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7-11 10:17
 글쓴이 : 강북수유리
조회 : 82  

가죽나무

 

도종환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 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 꼬여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 있으면 나도 기쁘고

내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새 한마리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내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요구를 다 채워줄 수 없어

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

돌아서서 비웃는 소리 들려도 조용히 웃는다

이 숲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이 없는 나무라는 걸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한 가운데를 두팔로 헤치며

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나무들과 다른 게 있다면

내가 본래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 몸의 가지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 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 짝을

잘라 줄 마음 자세는 언제나 가지고 산다

부족한 내게 그것도 기쁨이겠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가죽나무일 뿐이기 때문이다

 

 

 

시집부드러운 직선(창작과비평사, 1998)

 

 

 

  중국이 원산지이고 껍질을 벗긴 뿌리를 말려서 한방에서는 이질, 치질, 장풍의 치료에 처방하며 이질을 앓을 때나 위궤양에는 뿌리를 진하게 달여 먹기도 한다. 참죽나무처럼 향기 나는 어린순을 먹을 수가 없어서 가짜 죽나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가죽나무. 성장속도가 빠르며 대기오염에도 잘 견딘다는 가죽나무. 곤충이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며 비옥한 땅이나 습지나 땅의 종류에 관계없이 어디서나 잘 자란다는 가죽나무. 가중나무라고도 불리우며 수나무에 피는 꽃은 역겨운 냄새가 나고 상처가 나면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는 가죽나무.

 

  별 쓸모가 없어 베일 염려가 없다는 가죽나무에게 숲이 모두 제 것인냥 밋밋하게 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뭇나무들이 돌아서서 조소를 보냅니다. 기대에 못 미친다고 비아냥거리고 조롱을 합니다. 가죽나무로서는 듣기 싫고 모욕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또한 비판으로 알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한 걸음 더 뒤로 물러서서 자신은 본래부터 부족한 나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우지는 않지만 그 꽃보며 기뻐하는 사람 있으면 자기도 기쁘고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작은새 한 마리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자신은 족하며 자기는 못난 가죽나무이지만 누군가 몸의 가지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 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 짝을 잘라 줄 마음을 가지고 있는 봉사와 희생정신을 언제나 가지고 산다고 합니다.

 

  따지고 보면 숲에는 잘난 나무도 못난 나무도 없습니다. 필요하지 않는 나무 쓸모없는 나무도 없습니다. 가죽나무도 숲의 일원으로 존재할 가치가 있으며 자기 나름의 몫을 하며 생존을 합니다. 가죽나무가 화려한 꽃을 피웠다고 드러내놓고 뻐기지도 않았는데 재지도 않았는데 괜한 시기와 질시로 가죽나무의 마음을 언짢게 하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돌담을 쌓을 때도 큰 돌 밑에 작은 돌이 고여 담이 완성되는 것처럼 그 어딘가에 다 쓸모가 있고 쓰임이 있는 것입니다. 자아 체면에 빠져 자신의 기호와 취향이 아니라고 곤댓짓하며 스스로 체면을 꾸기는 일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하늘

http://cafe.daum.net/sihanull/2qnJ/252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조경희 07-07 16766
1307 우포에 비가 내린다 푸른행성 07-15 53
1306 살아남아 고뇌하는 이를 위하여 / 칼릴 … 푸른행성 07-14 63
1305 운우지정(雲雨之情) /이선이 강북수유리 07-14 45
1304 국립낱말과학수사원 /함기석 활연 07-13 63
1303 튤립 / 송찬호 湖巖 07-13 63
1302 모닥불 / 백석 푸른행성 07-12 96
1301 가죽나무 /도종환 강북수유리 07-11 83
1300 불광천 / 홍일표 湖巖 07-11 51
1299 길 위의 식사 / 이재무 푸른행성 07-11 79
1298 핏덩어리 시계 / 김혜순 활연 07-10 89
1297 시작법을 위한 기도/박현수 강북수유리 07-10 69
1296 장미 / 송찬호 湖巖 07-09 103
1295 너의 밤 기도 / 오정자 푸른행성 07-08 98
1294 흰 노트를 사러가며 / 김승희 푸른행성 07-07 115
1293 화살 노래 - 문정희 안희선. 07-06 150
1292 대이동 / 기혁 湖巖 07-06 85
1291 눈물 - 김춘수 안희선. 07-05 170
1290 순간의 거울 2 (가을 강) / 이가림 湖巖 07-04 93
1289 시선 - 마종기 안희선. 07-04 138
1288 장마 / 김주대 강북수유리 07-03 186
1287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 문향란 안희선. 07-03 148
1286 모란장 - 최경자 안희선. 07-02 132
1285 고양이의 잠/ 김예강 金離律 07-02 113
1284 연금술사 2 / 권대웅 湖巖 07-01 88
1283 견고한 고독 - 김현승 안희선. 06-30 173
1282 오동나무 안에 들다 / 길상호 湖巖 06-29 144
1281 적막 - 나태주 안희선. 06-27 273
1280 시치미꽃 - 이명윤 안희선. 06-27 170
1279 ◉시는 발견이다[갈등/김성진 외 2] 金離律 06-27 131
1278 독자놈들 길들이기 - 박남철 안희선. 06-27 118
1277 사람꽃 / 고형렬 강북수유리 06-27 147
1276 총 알 / 최금진 湖巖 06-27 90
1275 물방울 속 물방울 - 오정자 안희선. 06-26 165
1274 어떤 휴식/ 정익진 金離律 06-25 153
1273 세한도 / 이경교 湖巖 06-25 120
1272 바깥 - 문태준 안희선. 06-25 186
1271 파라다이스 폐차장 - 김왕노 안희선. 06-24 106
1270 6월 / 오세영 안희선. 06-22 197
1269 아비뇽의 처녀들 / 김상미 湖巖 06-22 126
1268 6月 / 김용택 안희선. 06-22 194
1267 내 인생 최고, 최악의 증거물 / 박남철 안희선. 06-21 173
1266 깡통/ 김유석 金離律 06-20 139
1265 내가 아버지의 첫사랑이었을 때 / 천수호 강북수유리 06-20 144
1264 소주병 / 공광규 강북수유리 06-20 163
1263 굴러가는 동전의 경우 / 안태현 湖巖 06-20 112
1262 나무들 / 조이스 킬머 안희선. 06-20 150
1261 누가 울고 간다 / 문태준 강북수유리 06-19 230
1260 여름 저물녘엔 청계천에 가자 / 배월선 안희선. 06-19 143
1259 소금 / 이경록 안희선. 06-19 130
1258 청동물고기 / 허영숙 안희선. 06-18 14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