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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2-08 08:51
 글쓴이 : 강북수유리
조회 : 551  

 

바람 속에서

 

정한모

 

 

1. 내 가슴 위에

 

바람은
발기발기 찢어진
기폭


어두운 산정에서
하늘 높은 곳에서


비정하게 휘날리다가
절규하다가


지금은
그 남루의 자락으로
땅을 쓸며
경사진 나의 밤을
거슬러 오른다


소리는
창밖을
지나는데

그 허허한 자락은 때묻은
이불이 되어
내 가슴
위에
싸늘히
앉힌다

 

2. 남루한 기폭


  바람은 산모퉁이 우물 속 잔잔한 수면에 서린 아침 안개를 걷어 올리면서 일어났을 것이다
  대숲에 깃드는 마지막 한 마리 참새의 깃을 따라 잠들고 새벽이슬 잠 포근한 아가의 가는 숨결 위에 첫마디 입을 여는 참새소리 같은 청청한 것으로 하여 깨어났을 것이다


  처마 밑에서 제비의 비상처럼 날아온 날신한 놈과 숲 속에서 빠져나온 다람쥐 같은 재빠른 놈과 깊은 산골짝 동굴에서 부스스 몸을 털고 일어나온 짐승 같은 놈들이 웅성웅성 모여서 그러나 언제든 하나의 체온과 하나의 방향과 하나의 의지만을 생명하면서 나뭇가지에 더운 입김으로 꽃을 피우고 머루 넝쿨에 머루를 익게 하고 은행잎 물들이는 가을을 실어온다 솔잎에선 솔잎소리 갈대숲에선 갈대잎소리로 울며 나무에선 나무소리 쇠에선 쇠소리로 음향하면서 무너진 벽을 지나 무너진 포대 어두운 묘지를 지나서 골목을 돌고 도시의 지붕들을 넘어서 들에 나가 들의 마음으로 펄럭이고 산에 올라 산처럼 오연히 포효하면 고함소리는 하늘에 솟고 노호는 탄도(彈道)를 따라 날은다
  그 우람한 자락으로 하늘을 덮고 들판에서 또한 산정에서 몰아치고 부딪쳐 부서지던 그 분노와 격정의 포효가 지나간 뒤 무엇이 남아 있는가
  다시 푸른 하늘뿐 외연한 산악일 뿐 바다일 뿐 지평일 뿐 그리하여 어두운 처마 밑 기어드는 남루한 기폭일 뿐


  바람이여
  새벽 이슬잠 포근한 아가의 고운 숨결 위에 첫마디 입을 여는 참새소리 같은 청정한 것으로 하여 깨어나고 대숲에 깃드는 마지막 한 마리 참새의 깃을 따라 잠드는 그런 있음으로만 너를 있게 하라
  산모퉁이 우물 속 잔잔한 수면에 서린 아침 안개를 걷으며 일어나는 그런 바람 속에서만 너는 있어라

 

 

 

(『카오스의 사족』. 범조사. 1958 : 『정한모 시전집』. 포엠토피아 2001)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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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들이 바람을 좋아할까. 바람을 제목으로 한 시도 많고 명편들도 많다.

   

  바람의 묵비 - 정호승/바람의 취향 - 조해경/바람의 性別 - 마경덕/바람의 유전자를 보았다 - 마경덕/바람의 간이역 - 고증식/바람의 길 - 민영/바람의 각도 - 도복희/오래된 바람의 부족 - 손미/바람의 바느질 - 김승희/바람의 구문론 - 이종섶/바람의 정거장 - 강연호/바람의 편지 지리산 - 최승자/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 신용목/바람의 말 - 마종기/바람의 등을 보았다 -김윤배/바람의 후예 - 김나영/바람의 냄새 - 윤의섭/바람의 뼈 - 윤의섭/바람의 경전 - 김해자/바람의 입 - 장혜랑바람의 증언 - 구석본/바람의 뼈 - 천수호/바람의 호출 정우영/바람의 시 - 신달자/바람의 겹에 본적을 둔다 - 김지혜/바람의 발자국- 김경성/바람의 산란 - 김규태/바람의 집 - 이시은/바람의 내부 - 배용재/바람의 강 - 임동윤/바람의 서쪽 - 장철문/바람의 그림자 - 정현종/바람의 길목 - 이성웅/추운 바람을 신으로 모신 자들의 경전 - 이은규/바람의 보폭으로 - 김은규/바람의 주파수를 찾다 - 이은규/바람의 지문 - 이은규/바람의 행로 - 조용미/바람의 집 - 기형도/바람의 노래 - 오세영/바람의 말, 바람의 편지 - 이영옥/바람의 행적 - 황정숙/바람의 애벌레 - 김영석/누가 바람을 보았나요? - 크리스니타 로제티바람의 금지구역 - 강영은/바람의 책장 여유당(與猶堂)*에서 - 구애영/바람의 풍경 - 김석인/바람의 사전 - 강해림/바람의 계단 - 강정애/바람의 징후 - 최지하/바람의 족적 - 조각/바람의 길 - 김자현/바람의 조율사 - 김유석/바람의 사생활 - 이병률/바람의 산란 - 김규태/바람의 鎭魂曲 - 한석호//바람의 세기 - 박소유/바람의 서() - 정원숙/바람의 몸- 황형철/바람의 겨를 - 황형철/바람의 행적 - 김경선/바람의 협로 모란(peony)에게 쓰는 편지 - 김영찬/바람의 신부 배성희/바람의 붓 - 위승희/바람의 말, 룽다* - 박미산/바람의 부르튼 심장처럼 - 하린/바람의 실내악 - 김언/바람의 나라 - 김은숙/바람의 영양제 - 김기덕/바람의 목회 - 천서봉/바람의 팜파탈 - 신지혜/바람의 육체 - 김륭/바람의 날개 - 이병률/바람 미술관* - 유지인/바람은 숲의 패밀리 - 강가람/바람에게 묻는다 - 양은창/바람과 비림 혹은 1과 고등어 - 최광임/바람과 구름의 호적부 - 손택수/바람 부는 날 - 신경림/바람 - 신경림/바람엔 뼈대가 있다 - 류호수/바람 조문 - 이서화/바람에게 묻는다 - 나태주/바람 - 김사이/바람 박물관 - 손현숙/바람 - 반칠환/바람의 겹에 본적은 둔다 - 김지혜/바람의 얼굴 - 김주대/바람의 집·1 - 이영춘 등

   

  각자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대체적으로 좋은 시는 누가 봐도 좋은 시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바람의 시 속에서 탁월한 언어구사로 바람을 구체화 시켜 놓은 정한모 시인이 남긴 바람 속에서라는 멋진 명시 한 편을 본다. 정한모 시인은 평생 모범벅인 서정시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인들은 자기 시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를 생산하려고 노력을 한다. 언어 실험도 하고 낯설게 하기 위해 난삽한 비문도 서슴 없이 쓴다. 그러나 나중에 나온 시집들이 기실 초기의 시편들보다 못한 것은 왜일까.

 

  등단작이 그 사람의 대표적이 되는 것은 그만큼 좋은 시 한 편 쓰기의 어려움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의 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언어 구사 능력의 부재와 소통이 되지 못하는 원인 부재를 제공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시의 전성시대이자 불통인 시대에 시를 가까이 하는 중년들에게 시는 즐거움이자 오락이 되었으면 한다.

 

 

 (현대시 100주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한국문학선집에 수록된 시 4편)

정한모 - 바람 속에서 / 나비의 여행 / 어머니 6 / 아버지는 횡단(橫斷)하고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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