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5-25 10:04
 글쓴이 : 강북수유리
조회 : 218  

 

모자 이야기

 

남진우

 

 

내 낡은 모자 속에서

아무도 산토끼를 끄집어낼 수는 없다

내 낡은 모자 속에 담긴 것은

끝없는 사막 위에 떠 있는 한 점 구름일 뿐

내 낡은 모자 속에서 사람들은

파도 소리도 바람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러나 깊은 밤 내 낡은 모자에 귀를 갖다 대면

기적 소리와 함께 시커먼 화물 열차가 달려 나오기도 한다

내 낡은 모자를 안고 오늘 나는 시장에 갔다

하지만 해 저물도록 아무도 사는 이 없어

나는 구름과 놀다가 기차를 타고 훌쩍

머나먼 사막으로 떠났다

 

누군지 모르는 그대여

내 낡은 모자를 사다오

달리는 화물 열차 끝에 매달려 오늘도 나는

내 모자를 쓸 그대를 찾아 헤맨다

 

 

 

시집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2006, 문학과지성사)

 

 

 

 

  당신은 모자를 팔아본 적이 있나요. 팔아본 적은 없어도 사 본 적은 있을 것입니다. 모자는 모자일 뿐인데 마술이 아닌 다음 모자 속에서 산토끼가 있을 리 없고 파도소리 바람 소리가 들릴 리 없겠지요. 그런데 그 모자 속에 여러 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구름, 파도, 바람, 심지어 기적소리를 울리며 화물열차가 달립니다.

 

  화자는 내 낡은 모자를 누군가에게 팔고 싶어 합니다. 당신은 투자 가치가 불완전하고 미래를 모르는 저 낡은 모자를 사고 싶은 생각이 드시나요. 만약 당신이 저 모자를 갖고 싶다거나 곁에 두고 싶다면 당신은 기업가의 싹은 노랗고 유토피아를 들먹이는 사람일 것입니다.

 

  모자의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이상의 상징. 화자는 자신의 모자를 주고 싶어 하지만 아무에게나 주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모자를 살뜰히 보살피며 아끼고 사랑하고 잘 갈무리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을 것입니다. 우리 또한 아무 모자를 쓰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게 꼭 맞는 나만의 모자를 찾아서 저자거리에서 산중에서 꿈속에서 모자를 찾아 헤맵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에게 어울리는 모자를 쓰고 있나요. 아니면 아직도 찾고 있는 중인가요. 지금까지 못 찾았다면 당신의 모자는 어디에 있을까요.

 

 

<모자 시 모음>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46413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조경희 07-07 17057
1356 대추 한 알/장석주 강북수유리 08-20 23
1355 그런 날 있다/ 백무산 金離律 08-20 33
1354 질투의 메카니즘 / 강 순 鵲巢 08-19 41
1353 목판화 / 진창윤 湖巖 08-19 48
1352 밀봉 / 강해림 鵲巢 08-18 41
1351 각시푸른저녁나방 / 권규미 鵲巢 08-18 37
1350 죽은 새를 위한 메모 / 송종규 鵲巢 08-17 48
1349 바빌로니아의 달 / 안웅선 湖巖 08-17 52
1348 단 하나의 물방울은 / 이영옥 鵲巢 08-16 60
1347 일회용 봄 / 이규리 鵲巢 08-16 82
1346 그래서 / 문현미 鵲巢 08-15 101
1345 그늘 / 이상국 湖巖 08-15 109
1344 거미의 각도 / 김도이 鵲巢 08-15 60
1343 좌파/우파/허파 / 김승희 鵲巢 08-14 57
1342 곡두 / 김준태(豁然) (2) 鵲巢 08-14 99
1341 시간 / 여성민 鵲巢 08-13 85
1340 누드와 거울 / 심은섭 鵲巢 08-12 71
1339 좀비극장 / 박지웅 鵲巢 08-12 91
1338 연기(煙氣) / 김수영 湖巖 08-12 77
1337 조응照應의 푸른 방향성 / 고은산 鵲巢 08-12 52
1336 於 芻仙齋 추선재에서 / 강 경우 鵲巢 08-11 44
1335 오리털파카신 / 문보영 鵲巢 08-11 50
1334 도시가 키운 섬 /최삼용 강북수유리 08-11 55
1333 나의 쪽으로 새는 / 문태준 鵲巢 08-10 100
1332 아스피린 / 문정영 湖巖 08-10 88
1331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 / 문태준 鵲巢 08-09 108
1330 전봇대/이명숙 강북수유리 08-08 102
1329 인사동 그곳에 가고 싶다 / 서동균 湖巖 08-07 113
1328 남겨진 체조 / 심지아 鵲巢 08-07 90
1327 변검 / 김선우 湖巖 08-05 104
1326 갈꽃이 피면 / 송기원 나싱그리 08-04 122
1325 벼루 / 이수정 鵲巢 08-04 90
1324 시의 시대 / 이창기 강북수유리 08-04 85
1323 백야 / 남길순 湖巖 08-02 130
1322 다시 /박노해 강북수유리 07-31 178
1321 장대와 비 사이 / 조영란 湖巖 07-31 121
1320 남으로 창을 내겠소/김상용 강북수유리 07-28 103
1319 캉캉치마 / 김미령 湖巖 07-28 105
1318 털 난 꼬막 /박형권 강북수유리 07-27 111
1317 달북 / 문인수 湖巖 07-26 158
1316 길 / 김기림 湖巖 07-24 227
1315 외롭다는 것은 / 박일 성율 07-22 282
1314 호랑이는 고양이과다 / 최정례 湖巖 07-21 98
1313 입산한 내가 하산한 너에게 - 이기와 푸른행성 07-20 183
1312 북 항 / 권대웅 湖巖 07-19 142
1311 지평 - 강경우 푸른행성 07-18 183
1310 만들 것인가, 만들어 낼 것인가[분실/박소미 외 2] 金離律 07-17 144
1309 고사목 / 최을원 湖巖 07-17 143
1308 기염 / 정 문 푸른행성 07-16 141
1307 우포에 비가 내린다 / 송하 푸른행성 07-15 199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