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6-18 07:37
 글쓴이 : 湖巖
조회 : 116  

면벽의 유령 / 안희연

 

여름은 폐허를 번복하는 일에 골몰하였다

 

며칠째 잘 먹지도 않고

먼 산만 바라보는 늙은 개를 바라보다가

 

이젠 정말 다르게 살고 싶어

늙은 개를 품에 안고 무작정 집을 나셨다

 

책에서 본 적 있는

당나귀와 함께 천국에 들어가기 위한 기도*
빛이 출렁이는 집

 

다다를 수 있다는 믿음은 길을 주었다

길 끝에는 빛으로 가득한 집이 있었다

 

상상한 것보다 훨씬 눈부신 집이었다

우리는 한달음에 달려가 입구에 세워진 푯말을 보았다

가장 사랑하는 것을 버리십시오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늙은 개도 그것을 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버려져야 한다

 

기껏해야 안팎이 뒤집힌 잠일 뿐이야

저 잠도 칼로 둘러싸여 있어

돌부리를 걷어차면서

 

다다를 수 없다는 절망도 길을 주었다

우리는 벽 앞으로 되돌아왔다

 

아주 잠깐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늙은 개를 쓰다듬으며

 

나는 흰 벽에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렸다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프랑시스 잠

 

* 안희연 : 1986년 경기 성남 출생, 2012년 <창작과 비평> 으로 등단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 감상

화자 앞에 나타난 유령 같은 벽은 무엇일까?

화자는 어떤 상황을 이야기하려 하는걸까?

오래되고 잘못된 생활습관, 또는 절망적 상황에서 벗어나서

먼 빛을 향해 나아가려는 열망?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성경 말씀도 하는듯 하고,

윤동주와 백석도 릴케도 사랑했다는 프랑스 시인 프랑시스 잠

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듯 하다

그는 평생을 자연속에 살면서  사물에 대한 정감과  삶에 대한

애정,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는데,

화자도 그렇게 살기를 열망하지만, 둘중에 하나는 버려야 한다며

인생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 나는 흰 벽에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렸다

-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화자는 자연과 낭만과 시를 버려야 한다면 그러한 천국은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늙은 개를 품에 안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조경희 07-07 16799
1315 외롭다는 것은 / 박일 성율 07-22 58
1314 호랑이는 고양이과다 / 최정례 湖巖 07-21 30
1313 입산한 내가 하산한 너에게 - 이기와 푸른행성 07-20 81
1312 북 항 / 권대웅 湖巖 07-19 67
1311 지평 - 강경우 푸른행성 07-18 100
1310 만들 것인가, 만들어 낼 것인가[분실/박소미 외 2] 金離律 07-17 66
1309 고사목 / 최을원 湖巖 07-17 70
1308 기염 / 정 문 푸른행성 07-16 75
1307 우포에 비가 내린다 / 송하 푸른행성 07-15 110
1306 살아남아 고뇌하는 이를 위하여 / 칼릴 … 푸른행성 07-14 111
1305 운우지정(雲雨之情) /이선이 강북수유리 07-14 84
1304 국립낱말과학수사원 /함기석 활연 07-13 88
1303 튤립 / 송찬호 湖巖 07-13 93
1302 모닥불 / 백석 푸른행성 07-12 132
1301 가죽나무 /도종환 강북수유리 07-11 107
1300 불광천 / 홍일표 湖巖 07-11 67
1299 길 위의 식사 / 이재무 푸른행성 07-11 100
1298 핏덩어리 시계 / 김혜순 활연 07-10 107
1297 시작법을 위한 기도/박현수 강북수유리 07-10 83
1296 장미 / 송찬호 湖巖 07-09 124
1295 너의 밤 기도 / 오정자 푸른행성 07-08 129
1294 흰 노트를 사러가며 / 김승희 푸른행성 07-07 125
1293 화살 노래 - 문정희 안희선. 07-06 170
1292 대이동 / 기혁 湖巖 07-06 91
1291 눈물 - 김춘수 안희선. 07-05 200
1290 순간의 거울 2 (가을 강) / 이가림 湖巖 07-04 106
1289 시선 - 마종기 안희선. 07-04 155
1288 장마 / 김주대 강북수유리 07-03 202
1287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 문향란 안희선. 07-03 163
1286 모란장 - 최경자 안희선. 07-02 144
1285 고양이의 잠/ 김예강 金離律 07-02 124
1284 연금술사 2 / 권대웅 湖巖 07-01 97
1283 견고한 고독 - 김현승 안희선. 06-30 194
1282 오동나무 안에 들다 / 길상호 湖巖 06-29 159
1281 적막 - 나태주 안희선. 06-27 296
1280 시치미꽃 - 이명윤 안희선. 06-27 186
1279 ◉시는 발견이다[갈등/김성진 외 2] 金離律 06-27 146
1278 독자놈들 길들이기 - 박남철 안희선. 06-27 129
1277 사람꽃 / 고형렬 강북수유리 06-27 156
1276 총 알 / 최금진 湖巖 06-27 103
1275 물방울 속 물방울 - 오정자 안희선. 06-26 181
1274 어떤 휴식/ 정익진 金離律 06-25 170
1273 세한도 / 이경교 湖巖 06-25 137
1272 바깥 - 문태준 안희선. 06-25 215
1271 파라다이스 폐차장 - 김왕노 안희선. 06-24 122
1270 6월 / 오세영 안희선. 06-22 222
1269 아비뇽의 처녀들 / 김상미 湖巖 06-22 140
1268 6月 / 김용택 안희선. 06-22 210
1267 내 인생 최고, 최악의 증거물 / 박남철 안희선. 06-21 185
1266 깡통/ 김유석 金離律 06-20 148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