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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6-27 14:07
 글쓴이 : 金離律
조회 : 239  

◉시는 발견이다


- 글, 김부회(詩人, 評論家)


갈등/김성진

롤러코스터/박봉희

드가의 오후/김정례



시를 쓰면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발견이라는 말이다. 발견이라는 말은 미처 보지 못했던 사물이나 알려지지 않는 사실을 찾아낸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말의 발견을 다소 포괄적이지만 영어의 발견은 좀 더 구체적으로 발견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find, detect, discover 등등 발견을 의미하는 단어마다 제각기 미묘한 다름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discover는 미지의 것을 발견하는 것을 의미하고 find는 아주 우연히 만나는 행위, 조우라는 말과 비슷하며 타동사이며 동시에 수동태의 모습을 갖고 있다.


엄격한 의미로 볼 때 발견이라는 것은 없던 것에서 새로운 창조를 의미한 다기 보다는 기존 존재하는 사물이나 현상에서 지금껏 생각하지 못한 철학, 모습, 행동 양식, 배경 등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선이란 정형화되거나 일상적이거나 타성에 젖는 관점이 아닌 전혀 다른 각도의 시선이다. 현대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지만 그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발견이다. 모두가 같은 시선을 갖고 같은 그림을 그린다면 복제의 범주에서 절대 가볍지 않을 것이다. 본지의 카테고리 제호는 시적 상상력을 확장하는 새로움의 탐색이다. 자세히 음미해보면 의미심장한 말이다. 시적 상상력을 획득하기 위하여 새로움이라는 것을 탐색한다는 말이다. 새로움은 어떤 의미에서 발견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고정관념이 아닌 기성의 관념을 배제한 발견은 시를 좀 더 윤택하게 만든다.


시에서의 발견은 영어 단어의 여러 의미처럼 구분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시는 단순하게 보이는 것을 기록하는 일기문이나 서술문이 아닌, 생명이 있는 표현력이 주가 되는 문학 장르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구성하는 단위는 세포부터 시작해서 혈관, 심장, 동맥, 근육, 지방 등등의 여러 구성요소가 존재한다. 동일하게 시를 하나의 생명으로 간주하면 시 속의 소재, 배경, 풍경, 감정, 상상력, 메시지 등등의 각 요소가 약동하고 존재하고 역할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한 편의 좋은 시를 얻기 위해서는 요소마다 시인의 개별적 시선이 존재해야 시적 생명력을 부가하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가 보는 시선과 어른이 보는 시선의 키 높이는 분명 다를 것이고, 화자의 직업이나 환경에 따라 보이는 현상의 깊이와 다발성, 시인성, 우연성은 분명 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적 정서일 것이다. 외모가 약간 비슷한 사람은 있어도 정확히 일치하는 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 시에서는 약간의 비슷한 점이라도 적극적으로 배제하고 개성이 좀 더 부각되는 방향으로 글을 지어야 할 것이다. 동양인은 동양인을 구별하기 쉽지만, 서양인은 동양인을 구별하기 매우 어렵다. 같은 경우, 동양인이 서양인을 구별하는 것도 같은 크기의 어려움을 갖고 있다. 다른 환경, 다른 세계의 시선이란 이처럼 미묘한 서로 간의 간극을 갖고 있다, 그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시를 좀 더 내 색에 맞는 좋은 시를 짓는 시작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성이 없는 시는 읽기 힘들다.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을 쓰려고 하는지 소통이 어렵다. 반면, 시인의 고유한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은 몇 번을 읽어도 즐겁다. 시인이 발견한 것을 독자가 독자의 깊이로 느끼고 공유할 때 시는 시다운 시가 될 것이며, 살아 움직이는 생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시가 발견이라는 명제를 갖고 있고 그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발견의 정도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달걀은 아닐지라도 그 발견의 흔적이 깊은 사유를 통과한 소산물이 된다면 시는 시를 떠나 하나의 창조이며 철학적 가치를 지닌 아름다운 명상의 주춧돌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런 관점에서 몇 편의 시를 소개한다. 시를 읽으며 시인이 발견한 가치와 관점, 그리고 그것들이 기존의 고정적인 편견이나 정착된 보편의 속성을 탈피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한 초점을 맞추고 감상해 본다.



