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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선된 시를 중견작가의 시평 등과 함께 감상하는 공간입니다

 
작성일 : 17-05-23 17:26
 글쓴이 : 양현근
조회 : 1718  

[월간 조세금융 2017. 6월호]

 

아버지 구두

 

김선근

 

 

어머니 구두 한 켤레 꺼내시네

닳고 닳아버린

간간이 오버 깃 세우고 툴툴 눈 털어내는 소리

헛것처럼 들리신다는데

지천 들꽃 흐드러지고

우렁우렁 기차 지축 흔들며 지나가던 날

하얀 저고리 무명치마 끝도 없는 철길 걸으며

민들레꽃 노랗게 내통하던 날

못내 꽃무늬 상자에 모셔놓았던

알토란 전답 막사발에 마셔버리고

아버지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 오롯이 보듬었을

작두 날 같은 생 아등바등 버텼을

까치 새댁, 구두코 초 칠한 것처럼 반들거렸던

눈치꾸러기 구순(九旬) 어머니 땀으로 닦으시네

어그러진 발걸음 곧게 펴시네

내년 이맘때면 패 풀릴 거라고

누런 들녘 바라보며 기차 바퀴 동동 구르던

헛기침소리 들으셨는지

눈으로만 환한 길 걸어가시네

 

 

[감상]

아버지, 이름만 들어도 먹먹해지는 단어이다

평생을 짊어지던 무거운 지게와

새로 장만한 구두며, 좋아하던 막걸리 사발마저 내려놓고

헛기침만 남긴 채 먼 길 떠나가신 아버지,

풀빛 짙어지는 6월이면

못물 가득한 윗배미 무논자락에서

배꽃처럼 환하게 웃으실 것 같다 (양현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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