령 사건과 맞물려 사회를 놀라게 했던 일, 모두 기억하시죠? 탈주 도중 잠입한 가정집에 감사의 쪽지를 남기고 나왔던 그 다가올 운명을 알고 이 시대 마지막 시인이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던 그 다큐에서 출발 , 각색, 서사적 시편지라 보시면 좋겠는데 모처럼 음악 붙였네요 뭐라 하지 마시고요 ^ ^ 지강헌이 경찰과 대치중 부탁했던 곡 '비지스의 홀리데이' 함께 감상하자구요 오늘도 모두 건승 건필 빌어요 감사




Holiday - The Bee Ge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조경희 07-07 16107
1217 소를 웃긴 꽃 / 윤희상 湖巖 04-24 56
1216 혀의 가족사/ 하종오 金離律 04-23 51
1215 달과 북극 / 이날 湖巖 04-20 87
1214 지난 겨울의 강설(降雪) / 배정웅 안희선 04-18 96
1213 축약, 리얼리즘/로댕과 반가사유상/권상진외 2 金離律 04-17 86
1212 무명시인 / 함명춘 湖巖 04-17 123
1211 선운사에서 / 최영미 湖巖 04-15 139
1210 그대 生의 솔숲에서 / 김용택 안희선 04-14 164
1209 봄, 본제입납 / 허영숙 안희선 04-13 135
1208 저녁에 이야기 하는 것들 / 고영민 湖巖 04-13 124
1207 머나먼 동행 / 홍수희 안희선 04-10 193
1206 소금창고 / 이문재 湖巖 04-10 151
1205 시, 기도, 약속[무한 질주/ 이진환 외 2] 金離律 04-09 133
1204 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 / 양현근 서피랑 04-08 195
1203 돌지 않는 풍차 / 송찬호 湖巖 04-08 125
1202 사과나무에게 묻다 / 김규진 湖巖 04-06 175
1201 소금 / 이경록 안희선 04-04 187
1200 삼겹살 / 김기택 湖巖 04-04 191
1199 사랑이 있는 풍경 / Saint-Exupery 안희선 04-03 190
1198 늑대와 여우 / 오정자 안희선 04-03 186
1197 아침의 한 잎사귀 / 송종규 金離律 04-02 185
1196 기억 꽃잎 / 최하연 湖巖 04-02 188
1195 격언 / Jacques Prevert 안희선 04-02 136
1194 목련이 필 때면 / 유영훈 안희선 03-31 269
1193 소금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 / 이건청 湖巖 03-30 151
1192 자줏빛 연못 / 김선향 湖巖 03-28 202
1191 장마 / 배한봉 湖巖 03-26 213
1190 타자에서 내가 되는 순간─이성복 『그 여름의 끝』, 『호랑가시나무의 기… 이기혁 03-26 192
1189 서랍이 있는 풍경 / 정수경 湖巖 03-24 231
1188 그대 무사한가 / 안상학 안희선 03-21 321
1187 달의 뒷면을 보다 / 고두현 湖巖 03-21 240
1186 비에도 지지 않고 (雨にもまけず) / 宮沢賢… 안희선 03-19 261
1185 불 켜진 고양이 / 홍일표 湖巖 03-19 201
1184 새 / 고영 湖巖 03-17 284
1183 잇몸/안경모 童心初박찬일 03-15 241
1182 바람의 냄새 / 윤의섭 湖巖 03-15 337
1181 투명해지는 육체 / 김소연 안희선 03-14 286
1180 말의 힘 / 황인숙 안희선 03-13 326
1179 목련 / 고정숙 안희선 03-12 415
1178 크레인 / 송승환 湖巖 03-12 229
1177 상뚜스 / 노혜경 안희선 03-11 265
1176 가을이라고 하자 / 민구 湖巖 03-10 254
1175 새벽 / 박계희 안희선 03-09 313
1174 저녁의 변이 / 강서완 湖巖 03-08 279
1173 물을 읽는다 / 채정화 안희선 03-07 328
1172 아파트를 나오다가 / 박봉희 湖巖 03-06 319
1171 동전 속위 새 / 정지윤 湖巖 03-03 307
1170 잠 속의 잠 / 김다호 湖巖 02-28 363
1169 할증된 거리에서 / 허영숙 안희선 02-27 359
1168 저녁의 궤도 / 문성희 湖巖 02-26 363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