전동균


절을 올린다

오지 않는 잠을 청하기 위해

흰 벽을 마주 보고

땀 젖은 몸을 굽혔다 세우다 하다 보면

나는 나에게 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부터 나는

나를 믿지 못하고

이 세상을 믿지 못하고

내 영과 혼은 자꾸 나를 떠나려고 하니

내 속의 어떤 절을 향해 무릎꿇고

공양을 올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서럽고

세상에서 내가 가장 두렵고

이미 죽은 자의 영혼이 그립고 그리워서

무릎이 잘 굽혀지지 않는데

찬 마룻바닥에 댄 이마가

잘 떼어지지 않는데

누구일까, 어느새 내 곁에서

손과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나보다 더 공손하게 절을 올리는

저 사람은


나는 나에게 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내 속의 어떤 절을 향해 무릎꿇고/공양을 올린다는 생각이 든다/나보다 더 공손하게 절을 올리는/저 사람은


위 행에 주목해서 시를 읽으면 알게 된다. 절이라는 것은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사실은 내게 나에게 절을 하고 있다는 것. 절에 대한 의미를 새삼 새겨보게 되거나 혹은 경건해지는.


밑줄


신지혜


바지랑대 높이

굵은 밑줄 한 줄 그렸습니다

얹힌 게 아무것도 없는 밑줄이 제 혼자 춤춥니다


이따금씩 휘휘 구름의 말씀뿐인데,

우르르 천둥번개 호통뿐인데,

웬걸?

소중한 말씀들은 다 어딜 가고


밑줄만 달랑 남아

본시부터 비어있는 말씀이 진짜라는 말씀,


조용하고 엄숙한 말씀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인지요


잘 삭힌 고요,


空의 말씀이 형용할 수 없이 깊어,

밑줄 가늘게 한 번 더 파르르 빛납니다


하늘에 높게 걸린 바지랑대, 그것을 허공에 굵게 그은 밑줄이라는 것. 그 밑줄은 조용하고 엄숙한 말씀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으로 시인 자신의 깊은 사유를 정리한 글,

/空의 말씀이 형용할 수 없이 깊어,/ 바지랑대⟶밑줄⟶空의 말씀으로 전개한 시인의 시적 발견이 대단히 흥미롭다.


동태탕을 먹으며


김순철


마음을 풀어주려 동태탕을 끓인다


그동안 많이 추웠지 와락 끌어 안는다 꽁꽁 얼었던 몸 녹이려면 불을 세게 해야 한다 이미 쓸개도 부레도 없이 도막 난 몸뚱이 미안하다 미나리 더 미안하다 미더덕 무우 무안하다 크게 웃어 대파 간장에 다진 마늘 부드럽게 두부 한 모 매운 고추장 갖은 위로의 말 얼버무려 양념 넣는다 꽁꽁 얼었던 몸을 센 불로 녹인다


그동안 받았던 서러움 섭섭하다 부글부글 끓으면 소주 한 잔 건네고 받는다 미움과 원망이 녹아 매콤한 말들이 넘친다 그래그래 당신 맘 다 안다 그래도 어떻하냐 센불을 낮춘다 얼큰해진 얼굴이 화끈했는지 이마의 땀을 닦고 얼른 눈물 훔친다


얼어 단단했던 말들이 뜨거운 열기에 녹아 살캉살캉 씹힌다 가시 돋는 대꾸는 그래그래 맞장구로 골라내고 그래도 살아야지 그러고 보면 당신 괜찮은 사람이다 진짜 속 깊은 맛은 내장에서 나온다 끓일수록 진한 맛에 공깃밥 하나 더 내놓는다 마다하면서도 잘 먹는다


내 온 생을 다 끓이면 이 맛이 나올까

얼큰한 동태탕에 속이 확 풀리는 날


미움과 원망이 녹아 매콤한 말들이 넘친다 그래그래 당신 맘 다 안다 그래도 어떻하냐 센 불을 낮춘다/그래도 살아야지 그러고 보면 당신 괜찮은 사람이다 진짜 속 깊은 맛은 내장에서 나온다/내 온 생을 다 끓이면 이 맛이 나올까/


