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7-12-17 05:31
 글쓴이 : 湖巖
조회 : 268  

나는 달을 믿는다 / 박형준

(제13회 유심 작품상 수상작)

 

달에 골목을 낼 수 있다면 이렇게 하리,

서로 어깨를 비벼야만 통과할 수 있는 골목

그런 골목이 산동네를 이루고

높지만 낮은 집들이 흐린 삼십 촉 백열전구가 켜진

창을 가지고 있는 달

나는 골목의 계단을 올라가며

집집마다 흘러나오는 불빛을 보며 울리라,

판잣집을 시루떡처럼 쌓아올린 골목의 이집 저집마다

그렇게 흘러나오는 불빛 모아

나는 주머니에 추억 같은 시를 넣고 다니리,

저녁이 이슥해지면 달의 골목 어느 집으로 들어가

창턱에 떠오르는 지구를 내려다보며

한 권의 시집을 지구에 떨어뜨리리라,

달에는 아직 살 만한 사람들이 산다고

나를 냉대 했던 지구에

또 다시 밝아오는 아침을 바라보며 오늘도 안녕

그렇게 안부 인사를 하리라,

당신이 달을 올려다보며 눈물을 지을 때

혹은 꿈꾸거나 기쁠 때

달에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분화구들이 생겨나고

우리가 올려다 본 달 속에 얼마나 많은 거짓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슬픔이 있는지

그 거짓과 슬픔 속에서 속고 속이는 것이

얼마나 즐거웠던 것인지

나는 달의 분화구마다 골목을 내고 허름한 곳에서 가장 높은

판잣집의 저녁 창마다 떠오르는 삼십 촉 흐린 불빛으로

지구를 내려다 보며 울리,

명절날,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고향집 툇마루에서

저 식지 않을 투명한 불빛을 머금고

하늘 기슭에 떠오른 창문을 바라본다

그렇게 달의 먼지 낀 창문을 열면

환한 호숫가에 모여 있는 시루떡 같은 웃음소리가 들여오리

 

# 감상

   올려다보는 달의 정서에서 달에서 내려다보는 정서로도 자리바꿈 하면서

   상투적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달에 대한 옛 정취를 언뜻언뜻 느낄 수 있다

   창틀이 있으니 달빛이 있고 달빛이 있으니 시가 있고 시가 있으니 낭만이

   있다 그래서 아름답다, 달동네의 아득한 애환이 그리움으로 다가오는데,

   아주 먼 옛날의 달빛어린 내 고향마을이 어렴풋 떠오른다

 

   물에 잠긴 내 고향 앞산에는

   언제나 하얀달 떠오르고

   한가위 되면 그 달도 둥근달 되었지

   앞산에 뜬 둥근달 달빛 뿌리면

   쏟아지는 달빛 속에

   부르는 아이들 노랫소리

   동구 밖 느티나무 서낭당까지

   끊어질듯 울려 퍼지고

   구름 한 조각 달 위로 스쳐 가면

   구름이 흐르는 걸까

   달이 흘러가는 걸까

   찬연한 달빛 아래 밤은 깊어가고

   멀리서 개 짖는 낭랑한 소리

   긴 여운 남기며 온 마을 메아리치면

   둥실 떠오른 둥근달 바라보며

   어제께 시집온 새 색시 친정식구 그리워

   뒤뜰 가서 남몰래 눈물 흘렸지

 

                       - 졸작 <달빛고향>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조경희 07-07 14311
1223 내 안의 우물 / 황정숙 湖巖 04:03 28
1222 반 지하/ 이진환 金富會 01-22 43
1221 까치밥 / 이종원 李진환 01-20 78
1220 교행(交行) / 류인서 湖巖 01-20 68
1219 무심(無心)에서 유심(有心)으로[오전 아홉시에서 열시 사이/ 금란 외 2] 金富會 01-18 78
1218 달과 돌 / 이성미 (2) 湖巖 01-18 91
1217 독바위 / 전동균 湖巖 01-16 112
1216 나비 그림에 쓰다/ 허영숙 金富會 01-15 120
1215 슬픈 환생 / 이운진 湖巖 01-14 125
1214 그대 / 이형기 안희선 01-12 170
1213 아시아의 국경/김해자 童心初박찬일 01-11 82
1212 사람에게 묻는다-휴틴 童心初박찬일 01-11 105
1211 만삭 / 김종제 안희선 01-11 108
1210 첫 사랑 / 류 근 湖巖 01-11 158
1209 지상에 없는 잠 / 최문자 湖巖 01-09 170
1208 자동세차 / 김옥성 湖巖 01-06 148
1207 입술 / 강인한 湖巖 01-02 248
1206 모래 위에 두 발자국-네카타(necata) 童心初박찬일 01-01 156
1205 일기예보-이형기 童心初박찬일 12-31 224
1204 죽지 않는 도시-이형기 - 童心初박찬일 12-31 146
1203 너의 날 / 권터 아이히 안희선 12-30 179
1202 자화상 /박형진 강북수유리 12-29 194
1201 주남저수지의 어느 날 / 허만하 湖巖 12-29 172
1200 주제 論 [소금/ 장윤희 외] 金富會 12-28 166
1199 무소유/ 박정원 金富會 12-26 250
1198 능소화를 피운 담쟁이 / 강인한 湖巖 12-26 183
1197 후천 / 김종제 안희선 12-25 215
1196 적막 / 나태주 안희선 12-24 313
1195 말머리성운 (회색병동) / 이인철 湖巖 12-24 158
1194 물속 깊이 꽃들은 피어나고 / 강은진 湖巖 12-21 251
1193 어머니/박성우 강북수유리 12-19 277
1192 직소폭포 / 안도현 湖巖 12-19 264
1191 간지럼 타는 자물쇠/ 김혜태 金富會 12-18 191
1190 나는 달을 믿는다 / 박형준 湖巖 12-17 269
1189 시편지 / 염괴 안희선 12-17 236
1188 모닥불 / 백석 안희선 12-16 282
1187 그리운 악마/이수익 강북수유리 12-15 197
1186 복면의 나날 / 조연향 湖巖 12-14 200
1185 목련의 꿈 / 고재종 湖巖 12-12 262
1184 은둔지 /조정권 (1) 강북수유리 12-11 243
1183 가운데 토막/ 이종원 金富會 12-11 205
1182 물 / 이정록 안희선 12-09 347
1181 새벽 우시장 / 박후기 湖巖 12-09 248
1180 선천성 그리움 / 함민복 안희선 12-08 335
1179 사평역에서 /곽재구 강북수유리 12-07 268
1178 평형/ 이한채 金富會 12-07 234
1177 이미지 / 이윤학 湖巖 12-07 245
1176 주저흔 / 김경주 안희선 12-06 282
1175 철새/감태준 강북수유리 12-05 290
1174 어느 악사의 0 번째 기타줄 / 함기석 湖巖 12-05 236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