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추천시

(관리자 전용)

 ☞ 舊. 추천시

 

■ 엄선된 시를 중견작가의 시평 등과 함께 감상하는 공간입니다

 
작성일 : 15-12-22 10:57
 글쓴이 : 서정임
조회 : 3239  

쇠똥구리 아젠다 / 김영찬 

 

 

역사상 가장 아름답게 태어난 나는

서사성 짙은 기록을 남기기 위해 밤잠을 거른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쓴 글

높새바람에게 던져주고 남은 날숨을 구름옥상 위에

방치한다

 

까막까치가 날아와서 불순물 섞인 운문을

쪼아 먹으리

 

역사상 가장 힘들게 고고한 자태로 버텨야 하는

나는

내가 나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연필심에 침을 바른다

 

 

-김영찬 시집<불멸을 힐끗 쳐다보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그중 나는 더욱 소중하다. 이 세상 올 때 우리는 아무런 이유 없이 오지 않았을 것이며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귀한 존재로 살아가라 왔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나의 귀함을 잘 모른다. 역사상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나를 무시하거나 때로 없는 존재로 취급하기도 한다.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를 모르는 세상,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어둠 속에서 숨을 조절하는 것이었을 뿐, 나라는 존재 증명을 위해 다시 일어선다. 내가 나를 치료한다. 살아온 발자취는 바람에게 던져주며 그 운문은 까막까치가 먹을 것이라 한다. 그렇게 지나온 길을 깨끗이 지우고 앞으로의 비망록을 다시 쓴다. 일생에 있어 가장 힘든 고난의 시기라도 고고한 자태로 버티며 연필심에 침을 바르는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날들을 위한 날들을 열심히 살아보는 것이다. /서정임 시인

 

 


양현주 16-01-06 18:25
 
언제 보아도 환한 웃음을 주시는
김영찬 선생님 시를 여기서 읽으니 반갑네요^^
호성철강 16-11-16 05:51
 
감상깊게 잘읽어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시 부탁합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9 쑥부쟁이 / 박해옥 양현근 10-29 396
28 금목서 / 최형심 양현근 09-22 679
27 수각 / 오영록 양현근 08-20 920
26 푸른 기와 / 허영숙 양현근 07-20 1228
25 계란판의 곡선이 겹치는 동안 / 장이엽 양현근 06-20 897
24 치매 / 이승하 양현근 05-31 1285
23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외수 (1) 양현근 05-23 1910
22 아버지 구두 / 김선근 양현근 05-23 1728
21 외딴집 / 안도현 (1) 양현근 01-06 3241
20 나무말뚝 / 마경덕 (1) 양현근 01-05 1940
19 설야 / 유순예 (1) 양현근 01-05 1791
18 자국 / 성영희 양현근 01-04 1734
17 꼬리 / 고성만 양현근 01-04 1360
16 월곶 / 배홍배 (1) 양현근 01-04 1243
15 혼자 먹는 밥 / 이영식 양현근 12-27 2096
14 나는 짓거나 지으려고 하네 / 정윤천 양현근 12-02 1789
13 첫눈 / 장석주 (2) 양현근 11-26 2530
12 태풍 속에서 / 최금진 양현근 11-26 1680
11 근황 / 박미산 (1) 서정임 12-29 5150
10 쇠똥구리 아젠다 / 김영찬 (2) 서정임 12-22 3240
9 등 / 박일만 (1) 서정임 12-15 3611
8 수곽(水廓) / 문정영 (1) 서정임 12-08 2774
7 탬버린 / 이인철 (2) 서정임 12-01 2877
6 비로소 꽃 / 박무웅 (1) 서정임 11-24 5203
5 여름과 겨울 사이 / 홍신선 (1) 서정임 11-17 5178
4 못 / 권덕하 서정임 11-10 3761
3 소금 시 / 윤성학 서정임 11-03 4300
2 감꽃 1 / 양현근 서정임 10-27 4148
1 가을, 곡달산 / 유현숙 서정임 10-20 4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