동태탕 한 그릇에서 삶의 애환과 그 애환을 보듬어 안으려는 시인의 삶에 대한 포용력, 사소한 것에서 삶을 반추해보는 시인의 깊고 애잔한 눈빛이 어쩌면 시적 발견이라는 말에 가장 가까운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던포엠 7월호의 글감의 주제는 발견이다. 그 발견의 주체는 분명‘나’라는 주체이지만 동시에 ‘너’라는 객체이기도 할 것이다. 널리 알려진 김춘수 시인의 꽃의 한 구절처럼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존재가 형상화된다. 그 발견의 대상의 길섶의 들풀 하나라도 내가 보고 느끼고 감동하며 들꽃이 바람에 출렁거리는 것에서 삶의 한 단면을 유추해낸다면 그것이 발견일 것이며 시인만의 특색 있는 표현을 통해 시적 발견이라는 웃음 걸친 또 다른 하나의 생명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주제에 붙여 세 편의 시를 선정했다. 나름의 각도를 지닌 채 독자에게 선명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세 편을 감상해 본다. 첫 번째 작품은 김성진 시인의 [갈등]이라는 작품이다.


갈등


김성진


삼도천 입구에서

나는 날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오답과 정답의 차이는 타인과 나의 경계


엄마의 이전에서 지금으로 구분되어진 것처럼

지금과 다음의 경계일 뿐

하나에다 둘을 더한 거나 둘에다 하나를 더한 거나

단철에 관한 칸트와 흄의 오답과 정답은 똑같다


다만 내가 아닌 주변인에게

비움을 알려주는 과정을 가지지 못한다는 차이


사랑은 죄악이고 무관심을 배려이지

집착에서 헤매는 세상의 헛것들이지만

내가 모를 나의 흔적을 아름답게 그려두려고 휘파람을 분다


얼굴을 진하게 그릴수록 냄새가 짙어질 거야

탯줄과 분리를 하고부터

사는 것은 냄새를 만든다는 것

미리 뿌려둔 그들의 냄새는

향이 없는 낯익은 냄새라 코끝이 심심하다


짙은 향기를 남긴 어떤 이의 흔적을 읽을 땐

한밤중 휘파람을 다시 분다

현재에 쓰는 계산기의 =를 누르면 오답=정답으로 나오고

미래에 쓰는 계산기의 =를 누르면 냄새라고 찍힌다


갈등은 葛藤이다. 칡과 등나무라는 뜻으로 서로 복잡하게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서 의지나 처지, 각자의 이해관계가 상충해 충돌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더불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자아와 또 다른 자아의 충돌로 발생하게 되는 개연성 있는 괴로움, 모순 등의 감정을 말하는 단어다. 심리학적으로 갈등은 동기를 제공하는 자극이 감소하고 다른 자극이 증가하여 그에 대한 새로운 적응기가 필요할 때 생기는 본연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어려운 말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심리적 불안감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진 시인의 갈등은 갈등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찾는 과정을 현재와 미래라는 공학적 계산을 염두고 두고 고민한다. 사회가 확장적일 때 인간은 도태되기 마련이며 도태는 심리적 불안을 야기하게 된다. 다만, 현재의 불안이 현재라는 오답으로 인정할 것인지 미래라는 정답으로 수긍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시인 자신이 아닌 독자 개개인의 의식 속에 질문으로 던져주는 방식을 택했다.


지금과 다음의 경계일 뿐

하나에다 둘을 더한 거나 둘에다 하나를 더한 거나

단철에 관한 칸트와 흄의 오답과 정답은 똑같다


오답과 정답은 지금과 다음의 경계일 뿐이라는 발견이 신선하다.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 현재에 대한 미래라는 답의 공식 전개방식이 진부하거나 타성적이지 않다.


