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2-27 14:23
 글쓴이 : 안희선
조회 : 447  





할증된 거리에서 / 허영숙

따뜻한 불빛이 있는 쪽으로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자리에는
어둠만 곱으로 남았다
중앙선만 선명한 자정이 넘은 거리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남아
할증된 사연을 안고 떠다니는 사람들 속으로
가로등이 뱉는 황색 불빛이 섞인다
준비도 안된 가슴 안으로
초단위로 들어와 앉는
낮이 저질러 놓은 하루의 풍경들
돌아보면 늘 서럽기만 한 시간이
지나온 길 뒤에 버려지듯 서있다
색깔을 잃어버린 신호등
연신 노란 불만 깜박인다
시작과 멈춤의 잣대가 없으니
알아서 가란 소리다
파란불이 주는 익숙한 편안에 길들여진 나는
이 무책임한 경계에서
어쩌라는 것인지
망설임이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르고
차들은 휙휙 제한 속도를 넘기며 지나가고 있다






2006 <시안> 詩부문으로 등단
시마을 작품선집 <섬 속의 산>, <가을이 있는 풍경>
<꽃 피어야 하는 이유>
시마을 동인시집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詩集, <바코드 2010>.<뭉클한 구름 2016> 等


--------------------------

<감상 & 생각>

시인의 시편들을 감상하다 보면,
시인에겐 시인답게 살아야 할 고뇌가 있는 것인가 하는
아주 케묵은, 오래 된 질문을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기에, 시인은 세속(世俗)의 부단한 마모(磨耗)로 부터
자신의 정체성(正體性)을 지키려는 욕구가 있고, 또한 그 안에서
실존(實存)으로서의 자아를 탐색하고 정립하고자 하는 각고(刻苦)의
노력을 경주하게 되는 게 아닐런지...

이같은 '존재의 확인'을 위한 집요한 추적은 시인으로 하여금
詩를 쓰게하는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자아(自我)와 시적 대상(詩的 對象)과의 치열한 대결의 구도를 통하여,
또한 선명한 이미지(Image)의 생동감을 통하여, 추구하는 각성의
정신을 향하고 있는 거 같다

詩, 할증(割增)된 거리에서 소재로 등장하는
'색깔을 잃어버린 신호등'은 곧 시인 자신이 대면하고 있는
무미(無味)한 현실을 일컬음이겠다

끊임없이 편안함에 맴도는 것으로 유지되는 현실적 자아의
숨막히는 섭동(攝動)이 던지는 뼈 아픈 성찰을 지적하는 동시에
그것으로 부터의 일탈을 시사하고 있는데,
그 일탈(逸脫)이란 무책임한 신호등 앞에서 망설이는 것으로써
편안함에 익숙해진 일상(日常) 속에서 스스로의 삶의 위치와
방향성(方向性)을 다시 가늠해 보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본연(本然)의 자아를 확인하려는 시인의 갈망은
부단한 현실의 줄기찬 폭력 앞에서 막막한 좌절과
조우(遭遇)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겠다

제한 속도를 넘기며 휙휙, 지나는 차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바로 그것에 현실적 삶의 애환(哀歡)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며,
동시에 버릴 수 없는 꿈의 지속적인 갈등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겠다

시적(詩的)인 역설(亦說)로, 진정한 자아를 회복하려는
<알레고리>가 선명하다

맹목적인 현실의 부정(否定)없이 그 안에서 있는 그대로,
자아(自我)를 비추어보는 시적 감각이 예리하면서도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느껴진다

차가운 머리(理性)와 따뜻한 가슴(感性)이
한데 어우러진다는 건,
이 詩人이 지닌 매력이자 장점이겠다


                                                                   - 희선,



The view from my window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조경희 07-07 16591
1277 파라다이스 폐차장 - 김왕노 안희선. 04:02 15
1276 6월 / 오세영 안희선. 06-22 64
1275 아비뇽의 처녀들 / 김상미 湖巖 06-22 55
1274 6月 / 김용택 안희선. 06-22 83
1273 내 인생 최고, 최악의 증거물 / 박남철 안희선. 06-21 87
1272 깡통/ 김유석 金離律 06-20 75
1271 내가 아버지의 첫사랑이었을 때 / 천수호 강북수유리 06-20 61
1270 소주병 / 공광규 강북수유리 06-20 64
1269 굴러가는 동전의 경우 / 안태현 湖巖 06-20 51
1268 나무들 / 조이스 킬머 안희선. 06-20 76
1267 누가 울고 간다 / 문태준 강북수유리 06-19 112
1266 여름 저물녘엔 청계천에 가자 / 배월선 안희선. 06-19 82
1265 소금 / 이경록 안희선. 06-19 74
1264 청동물고기 / 허영숙 안희선. 06-18 79
1263 면벽의 유령 / 안희연 湖巖 06-18 60
1262 나무 달력 / 조윤하 & 나무에 깃들여 / 정현종 안희선. 06-18 88
1261 이팝나무 꽃 피었다 / 김진경 강북수유리 06-16 103
1260 아내, / 홍형표 안희선. 06-16 115
1259 갈매새, 번지점프를 하다 / 박복영 湖巖 06-16 61
1258 송(頌) / 김구용 안희선. 06-16 70
1257 감기 & 부부 / 진난희 안희선. 06-16 78
1256 새 떼 / 나희덕 안희선. 06-15 91
1255 어머니의 그륵 / 정일근 강북수유리 06-14 119
1254 새벽 / 박계희 안희선. 06-14 125
1253 물 / 이정록 안희선. 06-12 140
1252 꽃멀미/김충규 강북수유리 06-12 151
1251 바다의 악보 / 강인한 湖巖 06-12 101
1250 신부 / 서정주 안희선. 06-11 129
1249 직지사는 없다 / 이희은 긴강물 06-11 120
1248 어떤 시위/ 공광규 金離律 06-10 119
1247 해산 / 이재무 湖巖 06-10 118
1246 새 / 천상병 강북수유리 06-09 130
1245 낯선 시선 / 삐에르 르베르디 안희선. 06-09 113
1244 사람이 풍경이다 / 허영숙 안희선. 06-09 152
1243 가을 밤 / 조용미 湖巖 06-08 121
1242 상사몽 / 황진이 안희선. 06-07 126
1241 구상나무에게 듣다 / 최정신 안희선. 06-07 134
1240 배를 매며, 배를 밀며 / 장석남 강북수유리 06-06 101
1239 손의 의지 / 김선재 湖巖 06-06 118
1238 하류 / 김구식 안희선. 06-05 143
1237 개다래나무/박은주 긴강물 06-04 148
1236 외상값 /신천희 강북수유리 06-04 177
1235 출구/ 이규리 金離律 06-04 144
1234 누가 우는가 / 나희덕 湖巖 06-04 182
1233 어머니의 정원 / 김설하 안희선. 06-03 143
1232 多情에 바치네 / 김경미 안희선. 06-02 154
1231 닭의 하안거 / 고진하 湖巖 06-01 127
1230 수염 / 이상 안희선. 05-31 150
1229 Envoi / Kathleen Raine 안희선. 05-31 115
1228 에피소드(EPISODE) / 조향 안희선. 05-30 121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