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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6-14 11:59
 글쓴이 : 강북수유리
조회 : 327  

 

어머니의 그륵

 

정일근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

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

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

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

그륵, 그륵 중얼거려 보면

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찿고

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

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

그래서 내가 담는 한 그릇의 물과

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

말 하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말과 하나가 되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

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

무릇 시인이라면 하찮은 것들의 이름이라도

뜨겁게 살아 있도록 불러주어야 하는데

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

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나희덕엮음아침의노래 저녁의 시(삼인, 2008)

 

 

 --------------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어머니께서/한 소식 던지신다" 이정록 시인의 <의자>1연이다. 어머니의 말씀을 받아 적어 시로 빚었다. 경상도 출신인 정일근 시인은 경상도 사투리로 어머니의 말씀을 따라 그륵을 빚었고 전라도 출신인 이대흠 시인은 전라도 사투리(동그라미)로 어머니의 말씀을 따라 적었다.    

 

표준어는 한 나라의 그 나라를 대표하는 언어로서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이 되어 있다. 표준어발음으로 보면 '그륵''그릇'을 습관적으로 쓰는 잘못된 표현이다. 하지만 시에서 사투리는 타향사람에게는 낯 설은 참신함을, 고향사람에게는 향수와 아늑한 정서를 느끼게 한다.


   지역성을 띠는 지방어가 한때 푸대접을 받기도 했다. 부끄럼과 창피하게 여겨 쓰기를 꺼려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방언, 토속어 향토어를 발굴하고 널리 알려서 일상 언어를 다양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도 시인의 역할일 것이다.

 

 

 

 

동그라미/이대흠 -어머니의 그륵/정일근 -의자/이정록 ---시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41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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