탯줄과 분리를 하고부터

사는 것은 냄새를 만든다는 것/

향이 없는 낯익은 냄새/

미래에 쓰는 계산기의 =를 누르면 냄새라고 찍힌다/


그 수상한 냄새의 근원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전에 필자의 습작소설 [냄새]의 도입부를 이렇게 끌고 간 적이 있다. 누구나 냄새가 난다. 나만의 냄새. 그 냄새의 근원은 탯줄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결국은 내가 묻히고 더하거나 하는 것이다. 그것이 갈등의 원인이라면 원인이겠다. 탄생과 죽음은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갈등은 내가 해소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때가 많다. 타인에게 비롯된 것이든, 내 속의 깊은 곳에 있는 또 다른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든, 해결의 요체는 바로 ‘나’라는 존재라는 것에 대한 시인의 메시지가 또렷하다.


두 번째 작품은 박봉희 시인의 [롤러코스터]라는 작품이다.


롤러코스터


박봉희


롤러코스터를 올려다본다


층간소음 같은 현기증과 비명


롤러코스터의 시절들이 가고

눈을 뜨니 18년이었다


팔자걸음으로 꼬여왔다


갈빗대처럼 불거진 철로와 담장의 붉은 줄장미 사이

복개천을 지나 컨베이어 벨트의 골목을 지나

거죽이 한 뼘만큼 뜬 반 지하에 간신히 뿌리를 내렸다


약골의 18년이 18년을 더 키웠다


녹슨 롤러코스터가 삐거덕 삐거덕


18년의 18년의 18년의 여자들


세월이 욕을 키웠다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는 아마 한 번쯤 모두 타 본 놀이기구다. 급격하게 오르고 내리는 그 특유의 놀이 형태를 삶에 빗댄 기성 시들은 매우 많다. 그만큼 삶의 부침이 심한 것이라는 말이다. 어쩌면 가장 쉽게 시를 지을 수 있는 소재 중의 하나가 롤러코스터라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닐 것이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쉬운 소재, 기성 시의 기시감, 흔하게 상징되는 삶의 교차, 희망과 절망 등등을 떠올리게 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박봉희 시인은 그 기시감의 극복을 자신의 인생을 대별하는 단어 [18년] 에서 찾아냈다. 희망, 절망의 교차점 사이에 놓인 삶의 18년은 어쩌면 본문의 내용처럼 눈을 뜨니 18년이 경과한 지금이다.


롤러코스터의 시절들이 가고

눈을 뜨니 18년이었다/


팔자걸음으로 꼬여왔다/


주제를 풀어가기 위한 서술의 고심 흔적이 드러나는 미묘한 단어의 선택. 18년이라는 세월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살아온 날이 그랬듯···.


갈빗대처럼 불거진 철로와 담장의 붉은 줄장미 사이

복개천을 지나 컨베이어 벨트의 골목을 지나

거죽이 한 뼘만큼 뜬 반 지하에 간신히 뿌리를 내렸다


여기까지의 서술에서 시인은 기시감의 복제를 하는 듯 착각하게 만든다. 마치 시인이 살아온 18년은 단순히 숫자의 18년이라는 것으로 착각하게 갈빗대와 복개천과 지하라는 단어를 빌려와 시를 끌어갔다.


약골의 18년이 18년을 더 키웠다/

18년의 18년의 18년의 여자들/

세월이 욕을 키웠다/


18년에서 발견한 18년, 세월이 그 키를 높이 키운 욕을 말하기 위해 시제부터 본문 대부분을 독자에게 오독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끌고 온 점이 대단히 매력적이며 해학적이다. 하지만 그 노력의 결실이 시를 신선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18년은 이미 보통명사화 한 단어인지 모른다. 무의식적으로 뱉는 일상의 단순어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18년이 살아온 세월의 숫자라면 개념은 달라진다. 한 해 한 해의 숫자들이 걸머진 삶의 무게를 일상의 단순어, 보통명사화된 욕으로 치부하게 되는 현실이 나와 공감할 때 시는 비로소 18년이라는 엄청난 무게감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부드러운 가운데 강철의 알레고리를 엮은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마지막 소개할 작품의 김정례 시인의 [드가의 오후]라는 작품이다. 주지하다시피 ‘드가’는 전기 인상주의 화가이다. 모네, 르누와르 등의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 사람에게 매우 잘 알려진 화가이며 그의 대표작으로 [몸을 기운 발레리나]라는 작품을 꼽을 수 있다. 필자는 그림에 문외한이지만 인상주의 화가의 화풍은 풍경이나 배경의 어떤 한 부분에서 가장 부각되는 면을 부각하여 그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필자의 소견임을 밝혀둔다.)김정례 시인의 소개를 하기 전 [드가]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본문을 보면 알 수 있다.


드가의 오후


김정례


토슈즈의 끈을 묶는다


목이 긴 너의 오후


오디션이 진행 중인 무대 뒤


의자에 앉아 몸을 푸는 눈동자들

두려움에 주무른다

고개를 숙인 채 발목에만 집중하는 어둠


여자들과 수다를 듣느니

양 떼들과 놀겠다는 화가


박스에 앉아 구상의 발목을 잡는다


초조한 모성의 눈빛이

소녀를 지켜본다


기다림의 무료를 잡아당긴다.


드가의 오후로 시제를 명명했다는 점에서 시선을 잡아당긴다. 실제 드가의 오후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다만 드가의 오후가 이럴 것이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시인의 눈 앞에 펼쳐진 삶의 한 단면이 결합하여 한 편의 좋은 작품은 지은 것이다. ‘드가’의 몸을 기운 발레리나는 우리 삶의 이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인상주의 화가의 화풍처럼 어느 한 부분이 다른 배경을 소품으로 삼아 뼛속까지 드러나는 기법으로 시를 지은 것으로 보인다.


토슈즈의 끈을 묶는다/


오디션이 진행 중인 무대 뒤/


고개를 숙인 채 발목에만 집중하는 어둠/


토슈즈는 발레리나가 신는 발레 전용 신발이다. 작품은 전면에 걸쳐 다만 오디션을 보는 발레리나와 어머니를 묘사한 듯하지만, 좀 더 오독의 시선으로 다른 각도로 보면 삶에 지친 어느 아르바이트생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필자가 아닌 이상 복선의 밑그림을 모두 다 알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필자의 글제인 시는 발견이다에 주목하면 발견은 시를 쓰는 시인의 몫이 가장 우선이지만 독자 역시 시인의 시에서 나름의 생, 환경에 기인한 발견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발레리라에 대한, 그것도 드가의 그림과 비슷한 어느 오디션 장소에 국한된 묘사와 서술이지만 그 안에 내포한 메시지의 종류는 충분히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초조한 모성의 눈빛이

소녀를 지켜본다


초조한 모성의 눈빛과 소녀는 오디션을 보는 소녀와 어머니이면서, 생활현장에 나간 딸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눈빛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시적 다의성을 즐기는 것은 독자라는 독특한 지위를 시인이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다의적으로 읽히는 시는 시선이 다양해서 좋다. 시선을 강요하지 않아서 좋다. 일방통행이 아닌 양방의 소통이 가능한 8차선과 같은 느낌이다. 어느 나들목으로 들어서거나 나가거나 자유로울 수 있는···.


박스에 앉아 구상의 발목을 잡는다/

기다림의 무료를 잡아당긴다./


드가의 오후가 어떤 오후인지 모르게 툭툭 던지는 시인의 발성이 웅장하면서도 오밀조밀하고 치밀하다. 어떤 방식으로 읽어주든 모두 포용하겠다는 듯 결구로 시선을 잡아챈다. 이 작품에서의 발견은 아마도 영어단어 discovery 정도로 인지하면 정확할 듯싶다. 마치 인상주의의 화풍이 대개 그렇듯이 부각하고 싶은 한 장면을 위해 풍경이나 배경을 사실적에서 벗어나게 만들거나, 피사체를 다소 크게 클로즈업 한다는 점에서 시를 공부하는 우리에게 매우 큰 시사점을 던지는 재밌는 작품이다.


시를 읽거나 쓰면서 느끼는 점은 시는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불편은 편안하지 않다는 말이다. 편안하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공감의 깊이가 따듯하다는 말이다. 당위성을 담보로 한 보편타당한 소재에서 시인만의 색으로 채색한 메시지를 짓는 일. 그것을 시적 발견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글, 김부회(詩人, 評論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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